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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①]마주보고 달리는 남북 기관차, 충돌은 불가피한가

[기고①]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의 배경과 남북관계 전망

장창준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입력 2009-01-22 14:38:26 l 수정 2009-02-19 09:43:28

지난 1월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대남 전면 대결태세 진입"을 천명하는 등 새해들어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장창준 진보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대남강경대응을 천명한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의 의미와 배경을 분석하는 글을 <민중의소리>에 보내왔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이 외에도 △17일 성명에 대한 남측내 다양한 분석과 전망들이 갖는 오류와 이명박 정부의 대응이 갖는 위험성을 진단하고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막고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제시하는 글을 <민중의소리>에 연재할 예정이다.

<글 순서>
- 들어가며
- 2월 군사충돌 가능성 배제 못해:17일 성명의 키워드는 ‘대결’과 ‘서해해상분계선’

- 언론에 회자되는 무책임한 분석들
- 정치적 무대응과 군사적 대응이 불러올 파국
- 통일거부정책의 종말 1:NLL, 다시 화약고가 되다
- 통일거부정책의 종말 2:현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통일거부정책의 필연적 귀결
- 무엇을 할 것인가:결론을 대신하여


총참모부 대변인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남한 정부가 대결을 선택했다면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해 벽두부터 좋지 않았다. 칼바람이 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1월 1일 북측은 공동사설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파쑈독재시대’, ‘민족을 등진 정상배’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력사적인 북남공동선언들에서 탈선하는 그 어떤 요소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군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 사회주의제도를 건드리는 자들에 대한 인민군대의 립장은 단호하다. 계급적 각오와 적개심이 서리발치는 우리의 총대는 원쑤들의 그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다”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12월 1일 개성공단에 대한 접근제한이 경제적 차원에서의 조치였다면 신년공동사설은 군사적 조치를 예고했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월 2일 신년사에서 “대화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대화와 협력이라는 그럴 듯한 표현 속에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 북측에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는 주문은 의지의 강도를 보여준다.

‘공동선언의 리행’과 ‘대화’.
일면 상통해 보이는 두 주장 사이에는, 그러나 큰 간극이 있다. 북측은 대화를 위해서는 기존 합의사항을 ‘리행’하라는 것이며, 남측은 이행은 차차하고 만나서 대화부터 하고 보자는 것이다. 지난해와 다름없는 평행선이다.

결국 1월 17일 군부가 등장하였다. 그것도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이다. 인민군 고위 관계자가 군복을 입고 TV에 직접 나와 성명을 낭독했다. 여간해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 정도로 의지가 결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로동신문도 조선인민군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빈말을 모른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경고를 귀담아듣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남측 사회에서 17일 성명의 배경과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대남(對南)메시지 형식이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시기에 맞춘 대미(對美)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고, 남북 간에 긴장을 조성하여 북측 내부를 통제하고 인민들을 결속시키려는 대내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 중에 강경입장의 북 군부가 전면에 부상한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분석은 상이해도 결론은 유사하다. 북 군부가 당장 군사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첫째,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의 원인이 되었던 꽃게잡이가 6월에 시작되기 때문이며 둘째,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윤곽이 당장 대북 적대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며 셋째, 북측이 군사적으로 열세라는 것이 지난 두 차례의 서해교전을 통해 북측군부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정부는 무대응의 기조를 세웠다고 한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병력을 증강시킬 뿐이란다.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소위 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은 대단히 무책임하다. 정부의 대응은 대단히 위험하다.

2월 군사충돌 가능성 배제 못해..17일 성명의 키워드는 ‘대결’과 ‘서해해상분계선’

전통적으로 북측의 성명은 대단히 선명하다. 성명이나 논평을 잘 보면 왜 그 같은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성명을 통해 경고했던 행동들은 다른 상황 변수가 발생하지 않은 한 실제로 단행했다. 2006년 핵실험이 그러했으며, 2008년 불능화 중단 및 원상복구가 그랬다. 17일 성명을 꼼꼼히 분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

"남북간 전면대결상태 진입"을 천명한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발표에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으로는 무대응의 기조를 세웠다.


17일 성명은 군사적 전면대결을 선포하고 군사적 대응조치를 예고했다. 북측 군부가 ‘군사적 전면대결’을 선포한 논리적 배경은 명확하다. 이명박 정부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부정했다. 성명은 이를 ‘공공연한 대결선언’으로 간주했다. 그런데 정전이라는 현 상태에서 ‘대결은 곧 긴장격화’로 이어지며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고 본다. 북측은 이미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대결의 조짐을 ‘감지’하고 있다. ‘남측 해군의 영해 침범’, ‘형형색색의 반공화국대결소동’, ‘북침전쟁연습’ 등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대결의 조짐으로 인식한다. 이를 ‘수수방관할 수 없는 지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호의에는 호의로’ 대응하지만 ‘대결에는 무자비한 타격으로’ 대응한다는 북측 특유의 논리가 적용된 것이다.

17일 성명이 처음이 아니다. 1월 1일 발표된 신년공동사설에서 “그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다”라고 언명했다. 2008년 10월 9일 북의 해군사령부 대변인은 담화에서도 남측군의 군사적 도발로 인해 긴장이 격화되고 있으며 서해상에서 ‘제3의 서해교전’이 발생할 위촉즉발의 위험천만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0월 28일 남북군사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삐라살포’를 언급하며 군 실천행동이라는 군사적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제 명확해진다. 군사적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2008년 10월까지 북측은 해군사령부나 고위 군관계자를 통해 대남‘경고’를 했다. 곧장 행동으로 진입하겠다는 직접적인 의사표시는 아니었다. 그 후 북측은 남북군사관계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 재검토의 결과가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무자비한 징벌’로 표현된 것이며, 이 같은 지침에 따라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따라서 17일 성명은 군사적 대결을 ‘예고’한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키워드인 ‘서해해상분계선’을 읽어야 한다. 17일 성명을 ‘대결’로 읽은 많은 전문가들도 그러나 당장 군사적 충돌이 없다고 전망한다. 지금이 꽃게잡이철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사실 서해상에서의 충돌이 있었던 1999년과 2002년 모두 꽃게잡이철인 6월에 발생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꽃게가 아니라 ‘삐라’가 지배하고 있다. 1월 1일에도 3,000장의 삐라가 살포되었으며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2월부터 삐라살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삐라살포는 정치적 문제였다. 그러나 북측 군부가 ‘서해해상분계선’을 고수할 것이라는 점을 밝힘으로써 삐라살포는 군사적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아졌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서해상에서의 삐라살포를 위해서는 북측 군부가 설정한 ‘서해해상분계선’을 넘게 된다(서해해상분계선은 NLL보다 한참 아래에 위치한다). 이는 곧 북측 군부입장에서는 ‘영해 침범행위’가 된다. ‘영해’를 침범하여 삐라살포라는 ‘적대행위’를 한다는 것은 ‘강력하고 무자비한 섬멸적인 징벌’의 조건과 대상이 된다. 이명박 정부는 삐라살포를 방치할 것이다. 결국 삐라살포는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의 직접적 계기가 될 소지가 많은 것이다. 서해상에서의 군사충돌이 꽃게잡이철이 아닌 2월에도 발생할 수 있음을 북측 군부는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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