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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②]마주보고 달리는 남북 기관차, 충돌은 불가피한가

[기고②]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의 배경과 남북관계 전망

장창준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입력 2009-01-29 14:47:31 l 수정 2009-02-19 09:44:00

지난 1월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대남 전면 대결태세 진입"을 천명하는 등 새해들어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장창준 진보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대남강경대응을 천명한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의 의미와 배경을 분석하는 글을 <민중의소리>에 보내왔다.

3회에 걸친 연재중 두 번째 글에 해당하는 이번 글은 ‘언론에 회자되는 무책임한 분석들’ ‘정치적 무대응과 군사적 대응이 불러올 파국’을 주제로 하고 있다.

<글 순서>
- 들어가며
- 2월 군사충돌 가능성 배제 못해:17일 성명의 키워드는 ‘대결’과 ‘서해해상분계선’
- 언론에 회자되는 무책임한 분석들
- 정치적 무대응과 군사적 대응이 불러올 파국

- 통일거부정책의 종말
- 무엇을 할 것인가:결론을 대신하여

언론에 회자되는 무책임한 분석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발언한 내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07년 2월 2.13 6자회담 합의가 나오고 7월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최근 한반도 정세가 일부 완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발언이 나왔으며, 그 해 10월 10.3 2단계 조치 합의가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당시 발언은 2007년 정세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었으며 6자회담에 대한 북측의 의지와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23일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은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밝힌 ‘전면적 대결’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한 '북미관계가 정상화가 돼도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1월 13일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 역시 거둬들인 것이 아니냐 하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무책임한 분석들이다.

장창준 기고 표

지난 23일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은 1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밝힌 ‘전면적 대결’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무책임한 분석들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은 북측의 신년공동사설의 연장선에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신년공동사설이 김정일 위원장의 의중을 정확히 반영해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13일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 역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북은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어야 핵무기를 포기하며 미국의 핵위협에 남측에 대한 핵우산 제공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따라서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역시 신년공동사설과 23일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에서 밝힌 ‘조선반도 비핵화’와 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책임한 분석들은 - 물론 그 전부터 없진 않았지만 - 17일 전면적 대결선언 직후 잘못된 출발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 대남메시지와 대미메시지를 구분하지 못한다. AFP통신이 인용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와 북한 외무성의 발표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라는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북한연구실장의 분석이 대표적이다.

17일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이 가진 문답에서 발표한 내용은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대미 발언이 맞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되었지만 17일 총참모부의 대변인 성명은 대남메시지였다. 한반도 문제의 특성 상 북측의 대남메시지는 결과적으로는 대미메시지의 성격을 가질 수는 있지만, 17일 총참모부 성명 어디에도 미국을 겨냥한 문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첫번째 글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17일 총참모부 성명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측의 최종적인 결론이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대결의 상황에서 대결로 응수하겠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다.

대남메시지와 대미메시지를 구분하지 못하다 보니 23일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을 17일 총참모부 성명과 연결시키는 잘못된 분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둘째, 대내정치적 목적이라는 주관적 해석이 분분하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체제 동요를 막기 위한 내부 긴장 조성의 필요성도 담긴 다목적 조치로 보고 있다”는 익명을 요구한 정보 당국 관계자의 발언이 그것이다. 즉 인위적으로 남북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이완되고 있는 북측 내부의 결속을 꾀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과 결합하여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객관성이 결여된 다분히 주관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긴장조성을 통한 대내결속이 목적이라면 군부를 ‘화면’에 등장시킬 것이 아니라 ‘남측 병력’ 앞에 배치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충돌 예고’보다는 ‘무력시위’가 긴장조성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의 발언에 의하면 아직 북측 군의 특이 동향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대내정치적 목적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더라도 17일 총참모부 성명을 읽는 키워드가 될수는 없다.
셋째, ‘북한 군부의 강경드라이브’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앙일보는 20일 자 보도에서 군소식을 1면에 싣고 김정일 위원장 소식을 2면에 실은 19일 자 <로동신문>을 소개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군부가 세 과시를 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는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수백만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쉬리’가 보여주었던 ‘호전적인 북한 군부’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북한 군부=남북대결노선’이라는 등식으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과 같은 남북협력 사업을 설명할 수 없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위해 일대에 전진배치되어 있던 북측 병력이 후방배치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북측 군부가 1990년 이후 세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인 총참모부 성명을 단독으로 발표했다는 것도 북측 사회의 특성상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군부 쿠데타에 가깝기 때문이다.

군부의 ‘강경드라이브’가 아닌 ‘북측 사회의 대결노선’을 군부가 전면에 나서 총참모부 성명이라는 형식을 빌어 예고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17일 총참모부 성명은 대미메시지도 아니고 대내용도 아닌 대남메시지가 분명하다. 또한 ‘북한 군부’의 세과시나 강경노선이 아닌 북측의 ‘당-정-군’의 종합적 결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부 ‘전문가’들과 그들의 말을 인용한 일부 언론들의 무책임한 분석은 정부의 위험한 대응을 촉진시킴으로써 남북 관계의 파국적 결과를 재촉하고 있다.

총참모부 대변인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남한 정부가 대결을 선택했다면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무대응과 군사적 대응이 불러올 파국

이명박 정부는 ‘무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무시전략의 연장선이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던 ‘기다리는 전략’의 일환이다.

총참모부 성명에서 밝힌 ‘전면적 대결’ 선언을 ‘떼쓰기’로 이해하는 것이다. 떼를 쓰는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지 말라는 교훈을 적용한다. 결국 제 풀에 지쳐 울 다 잠들던지 혹은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다. 북의 ‘대결선언’은 충동적인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떼쓰기가 아니다. 지난 1년간의 평가 속에서 ‘대결을 피할 수 없다면 맞대응하겠다’는 대남 전략을 최종적으로 수립한 것이다. 전형적인 맞받아치기(티포탯:tit-for-tat) 전략이다.

맞받아치기 전략은 강제전략을 포함한다. 지난 해 8월 부시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연기하자 북은 불능화 중단과 원상복구라는 강수를 두었다. 미국을 상대로 한 티포탯 전략은 결국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게끔 ‘강제’한 바 있다.

따라서 17일 총참모부 성명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전환을 강도높게 촉구하는 의미를 함게 갖고 있다. 또한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을 삭제하는 ‘선의’를 보이자 불능화 작업을 재개하는 ‘선의’로 화답했던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한다면 북측 역시 ‘전면적 대결선언’을 철회하게 될 것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오히려 정치적으로는 ‘무대응기조’를 보이면서도 군사적으로는 대응 전략을 추진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28일 브리핑에서 민간단체가 북측에 살포할 목적으로 북측 화폐의 반입을 시도할 경우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연 그같은 방침이 군사적 충돌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 화폐 반입’을 불허하더라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삐라살포단체가 ‘이미 반입된 북한 화폐’를 삐라에 넣어 살포하는 것까지 불허하겠다는 것으로 들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설령 북측 화폐 살포는 불허하더라도 북을 자극하는 내용의 전단지 살포를 허용할 경우에도 북측은 - 설령 그것이 전면적 군사 대응은 아니더라도 - ‘군사적 대응’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같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17일 총참모부 성명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측이 이미 99년에 선포했던 ‘서해해상분계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던 것이다.

남측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서해상에 병력을 증강시켜 놓았다. 1차, 2차 서해교전은 두 차례 모두 남측은 NLL을, 북측은 ‘서해해상분계선’을 고수함으로써 발생한 참사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경계선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 남북 병력이 서해상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 두 차례 서해교전이 발생했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다. 남북 간에 일체 신뢰가 없다는 점, 군사 핫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은 현재 남북관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정치적 무대응’은 문제해결 가능성을 거세한다. ‘군사적 대응’은 충돌 가능성을 부추긴다. 즉 이명박 정부의 모순된 행동은 일체의 문제 해결 가능성을 차단시킨 채 군사적 충돌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극도의 불신밖에 남아있지 않은 현 남북관계에서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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