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무조건! '기본소득'을

[특별기획-'좌회전' ⑤] 2부:공황 이후의 대안-1 고용과 소득, 사회안전망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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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으로 미성년자를 포함한 전체 사회 구성원에게 지급되며 아무 자격조건이나 의무사항이 없다. 최저생계비 이상을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의 원칙이지만, 연령이 증가할수록 지급액수가 증가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연금, 실업급여, 노인기초생활보호 등의 현금 지급 제도를 대체하지만 의료보험, 장애인 보조금, 환자요양보험 등 보통 사람 이상으로 특별한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부분은 없어지지 않고 유지 확대된다. 기본소득은 심사절차가 없기 때문에 사회복지국가들에서 낭비되는 사회복지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본소득 담론이 가장 대중화된 나라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나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기본소득을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는 아탁(ATTAC) 독일지부 및 좌파당 내 ‘연방노동공동체 기본소득’ 그룹 등 진보적인 운동단체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기본소득 담론은 서유럽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나미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일본 등 전 대륙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08년 일본, 멕시코 등 4개국에서 기본소득 운동단체들이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에 가입하면서 BIEN 지부가 있는 나라들은 16개국으로 늘어났다.

현재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나라로서는 브라질, 나미비아 등이 있고, 리비아에서도 올해부터 실시하려 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룰라가 2003년 1기 집권과 함께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빈곤층 생계수당지급 프로그램) 정책을 실시하였다. 각 가정에 매달 평균 85레알(약 5만원)을 지급하는데, 이 금액은 가구 수입의 40%에 해당된다고 한다. 현재 국민 1억9천만 명 가운데 약 4분의 1이 혜택을 받고 있고, 올해 200만 가구에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 정책은 룰라 정부의 높은 인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룰라 정부는 2010년부터 전체 국민과 5년 이상 거주 외국인에기 기본소득을 지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강남훈, 곽노완. 2009) 미국의 알래스카 주는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알래스카 영구 기금(Alaska Permanent Fund)을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배당(dividend)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자본주의 안의,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기본소득은 다양한 이념과 사상에 의해서 지지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다른 기본소득 모형이 존재하고 있다. 독일의 베르너 같은 학자들은 유연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민주의적 기본소득 모델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시장사회주의의 한 요소로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고 한다. 이들은 구시장사회주의의 실패를 기본소득의 도입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네그리와 하트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비물질노동을 하고 있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임금과 모두에게 보장된 수입”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한다(네그리·하트, 제국, 이학사, 2001:507 및 509). 또 다른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통해서 사회주의와 코뮌주의를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표1> 연령별 추계인구

<표1> 연령별 추계인구ⓒ 강남훈

이 글에서는 위의 논의들과 달리 기본소득을 연대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연대사회란 급진적인 강령을 제시한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집권함으로써 시작되는 이행기를 말한다. 연대사회는 경제부문에서는 사회민주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강령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자본주의의 극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회민주주의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 글에서 제시한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도입되는 것이지만,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 모델

가. 기본소득 지급액

기본소득 지급액은 <표 1>과 같다. 기본소득 지급액은 오로지 연령에 의해서만 차이가 나며, 어렸을 때에는 연간 400만원을 받다가 55세 이상이 되면 연간 600만원을 지급한다.

기본소득은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전제로 한다. 여기서 무상교육‧무상의료 필요예산 25조원은 기존 교육비 예산 및 국민건강보험에 추가되는 부분이다.

기존 연금제도 가입자에게는 기본소득과 기존 연금제도 중 선택권을 부여하되,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가입자들이 기본소득을 선택할 경우 연금 금액과 기본소득 금액의 차이만큼을 적립된 연기금에서 추가적으로 지불한다. 19세 미만의 인구에 대한 기본소득금액은 부모에게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나. 기본소득재원

기본소득 재원은 <표 2>와 같이 일부는 기존의 각종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험 일부, 공공부조 일부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조세를 통해서 조달하는 것으로 한다. 기본소득 재원에는 무상의료‧무상교육에 필요한 재원이 포함된다.

기본소득 필요예산은 약 240조원인데 재원은 약 255조원이므로 약 15조원의 잉여자금이 생긴다. 잉여자금은 기본소득기금으로 적립하여 재원이 부족할 경우에 대비해 나간다.

다. 재원의 원칙

기본소득의 시행을 위해서는 조세 변혁이 필요하다. 이 모델에서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서 기본소득 재원의 대부분을 마련한다는 원칙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표2> 기본소득 재원

<표2> 기본소득 재원ⓒ 강남훈

① 모든 소득에 대해서 과세한다. 이 원칙에 따라 증권양도소득세와 토지세를 신설한다.
② 법인세에 대해서는 현재 세율을 그대로 유지한다.
③ 불로소득(이자, 배당, 증권양도소득 등)에 대해서는 30%의 세율로 일률적으로 원천과세하고 종합소득에 합산한다.
④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서 우선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부분만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증액시켜 재원을 마련한다.

한국경제의 난제 해결할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우리나라 경제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왕국이고 2003-2004년 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에 1,000명씩 1분 30초당 1명씩 자살시도 하였다. 이 중 30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이 30명은 OECD 평균의 2배이다. 이 중 절반은 빚(경제적 문제)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였다고 한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경제적인 이유로 자살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고,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살율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출산율 저하도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OECD 국가 최하위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어서 이미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많은 초등학교가 폐교되었고, 많은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들이 폐업을 하였다. 출산율 저하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과도한 양육비, 교육비와 과도한 경쟁 등을 들 수 있다. 기본소득이 양육비와 교육비의 대부분을 충당할 정도이면서 태어나기만 하면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된다는 것을 부모들이 확신하게 되면 출산율 감소를 결정적으로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정규직 문제도 우리 경제의 난제 중의 하나이다. 비정규직 현상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많다는 것이다. 그 동안 연금의 일부를 정규직이 부담한다든지, 정규직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서 비정규직의 상태를 개선시키자는 운동 등이 전개되었지만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실패의 근본 원인은 비정규직의 개선이 정규직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제시된 기본소득은 거의 대부분의 정규직의 희생 없이 비정규직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노동시장에서 초과공급을 상당히 줄일 것이다.

우리 나라의 자영업자는 600만명 정도로 그 비중이 OECD에서 가장 높다. 이것은 공공부문의 고용 비율이 OECD 중에서 가장 낮은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 이들은 국민연금, 실업수당 등 각종 사회 보장에서 제외되어 있고 실패하였을 때, 부채에 시달리다가 감옥에 가거나 노숙자가 되거나 자살을 하게 된다. 영세 자영업의 문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에 생기는 부분이 크다.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무모하게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의 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고, 자영업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전체 가구주의 빈곤률은 15.1%이지만 노인 가구주의 빈곤율은 40.1%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노인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연금이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강남훈 교수

강남훈 교수ⓒ 민중의소리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할지라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글에서 제시된 기본소득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증세에 동의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종부세를 도입하여 조세부담률을 1-2% 정도 높였을 때 부자들의 강력한 저항을 맛보았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때의 종부세는 수혜자는 잘 못 느끼지고 담세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세금이지만, 기본소득은 국민 대부분이 분명한 수혜자라고 느낄 수 있는 세금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극소수 불로소득을 제외하고는 모든 계층에게 혜택을 준다. 기본소득의 혜택은 일정한 액수의 돈이기 때문에 누구나 분명히 계산할 수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은 조세부담률이 급진적으로 높아지더라도 얼마든지 도입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재정적으로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가능하고, 정치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현실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가능성을 현실성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세력을 모아야 하고, 극소수 불로소득자들의 저항과 극소수 불로소득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여 대중을 급진화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집권을 위해서는 진보세력을 통합시키는 리더쉽과 대중들을 급진화시킬 수 있는 집권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지급하라.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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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 2009-03-12 12:18:08
  • 최종업데이트 : 2009-03-12 17: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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