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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른채 해고.."막막해서 눈물만 납니다"

대림비앤코 해고노동자들, 복직요구하며 천막농성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입력 2009-04-30 14:06:39 l 수정 2011-02-25 23:04:15

“해고 통지서를 받을 때 별 생각이 없더라고요. 그저 멍하니 웃으면서 받았습니다.”
“앞으로 복직투쟁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지난 4월21일 이광미(창원시 대원동/55세)씨는 상담을 위해 민주노총을 찾았다. 17년 동안이나 일을 해왔던 회사에서 강제 해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가 자신을 해고한 이유를 모른다. 단지 생산부장과의 마지막 면담에서 “미안하다. 위에서 시키니까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회사는 8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지만 정리해고의 대상선정 기준에 대해서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림비앤코 창원공장은 지난해 10월17일 경영적자를 이유로 타일부서를 폐지했다.

회사는 지난 21일 10명에 대해서 1차 정리해고자를 발표했다. 전체 정리해고 대상자는 타일부서 인원 전체인 126명으로 알려져 있다. 해고노동자들은 “회사가 타일사업부를 폐지하면서 산재나 공상을 비롯한 과거의 근무태도를 이유로 들어 임의적으로 해고자를 선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위 “밉보인 놈만 해고 한다”는 것이다.

대림비앤코

대림비앤코 해고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고노동자

대림비앤코 해고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고노동자 천막농성..."해고 이유 받아들일 수 없어"

말로만 무성하든 해고설이 현실화되면서 1차 정리해고자들은 27일 회사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길게는 십 수 년을 드나들었던 삶의 공간이자 생활이었던 공간이 지금은 생존을 위한 농성장으로 변한 것이다. 정문입구 모퉁이에 들어선 농성장 외벽에는 ‘회사 경영진은 각성하고 정리해고 철회하라’는 구호를 걸었다. 안으로는 ‘가정파괴주범 정리해고 철회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걸었다.

10명의 해고자중 4명은 직접적인 생계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회사가 제시한 명예퇴직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남은 인원은 6명. 하지만 이들의 복직요구는 단호하다.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30일 농성장에서 만난 이수연(47세)씨는 회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배우자와 함께 이 회사에 근무를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부부노동자이다.

그는 관리이사와의 면담에서 부부노동자의 경우 한명은 사직서를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배우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씨를 해고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관리이사가 배우자가 명예퇴직해도 안된다고 하더군요. 내가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공상과 산재, 근태가 안 좋다고 합니다.”

그는 해고의 순위에 대한 자료 제출도 없이 해고대상자로 선정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회사에 근무를 하는 동안 ‘극막통증 증후군’(어깨 결림)으로 산업재해를 입기도 했다. 그 만큼 삶의 공간이자 터전이었던 곳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18년 동안 일을 해 온 결과가 그에게는 정리해고로 돌아온 것이다.

8년 동안 근무를 했다는 서군식(55세)씨도 “무엇 때문에 해고 대상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영상의 이유로만 해고 한다는 말을 들은 게 전부다.

그는 회사에 배신감이 많이 든다고 했다. 회사가 너무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회사가 어려워서 해고를 하면 받아들이겠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순간순간 울컥해진 마음에 험한 짓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자다가도 울분을 쏟고 그래요,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복직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는 다른 일자리는 크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정규직인 그가 경제 불황속에 찾을 수 있는 일자리라야 고작 일용직이기 때문이다. 그는 살기 위해서 복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해고에 생계마저 막막

대림비앤코

'정리해고 철회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라'

닥쳐온 정리해고라는 칼바람은 생존에 위협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나마 맞벌이가 가능한 가정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 버텨 나갈 수 있지만,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이에게는 해고는 곧바로 생계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해고통보를 받은 그 날 이들은 모두 거나하게 취했다.

이광미씨는 한 달 가계의 평균소득이 200만원 정도이다. 몸이 좋지 않은 배우자는 약간의 농사를 짓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득이 없다. 잔업을 해서 받았던 임금이 가계 소득의 전부인 셈이다. 그가 벌어들인 월급으로 가정을 꾸리고 대학생인 아들의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입장이다.

김은영(62년생)씨도 힘겨워지긴 마찬가지다. 12년 동안 근무하면서 목 디스크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지난 해 6월께는 다시 어깨 결림으로 산재를 신청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치료를 하기 위해서 6개월간 병가를 내고 결근을 해야 했다.

이 일로 가정에는 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됐다. 2명의 아들과 배우자, 그리고 노모를 둔 5인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대학에 입학했던 아들이 학업을 포기했다. 산채처리가 되지 않은 까닭에 치료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입장에서 가계의 어려움은 더 심했다. 그는 현재 아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수연씨는 집에 돌아가서야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해고 통지서 받을 때 어이가 없어서 웃으며 받았다.”는 그는 자신이 세상을 잘못 살았나 하는 한탄도 들었다고 했다.

“딸아이가 손을 잡고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를 불러 줄 때 눈물만 납디다. 애들을 보니 공부를 더 시켜야 하는데....막막해서 그저 눈물만 납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이번 일로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대림비앤코

해고노동자들은 회사가 자의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말하고 있다.


정리해고 요건 갖추지 않아

30일 농성장을 찾은 박훈 변호사는 대림비앤코의 정리해고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리해고란 사업구조조정과정에서 남은 인력을 강제로 해고 하는 것인데 현재 10명을 해고 한 것을 볼 때 정리해고 요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법원의 판례를 볼 때 기업 경영의 어두운 전망까지도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인정하는 완화된 요건을 적용해 오고 있지만 해고회피의 노력과 대상자의 합리적 선정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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