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교사 고발과 징계 뒤에 숨은 교과부의 꼼수

전교조를 희생양 삼은 자율형사립고 위기국면 타개용 성동격서 전략

김행수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
입력 2009-06-29 08:52:57l수정 2009-06-29 11:00:57
26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부교육감회의를 통하여 시국선언을 주도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과 중앙집행위원, 시도 지부장 등 88명을 해임 등 중징계 의결하고,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교과부 내부에서도 징계가 무리라는 의견이 있었고, 변호사 등 법률가들도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례 등을 근거로 하여 시국선언이 불법이 아니라는 비판이 거세다. 전교조뿐 아니라 보수적 교원단체인 교총도 수 없이 서명과 시국선언을 해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98년 교원 정년축소 반대와 이해찬 장관 퇴진 서명, 03년 NEIS 국면에서 윤덕홍 부총리 퇴진과 CS 업무거부 서명, 04년 사학법 개정 반대와 고교학력 격차 대입반영 시국선언, 05년 교원평가 반대 서명 등을 이유로 교총이 징계나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교과부는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내부 검토 의견을 뒤집고 이렇게 무리하게 징계와 형사고발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는지 원인과 그 뒤에 숨어있는 꼼수를 한번 따져 보자.

궁지 몰린 교과부 자율형사립고 위기를 징계 국면으로 타개 시도

MB정부의 초중등교육정책의 핵심은 자율형사립고로 대표되는, 이른바 ‘학교 다양화 300프로젝터’이다. 그런데 그 자율형사립고 추진이 막바지에 이르러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전과 충북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자율형사립고 설립 신청을 접수한 결과는 MB정부와 교과부에게 참담함과 충격 그 자체이다.

제주, 전남, 울산, 강원, 인천은 신청 마감 기한이 지났음에도 한 학교도 신청하지 않았다. 교과부는 인천에서 1개가 신청했다고 발표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아직 학교법인 설립도 안 했고, 학교도 없어서 내년 개교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므로 자율형사립고 신청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전, 충북은 현재 신청 접수 중이지만 자율형사립고 설립 기준을 충족하는 신청 학교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서울의 30개 신청학교도 3분의 2가 최소 자격 기준에 미달하고,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다. 서울의 미림여고, 인창고, 대원여고와 대구의 경상고와 영진고가 신청을 철회해 버렸고, 전북은 교육감이 자신의 공약과 지역 교육 여건, 기준 미달 등을 이유로 자율형사립고 허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 여론이 자율형사립고에 부정적이고 경남, 충남, 경북, 서울 등에서 지역 주민들의 자율형사립고 반대 움직임이 거세 학교와 교육청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정 심의가 이루어지는 7월을 앞두고 전교조를 중심으로 하여 자율형사립고 설립을 반대하는 흐름이 더욱 확산되는 가운데 자율형사립고 설립을 신청한 학교들 중에서 추가로 이를 취소하겠다는 학교들이 나오고 있어 교육 당국으로서는 더욱 난처한 상황이다. 자칫 MB정부의 대표적 교육공약인 자율형사립고가 시도도 못해 보고 좌초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불안한 그림자가 그들에게 드리우는 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와 정부는 시국선언 교사 징계라는 초강수를 내 놓은 것이다. 어찌 보면 성동격서 전략인 셈이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의 자율형사립고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자율형사립고가 좌초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이들의 역량을 징계 저지로 분산시키면서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이주호 차관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요건 완화 발표

이런 교과부의 속셈을 드러내기라도 하듯 교과부의 실세 이주호 차관은 26일 광주 호남대에서 열린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자율형사립고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발언해 사립학교들 달래기에 나섰다.

더 이상 자율형사립고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당부이고, 더 많은 것을 주겠다는 이면 약속을 하고 나선 것이다. 현행 법에서 정한 법정전입금만큼의 부담금도 못 내는 부실사학이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부끄러운 행동인 줄도 모르고 전입금 완화와 필기시험을 통한 학생선발권 허용을 요구하고 나선 사립학교장들에게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다.

자기들의 공약으로, 자기들이 만들어서 시행도 하기 전에 스스로 수정하겠다고 나서는 실세 차관의 말에서 그들이 지금 자율형사립고에 얼마나 좌불안석인지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자율형사립고가 첫해부터 좌초하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므로 교육시민단체의 자율형사립고 투쟁 동력을 약화시키는 묘수가 절실하게 필요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 그들에게 전교조 교사들의 대량 징계만큼 호재가 없었던 것이다.

왜 징계권자인 교육감협의회가 아니라 임의단체인 부교육감 회의일까?

그들이 이번 시국선언 교사의 징계와 형사고발을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는 또 다른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과부는 이전에 말로만 흘리던 징계와 형사고발 방침을 최종적으로 부교육감회의를 통하여 확정했다.

초중등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권은 교과부 장관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시도교육감이 가진다. 교육의 지방 이양을 주장하고 자율을 주장하는 MB 정부 교과부가 시도교육감들이 가만 있는데 징계와 형사고발에 앞장 서고, 그것도 징계권도 없는 부교육감을 모아놓고 이를 확정했다는 것은 한편의 코메디이다. 교육감회의 소집이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16개 시도교육감들을 청와대로 직접 초대하여 사교육비 경감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시국선언이나 교사 징계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마음만 먹었으면 이날 교육감협의회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징계권도 없는 부교육감들을 따로 모아놓고 대책회의를 하여 1만 8천 시국선언참가 교사 전원 징계와 지도부 88명에 대한 형사고발과 해임 등 중징계를 확정하여 발표한 것이다.

왜 하루 전날 모였던 징계권자인 시도교육감들에겐 아무 말 않고 별도로 징계권도 없는 부교육감회의를 소집하여 이런 방침을 확정했을까? 시도교육감협의회의 회장이 공정택 서울교육감이고, 부교육감회의의 실질적 대표가 김경회 서울부교육감이라는 것이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일제고사 전국 실시 결정에서 알 수 있듯 중요한 결정은 언제나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결정해 온 것이 관례이고, 부교육감회의는 아무 권한도, 법적 근거도 없는 임의 모임이라는 것도 명백하다.

현재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공정택은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2심에서까지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그는 사퇴압력을 받으면서도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교육감직을 수행하며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이다. 그런데 정작 회장인 공교육감은 2심까지 당선무효의 유죄선고를 받았는데 아무 징계를 받지 않은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시국선언 교사의 형사고발과 중징계를 의결하기에는 아무래도 구색이 맞지 않다. 게다가 최초의 진보교육감이라는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임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는 잔꾀를 낸 것이다. 부교육감들의 실질적인 대표는 김경회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으로, 그는 교과부 파견 공무원으로 ‘리틀 공정택’으로 불리며 MB 교육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인물이다. 이런 이유로 교과부는 꼼수로 부교육감회의를 별도로 소집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그들은 이 정도로 용의주도하게 이번 사태를 준비한 것이다.

손해 볼 것 없는 교과부:잘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인 도둑놈 심보!

현재 MB의 지지율이 20% 중반으로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그의 최대이자 유일한 우군은 경찰과 검찰, 그리고 보수적 시민단체라는 비아냥이 있다. 보수적 시민단체인 반국가교육척격국민연합이 전교조를 고발하고, 교과부가 중징계 방침으로 가세하고, 검찰과 경찰이 전면 수사에 나서는 오늘의 상황은 치밀하게 준비된 사전각본에 의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 검찰과 경찰은 전교조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설 것이다. 여기에 더 많은 보수단체들이 결집하면 또 온 국민의 시선이 다시 여기로 집중될 것이다. 공정택 교육감이 지난 선거에서 써먹은 “전교조에게 휘둘리면 우리 아이들이 망가진다.”는 형수막으로 대변되는 반(反)전교조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보수층 결집 전략으로 전교조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교과부는 이번 시국선언 징계와 처벌 국면에서 당장은 잃은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율형사립고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려고 했던 전교조와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의 역량을 분산시키고,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라는 대로 검찰이 기소라도 하고, 판사들이 유죄선고라도 내려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들이 가진 징계권만으로도 해임 등 중징계를 할 수 있다. 어차피 징계는 그들만의 권한이니 막을 수도 없다. 긴 시간 후에 재판에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결이 나오면 복직시켜주면 된다. 교과부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는 심산인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속담에 나오는 “잘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인 손해 없는 장사”라는 도둑놈 심보가 이런 상황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이번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와 형사 처벌이 자율형사립고 추진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교과부는 자율형사립고 위기 국면을 타개하고 보수층 결집을 위한 꼼수인 시국선언 교사 대량 징계와 형사처벌 방침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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