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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이념전쟁'이 쌍용차 파국 부른다

[분석] 해결 열쇠 쥔 청와대, '노조 깃발 내리기'외엔 어떤 해법도 '불가'

기자

입력 2009-07-21 21:28:50 l 수정 2009-07-22 08:54:58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에 돌입한 지 두 달을 넘기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최종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9월 15일이 오기도 전에 정부와 채권단은 나서서 '파산'을 운운하고 있고, 파산의 책임은 모두 노조의 점거파업으로 돌릴 태세다. 20일 부터는 경찰이 조합원 퇴거를 위한 강제진압에 나서면서 쌍용차 사태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

쌍용차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쌍용차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쌍용차 회생 여부는 청와대 몫

표면적으로 쌍용차는 현재 '해고 불가피성'을 내세우는 회사측과 '해고 없는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노조 측이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며 공멸의 길로 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사양측이 한발씩 양보하고 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두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쌍용차 사태는 노사간 협상을 통해 풀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점에 있다. 쌍용차가 사느냐, 죽느냐는 노사의 협상과 양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를 비롯한 노동계는 정부에 공적자금 투입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를 비롯한 노동계는 정부에 공적자금 투입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실제 쌍용차는 정부의 자금 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하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 없이는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적고, 투자를 위해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쌍용차에 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사기업에 개입할 만한 명분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이 자국의 경제에 끼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정부의 개입, 즉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 GM만 하더라도 미국, 캐나다 정부가 소유하며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사브도 스웨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았다. 4대강 살리기에 투입될 22조 중 1조만 투입해도 살릴 수 있는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안하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쌍용차 회생에 나서지 않는 것일까.

MB, "자신들이 먼저 살려고 해야 도와줄 수 있다"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입을 통해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청와대의 의중이 확인됐다. 김 지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쌍용차 사태에 대해 "자신들이 먼저 살려고 해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노사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외견상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던 정부가 결국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을 연동시켜 공적자금 투입의 전제조건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다.

"함께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할테니 '호적'에서만 파지 말아달라"는 노조에게 'NO' 입장을 분명히 밝힌 동시에 회사에겐 "구조조정을 강행해야지만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며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도장공장에서 농성중인 쌍용차 노조. 그들의 요구는 '함께 살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테니 공장에 남게 해 달라는 것'이다.

도장공장에서 농성중인 쌍용차 노조. 그들의 요구는 '함께 살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테니 공장에 남게 해 달라는 것'이다.



이미 쌍용차 노조는 노동계에선 '굴욕적'이라고 할 만큼 파격적인 양보안을 내놓은 상태다. 5시간 3조2교대제 등 일자리 나누기나 무급순환휴직 등으로 2833억원 비용절감 방안 등을 골자로 한 노조의 자구안은 구조조정 대응방침으로 단협 후퇴나 임금삭감을 협상내용으로 하지 말라는 금속노조의 지침까지 어기면서 내놓은 것이었다. 노조로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다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노조 역사상 이런 양보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며 "노조가 이 정도까지 양보했는데 도대체 뭘 또 양보하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미 1,7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 사측은 구조조정 목표치의 80%를 달성했다. 남은 건 976명이다. 삼일회계법인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00명에 가까운 정리해고가 가져올 사회적 비용을 무릅쓸 만큼 노무비 절감 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도 2646명의 정리해고를 쌍용차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쌍용차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으려는 데에는 이명박 정부의 뿌리 깊은 반노동 정서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주요하게는 현대, 기아차 등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사전포석 의미로 보는 견해가 더 많다.

쌍용자동차 노조를 '밟아' 동종업계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쌍용차 구조조정을 모델로 삼아 전국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속내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금속노조 위축, 민주노총 위축 효과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로서도 밀릴 수 없는 승부인 셈이다. 저간의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쌍용차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최종 입장은 '이 참에 노조 깃발을 꺾어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가족대책위 회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부는 노조에 그 어떤 협상카드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직 '노조 깃발'을 내리고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라는 것 뿐이다.

쌍용차 가족대책위 회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부는 노조에 그 어떤 협상카드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직 '노조 깃발'을 내리고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라는 것 뿐이다.

청와대의 입장이 경직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측의 협상 태도가 경직된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사측은 이른바 '산자'들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자신들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순종하고 있음을 여러차례 드러내보였다.

집단 이기주의는 누구의 딱지가 되어야 하나

쌍용차가 위기에 몰린 이후 노동자들이 극한적인 투쟁을 벌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해고에 저항하지 않는 노동조합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노동조합의 기를 꺾겠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이념 편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쌍용차가 망하든 말든, 도장 공장을 둘러싼 충돌에서 어떤 희생이 생겨나든, 노동조합이 어떤 양보안을 내놓든 관계없이 무조건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라는 MB식 '이념전쟁'이 현 쌍용차 사태의 본질인 셈이다.

보수언론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위해 벌이는 점거농성 투쟁에 대해 '집단 이기주의' 굴레를 씌우고 있다. 천 명이 채 안되는 '죽은자'들이 '다같이 죽자'고 버틴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집단 이기주의'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정치 이념의 볼모가 되어 죽기 살기식 전쟁을 조장하고 있는 청와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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