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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사람들과 16년동안 같이 일한 남편이 불쌍해"

한숨만 늘어가는 쌍용차 가족대책위 천막

기자

입력 2009-07-22 13:29:53 l 수정 2009-07-22 14:35:08

22일 오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정문 앞에 부인 십여 명이 줄지어 앉아 해바라기마냥 남편들이 있는 도장공장만 쳐다보고 있다. 벌써 3일 째다. 이틀 전 공장 안으로 공권력이 대거 투입된 후 부터 부인들은 아예 천막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철조망에 막혀 오도가도 못 하고...

쌍용자동차 가대위 회원들이 사측이 설치한 철조망 때문에 오도가도 못 한채 바깥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경찰헬기가 도장공장 위를 빙빙 돌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부인은 급기야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한다.

"야 이놈들아. 니네가 사람이냐. 물도 끊고 밥줄도 끊고 니들이 사람이냐고!"

회사가 식수와 음식물 반입을 막는 데 이어 공장 내 물과 가스공급까지 중단하자 부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아침에 남편과 통화를 했다는 이모(41)씨는 "어제 헬기에서 최루분말을 뿌려대더니 주먹밥에도 최루가스가 묻어서 밥을 못 먹고 있대요. 그나마 주먹밥에 물 붓고 끓여서 겨우 먹었다고 하네요"라고 공장 안 소식을 전했다.

평택시 세교동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이씨는 3일 째 식당 문을 못 열고 있다. "신랑 걱정에 일이 손에 잡혀야지요. 마음은 공장 앞에 있는데 식당에서 앞치마 두르고 있어봤자죠."

이씨의 남편 박모(46)씨는 93년에 입사해 16년 째 자재물류팀에서 일하다 해고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노조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조합 내100여 개나 된다는 현장 조직에도 한 군데 가입하지 않고 집과 회사 밖에 몰랐던 남편이었다. 처음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 이씨는 남편에게 "파업하지 말고 희망퇴직서를 쓰고 오라"고 등을 떠밀었다. 그런데 남편은 "희망퇴직서는 도저히 못쓰겠다. 억울해서 이렇게 못 그만두겠다"며 달랑 양말 두켤레 들고 공장으로 들어갔다. 남편을 말렸던 이씨도 이제는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

"회사랑 경찰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까 너무 징글징글해서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이씨는 전날 가대위 천막이 세워진 공터를 6개월 임대했다며 천막철거를 요구하던 사측 임직원들과 한바탕 싸움을 했다. "하는 짓들이 너무 유치하니까...초등학생들도 이렇게 까진 안 할거에요. 가끔 공장으로 간식이나 넣어주러 오면 못 들어가게 하고 죄인 취급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음식물도 못 들어가게 하고, 물도 끊어요? 정말 저런 사람들하고 16년 동안 같이 일한 우리 남편이 너무 불쌍한 거 있죠."

이씨는 "남편들이 큰 욕심 부리는 건가요? 월급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적만 두게 해달라는데 왜 저렇게 밀어붙이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이렇게 압박하면 남은 방법은 하나 아니겠어요. 저 안에서 열사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최소한 도망갈 수 있는 길이나 터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씨의 말이 끝날 무렵, 아들이 공장안에 있다며 정문출입을 요구하던 한 할아버지가 사측 임직원들을 향해 "니네가 사람이냐. 우리 아들이 저기 들어가 있다구. 이 문 좀 열어봐"라고 절규했다. 평택 공장 앞은 가족들의 눈물과 한숨, 헬기 소리가 뒤엉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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