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때 해외관광 떠난 구의회 의장님들.. '파문확산'

부산 구·군의회 의장단 9일간 유럽 관광성 외유.. 시민단체 "자진 사퇴하라"

기자
입력 2009-07-22 18:08:30l수정 2009-07-22 18:30:14
부산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던 16일, 한나라당 소속 부산지역 구·군의회 의장단들이 해외로 관광성 외유를 떠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격노하고 나섰고, 주민들은 “물난리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의원들이 어찌 그럴 수 있나”라며 분노한 표정이다.

기습폭우로 물난리 난 부산

"안에 들어가 보소 난리도 아입니더" 16일 기습폭우에 집이 침수되자 한 주민이 물을 퍼내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부산 물난리 현장

16일 폭우로 연제구 연안교 주변 일대가 침수됐다. 한 시민이 이 상황을 넋이 나간듯 지켜보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주민들은 폭우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해외연수 떠난 몰지각 의원님들

21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부산시의장단협의회 소속 구·군 의장 13명은 지난 16일 오전 9시 50분께 김해공상을 통해 그리스와 터키 등 유럽 등지로 9일간 해외연수를 떠났다.

이들의 해외연수는 명목상 목적은 ‘의장단 해외연수’지만, 실제 4건의 공식일정을 제외하면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스케줄이 대부분이다. 이번 해외연수에 참가한 의원들은 동래구, 연제구, 사하구,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금정구, 동구, 중구, 서구, 사상구, 강서구, 기장군의회 의장들로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러나 문제는 16일 그 시간에 부산지역에서는 시간당 최고 90㎜가 내려 산사태와 600여곳이 넘는 주택이 침수를 당하는 등 주민들이 최악의 물난리 피해를 겪고 있었다는 것. 게다가 이런 상황을 보고 받고도 조기 귀국 하지 않은 채 24일까지 유유히 해외연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산일보>가 확인한 결과 일부 구의회들은 “의장이 몸이 좋지 않아 요양중이다”, “일주일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확인을 피하거나 해외연수 중인 한 구의회 의장은 “서울에 회의가 있어 왔다”며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우에도 해외관광 떠난 구의회 의장단

지난 16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1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큰 피해를 입은 연제구. 이번 부산시의장단협의회의 관광성 외유에는 연제구 의회 의장도 포함되어 있다.ⓒ연제구 의회 캡쳐

이같은 사실에 대해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분위기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경실련 등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21일 논평을 통해 “물난리에도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구·군의원들은 자격이 없다”며 “자진 사퇴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들 단체는 “그날은 산사태로 사망자까지 발생했고 일부 지역은 토사에 뒤덮여 응급복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구·군의회 의장단들이 관광일정으로 짜여진 연수를 떠나다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당초목적에도 맞지않는 관광일정만으로 채워진데다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해외연수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각 구·군의회는 제명을 결의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1인당 249만9천원에 이르는 구·군의회 의장단의 해외연수 비용도 도마에 올랐다. 시민단체들은 “몰지각한 의원들에게 쓰인 예산은 시민들의 혈세에서 지출된 금액”이라며 “기초단체 존립에 대해 시민들의 회의적 시각이 당연함을 증명해줬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민들의 수해 피해에도 관광성 외유를 떠난 의원자질이 의심스러운 이들의 의원직 사퇴는 당연하다”며 “이러한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는 의회는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주민들 “의장단들 자진 사퇴해야” 목소리 높아져

지역 주민들의 비난도 거세다. 16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1명이 숨지는 등 참사를 겪은 연산 6동의 한 주민은 “의원들이 현장에 나와서 삽을 들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관광을 떠날 수 있느냐”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같은 동에 살고 있는 박모(55) 씨도 “그렇게 비가 오는 걸 보고도 해외로 떠나다니 이해할 수 없다”면서 “평소에도 별로 하는 일이 없는 기초의회인데 이참에 차라리 해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커지자 부산시의장단협의회 측은 의장단 연수가 연기될 경우 위약금까지 물어야해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다소 궁색한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 1
  • 2
  • 3
  • 4
  • 5
  • 6
  • 7

  • 1
  • 2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