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우리를 사람으로 보긴 하는 거냐?"

[르뽀] 공장에 고립된 쌍용차 노조원들

장명구 기자 jmg@vop.co.kr

입력 2009-07-22 22:15:09 l 수정 2011-02-25 23:04:15

소화용수마저 끊긴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도장공장은 소화용수마저 바닥났다. 만약 인화물질이 가득 쌓여있는 도장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를 사람으로 보긴 하는 거냐?”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2일 오후 4시경 카이런 액티언 차량을 생산하는 작업장이 아닌 공장건물 옥상에서 조립 3팀 조합원 10여 명이 용역들의 새총 세례를 피해 잠깐의 휴식시간에 내뱉는 말이다.

공권력 투입 3일 째. 주먹밥 한덩어리로 매 끼니를 때우는 것도 똑같이 3일 째로 접어들었다. 밥과 김치만으로 벌써 2주일을 버텨왔다. 경찰과 사측의 음식물 반입 금지 때문이다.

먹는 문제만이 아니라 단수 조치가 이뤄지면서 조합원들의 식수난 또한 심각하다.

세수나 양치질은 물론 손 씻을 물도 없다. 생수를 가지고 임시방편으로 최소한의 씻기만 가능하다. 화장실에는 여러 사람의 똥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이 모(31)씨는 “장마철이라 그나마 빗물을 받아 사용했는데 이렇게 날이 푹푹 찌니 그마저도 바닥났다”며 “이러다가 전염병이 도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생수마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임 모(38세) 씨는 “도장공장에는 휘발성 물질로 가득 차 있는데 소화용수마저 다 떨어져 만에 하나 화재라도 발생하면 전혀 불을 끌 방법이 없다”며 대형참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점거농성 중인 조합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엄청나다.

조합원들은 단연 사측의 회유성 선무방송과 경찰이 한밤 중 내지르는 고함소리, 방패 내리치는 소리 등 소음공해를 그 이유로 꼽았다.

사측은 정문과 본관 쪽 방향, 후문 등에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 심지어 새벽 늦게까지 거의 24시간을 ‘외부세력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속고 있는 것이다’, ‘가정으로 돌아가 주기를 바란다’ 등 온갖 회유와 협박의 내용을 담은 방송을 내보내면서 조합원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쌍용차 노조 간부의 부인이 자살했던 지난 20일 가뜩이나 침울해 있는 조합원들에게 사측은 선무방송을 하면서 ‘행진’이란 곡을 연신 틀어댔다. 이에 노조에서 “너희들도 인간이냐!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노래가 나오냐”고 경고하고 나서야 다른 곡으로 바꾸는 일도 있었다.

조합원 이 모(38세) 씨는 “자기들 살려고 (우리만)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얘기 아니냐. 선무방송을 할 수록 악만 더 받친다”며 “선무방송 차량을 때려 부수러 가자고 조합원들이 한차례 모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새벽 2시고 4시고 간에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방패로 바닥을 내리치며 조합원들을 못 살게 굴고 있다. 또한 조합원들은 경찰 헬기 소리에 편하게 쉴 틈이 없다. 경찰 헬기는 하루종일 공장 위를 선회하며 조합원들을 감시하거나 최루액을 투하하고 있다.

감시 헬기

경찰 헬기는 하루종일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위를 선회하며 조합원들을 감시하거나 최루액을 투하하고 있다.



김 모(37세) 씨는 “경찰들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며 “싸이렌 소리만 나도 긴장하게 되고 신경쇠약에 걸린 듯 기분이 좋았다가 슬펐다 한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우울증 같기도 하고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 모(38세) 씨는 “조합원들끼리 신경이 날카로워 지면서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이 잦아졌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회사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회생이고 나발이고 없다. 끝장을 보자고 덤비는 동료들도 있다”고 심각함을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의료진 차단의 문제로 번져갔다. 아픈 환자들이 많은데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의약품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토로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 방문하는 진료단 마저 지난 19일에는 사측의 통제에 막혀 아예 들어오지 못한 바 있다.

이들은 또한 바깥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외부의 소식이나 정보에 감감했다.

임 모(38세) 씨는 “신문은커녕 TV를 접하기도 힘들다. 어쩌다 DMB폰으로 겨우 소식을 듣는다”며 “공장안의 일도 하루 지나서 들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특히 조립 3팀의 조합원들은 “전화를 하거나 받아봐야 걱정만 끼친다”며 “집이나 부모님 전화를 안 받는 경우가 많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회사의 흑색선전 등 악랄함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또다른 조합원 이 모(31세) 씨는 “직접적 이해가 있든 없든 노조 상집간부의 아내 등 6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사측에서 “원인 제공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너무 악랄하다. 이 정도까지 악랄하게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사측에서 21일 ‘일일브리핑’을 통해 이탈자가 있다고 선전한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개인행동을 하는 조합원에게는 분위기 흐리니까 자유의사에 따라 아예 나가라고 한다”며 “못 나가게 감시하고 심지어 도망가는 조합원에게 새총을 쏜다는 사측의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손을 내저었다.

임 모(38세) 씨는 애연가인 듯 “기본적인 생존권과 인권을 막는 것도 악독하지만 담배 반입을 금지한 것이 제일 악독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공장점거농성 중인 조립 3팀 조합원들은 한 목소리로 “하루빨리 단수조치를 해제하고 식료품 반입을 허용하는 등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단수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평택공장은 경찰의 단수조치로 인해 양치질은 물론 식수로 사용할 물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오물까지 쌓여가는...

경찰의 단수조치로 인해 화장실에 오물이 쌓여가는 등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선무방송 차량

사측은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의 부인이 자살했던 지난 20일조차 선무방송을 통해 '행진'이란 노래까지 연신 틀어대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

많이 읽은 기사
지금 소셜네트워크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