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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개통 한 달, 역이야? 공사장이야?

김미영 기자

입력 2009-07-25 02:44:10 l 수정 2009-07-27 14:02:05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의선 복선전철이 지난 1일 개통했다. 경기 문산에서 서울 마포 상암DMC(옛 성산역)를 잇는 경의선은 하루 150회 운행한다. 1시간에 1대 꼴로 다니던 전철을 이제는 10분에서 15분 정도만 기다려도 탈 수 있다. 벌써부터 경기북부 생활권에는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대단하다.


하지만 개통 한 달여를 맞는 지금도 경의선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개통 당시 높았던 기대감은 점점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일 <매일노동뉴스>가 경의선 개통 구간을 다녀왔다.



철도 공사 현장

금릉역사 신축공사 현장에 건설노동자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지난 18~19일 내내 큰 비가 내린 뒤, 오랜만에 햇빛이 따갑게 거리를 비췄다. 경기 파주시 금촌동에 위치한 금릉역에 내리자 망치소리와 드릴소리가 요란하다. 역사 주변이 온통 공사장이어서 입구를 찾는 것부터가 곤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철근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 공사현장에는 ‘금릉역 역사 공사 안내문’이 붙어 있다. 1일부터 공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다. 대신 그 옆 임시 가건물에 ‘경의선 복선전철을 우선 개통함에 따라 임시역사에서 여객취급을 한다’는 공문이 붙어있다. 2010년 5월 이전에는 준공예정이니 불편하더라도 양해해 달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전철이 개통한 날부터 역사 신축공사에 착수한 셈이다.


플랫폼에 들어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OO용역회사’라는 명찰이 붙은 조끼를 입은 인부들이 선로 가장자리에서 전기공사를 하고 있다. 열차가 지날 때마다 몸을 피하기는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땀이 날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장해철 철도노조 시설국장을 따라 선로변으로 내려왔다. 지반에서 약 2미터가량 높이에 자갈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선로가 놓여있다. 선로와 지반 사이 경계부분에 비닐이 여기 저기 덮여 있다.


장 국장은 “지난주 내내 비가 오면서 노반(철길이 놓인 땅)이 흘러 내렸다”며 “자칫 노반이 붕괴되면 선로가 무너질 수 있어 임시조치를 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덮어 놓은 비닐 아래로 50센티미터 이상 깊게 파인 물길이 눈에 들어왔다. 플랫폼과 선로 경계부분은 푹 파여 있고 바로 밑에 쓸려 나간 흙더미가 쌓여 있어, 아예 무너져 내린 듯했다.


휘어진 철길, 비 새는 역사


철길을 받치고 있는 노반이 비에 유실될 경우 운행 중인 열차가 탈선할 위험이 있다. 장 국장은 “정상적으로 공사를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노반 폭이 좁고, 있어야 할 배수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배수로가 없다 보니 많이 내린 비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운정역에서 약 300미터 떨어져 있는 운정건널목. 장 국장이 저쪽을 보라며 운정역 반대방향 선로를 가르킨다. 앗! 육안으로 보기에도 철길이 약간 휘어 있다.


탈선 위험

육안으로도 운정역 건널목의 휘어진 선로가 확실히 보인다. 탈선의 위험이 있다.


장 국장은 “만약 KTX가 시속 300킬로미터로 지나갈 경우 휘어진 부분에서 하늘로 튀어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의선 전철(시속 90킬로미터)이 KTX만큼 빠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휘어진 철길은 국토해양부와 철도노사·철도시설공단이 개통 직전 공동으로 진행한 사전검사에서도 문제로 지적이 됐다. 당연히 궤도공사 마감기준에도 어긋난다. 하지만 개통 20여일이 지난 지금도 보완되지 않았다.


가장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일산역을 찾았다. 전철을 이용하기 위한 입구가 3곳있지만 1곳은 이제 막 계단을 깔고 있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로 바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민들이 전철을 기다리는 곳도 역시 공사 중이다. 지붕 아래로 아직 공사가 덜 끝난 전선이 위태롭게 걸려 있다. 바로 옆에는 금릉역처럼 역사 광장 신축공사가 한창인데 건설노동자 한 명이 안전망도 없이 고공에 매달려 있다. 자칫 건설자재가 추락하면 곧장 전철을 타려는 시민들을 덮칠 수 있다.


이곳에서 주로 출·퇴근한다는 유현성씨는 “매일 아침이 교통지옥이었는데 경의선 개통으로 숨통이 트였다”며 “하지만 공사소리도 시끄럽고 소음도 너무 심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일산역은 비가 많이 내린 13일과 14일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단됐다. 비가 샌 것이다. 자동발매기까지 빗물에 젖어 한동안 사용을 못했다.


철도노조는 “파주역도 지붕누수로 엘리베이터와 비상벨이 작동불가 상태였고, 금촌역 내 직원숙소는 물바다가 됐다”고 밝혔다. 일산역 플랫폼 콘크리트 지붕은 비가 그친 지 이틀이 지난 이날까지 젖어 있었다. 이쯤 되면 문을 연 지 겨우 20일 지난 신규역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어 접근이 어려운 역도 있다. 대곡역의 경우 1층 입구에서 2층 맞이방까지 엘리베이터는 물론 휠체어리프트조차 없다. 장애인이 전철을 타려면 역무원에게 업혀서 올라와야 한다. 철도시설관리공단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역사가 많다”면서 “하루 속히 문제점을 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경의선 개통하니 아파트값 천정부지


당초 경의선 복선전철 개통시기는 올해 말로 예정돼 있었다. 2000년 착공 당시 공사기간을 10년으로 계획했으나 6개월이나 앞당겼다. 국토해양부와 철도공사가 이렇게 무리하게 개통을 서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경의선 개통으로 일산을 비롯한 경기북부지역 부동산 판도가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초만 해도 분양률 50%를 밑돌았던 파주시 석사지구에 최근 이동식 중개업소 이른바 ‘떴다방’이 등장했다. 파주시 금촌지구와 고양시 일산 후곡마을 등 기존 아파트 매매가도 올 초보다 수천만원 이상 올랐다.


경의선 17개 역 가운데 9개 역의 관할지역인 고양시는 경의선 개통으로 연간 약 230억원가량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역세권 혜택으로 부동산 거래가 늘고 상권이 개발되면 그만큼 세입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의선 복선전철 안전개통 위한 기자회견

개통 이틀을 앞둔 지난달 29일 행신역 대합실에서 철도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시설과 선로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개통 연기를 주장했다.


경의선 개통을 서두른 이유는 정부의 10% 예산 절감과 조기집행이 맞물린 결과다. 철도시설공단은 상반기 동안 올해 사업비의 70% 이상인 4조3천억원을 집행, 목표의 103%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경의선 개통을 앞당겨 철도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에 기여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철도공사는 경의선 시설물 1천여곳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개통을 강행했다.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가는 토목공사이다 보니 개통이 지연되면 금전적 손해도 막대하다. 20조원을 투자한 KTX의 경우 상리터널 우회문제 등 안전상 이유로 공사기간이 지연됐는데 하루 이자만 55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철도시설은 계획부터 준공까지 철저하게 안전과 유지·관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계절 내내 기상과 싸움을 벌이며 안전하게 승객과 화물을 수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는 공사구간이 있으면 우회하면 되지만 철도는 멈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우리가 지금 이용하는 철도시설 중에는 100년 전 지어진 것도 있다. 철길은 보통 한번 지어지면 일생동안 그 자리에서 제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잘못 지어졌다면? 다 뜯어내고 다시 지어야 한다. 철도노조는 “대형사고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안전기준에 부합하게 공사를 마무리한 후 열차가 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경의선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빨간불을 무시하고 계속 달릴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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