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서리치도록 두렵습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부장의 눈물
정혜림 기자 jhr@vop.co.kr
입력 2009-08-04 09:27:16 수정 2011-02-25 23:04:15
쌍용차노사의 교섭이 결렬되고 평택공장은 다시 전쟁터가 되었다. 지난 3일간의 평화가 꿈이었다는 듯 경찰은 쌍용차 해고조합원과 가족들의 실낱같던 희망위로 연신 최루액을 퍼부어댔다.
지난 3일, 그 난리 통에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부장과 <한국노동방송국> 6시 뉴스가 전화연결을 시도했다. 생각 외로 침착하게 전화를 받은 이 기획부장은 "지난 3일간의 교섭은, 73일 투쟁하는 동안 처음 가져본 교섭다운 교섭"이었노라고 말했다. 단 한번도 '정리해고의 부당성, 정리해고를 감내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언급하기 꺼려했던 사측이 처음으로 이를 협상테이블로 꺼내 왔던 것. 그랬기에 조합원들의 기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기대가 컸던 것일까.
사측은 끝까지 60% 정리해고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즉, 함께 싸워온 동지를 죽이던가, 아니면 같이 죽던가.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사측식의 '양보'였다. 절대 조합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주고도, 사측은 되려 노조측에게 '양보하지 않는다'고 몰아붙이며 일방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이 기획부장은, "기대가 컸던 만큼 오히려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 술 더 떠 사측은, 공장 내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전기까지 끊으며 공장을 암흑으로 만들었다. 위험천만한 '암흑 속 진압'의 판을 벌려 준 셈이다.
그러나 이 기획부장은 "설사 공권력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멈출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이 투쟁을 멈출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는,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쌍용자동차 경영 파탄의 책임이 저희에게 있다고 한다면, 근무태만을 해서 이런 상태가 왔다 한다면, 저희는 백번 양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차 한 대 뽑지 않고, 투자약속 그대로 저버리고.. 이런 문제들이 너무나 자명하고 정부정책의 파탄이 증명됐는데, 그 책임자들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정리해고자라는 사회적 주홍글씨를 저희 이마에 새기려고 하는 이런 기가 막힌 상황에서, 어떻게 저희들이 공장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이 기획부장의 침착하고 이성적이던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었다. 그는 아무리 이런 억울함을 얘기해도 6,70일이 넘도록 책임자들로부터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히려 돌아온 것은, 공장 점거하고 있는 노조때문에 회사 청산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가 막힌 소리 뿐. 열심히 일했고 회사밖에 모르며 살았던 조합원들은 더더욱 지금의 상황이 분하고 억울해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정말 평택은 거대한 화약고가 되어버렸다. 단수에 단전까지 된 도장 안은 위험한 화학물질들이 가득하고, 공권력 투입이 다가온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극한에 몰린 조합원들의 분노 또한 한계에 다달았다. 그의 말대로 그들의 투쟁이 정당한 것이라도, 그냥은 나갈 수 없을 만큼 억울한 것이라도, 공장을 지키고 있는 그들 역시도 희노애락을 가진 사람인데, 이 위험한 순간 앞에 어떻게 담담할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지금 상황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논리적이고 차분하던 이 기획부장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다.
"...조합원들이....6백명이 넘는데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 이미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간 것 같습니다...공권력에 침탈되고, 분노한 조합원들이 어떻게 할 줄 모르는, 그런 통제 불가능한 상황..."
수화기 너머로 들리던 똑부러지던 목소리는 어느새 뜨문 뜨문 일그러졌다.
"40대 가장, 50대 가장이, 아내와 아이와 함께 편안한 오후를 보내야 할 이 시간에, 공권력 침탈에 맞서서, 이것에 맞서서 싸워야 되는, 죽지 않으려고 싸워야 되는 이 상황이 몸서리치도록 두렵습니다."
단단하고 철옹성 같을 줄 알았던 쌍용차지부 기획부장이, 운다. 보수언론이며 사측과 경찰의 총공세를 굳센 팔뚝질로 이겨내던 그 강인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간부가, '두렵다'며 아이처럼 울먹였다.
아내와 아이를 옆에 끼고, 뜨끈한 밥 한끼 배불리 먹고 나른하게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을 법한 저녁이었다. 그들은 그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같은 자식들 먹여살리는 것 외에는 바랄 것 없던 평범한 남편, 평범한 아버지였다. 대체 누가 이들을 '죽지 않기 위해', '죽음의 위험' 속에서 이 악물고 두려움을 이기도록 만들었을까.
"두렵습니다. 공권력이 들어오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살인진압에 대해서 어떠한 반성도 하지않고 있는, 살인진압에 대해서 어떠한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고 있는 이 정권의 악랄함과 폭압성이 두렵습니다."
몸이 다칠까봐, 연행될까봐, 죽을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목숨쯤이야 어찌되든 상관않는 이 정권의 무심한 잔혹함이 몸서리쳐지게 두렵다는 그는, 그러나 오늘도 두려움을 감추고,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 지 모르는 공권력 투입에 맞서 그 스스로 방패가 되어야 한다. 언제 끝이 날지, 어떻게 끝이 날지 모르는 이 암담한 현실보다도 더 공포스러운 것은, 이 현실을 방패 뒤 아이들에게 넘겨주는 것일 테니까.
☎ 방송듣기:'LBS 6시 뉴스' - 이창근 기획부장 전화연결
지난 3일, 그 난리 통에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부장과 <한국노동방송국> 6시 뉴스가 전화연결을 시도했다. 생각 외로 침착하게 전화를 받은 이 기획부장은 "지난 3일간의 교섭은, 73일 투쟁하는 동안 처음 가져본 교섭다운 교섭"이었노라고 말했다. 단 한번도 '정리해고의 부당성, 정리해고를 감내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언급하기 꺼려했던 사측이 처음으로 이를 협상테이블로 꺼내 왔던 것. 그랬기에 조합원들의 기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상황살피고 있는 도장공장 위의 조합원들
'); }그러나, 역시 기대가 컸던 것일까.
사측은 끝까지 60% 정리해고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즉, 함께 싸워온 동지를 죽이던가, 아니면 같이 죽던가.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사측식의 '양보'였다. 절대 조합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주고도, 사측은 되려 노조측에게 '양보하지 않는다'고 몰아붙이며 일방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이 기획부장은, "기대가 컸던 만큼 오히려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 술 더 떠 사측은, 공장 내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전기까지 끊으며 공장을 암흑으로 만들었다. 위험천만한 '암흑 속 진압'의 판을 벌려 준 셈이다.
그러나 이 기획부장은 "설사 공권력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멈출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이 투쟁을 멈출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는,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쌍용자동차 경영 파탄의 책임이 저희에게 있다고 한다면, 근무태만을 해서 이런 상태가 왔다 한다면, 저희는 백번 양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차 한 대 뽑지 않고, 투자약속 그대로 저버리고.. 이런 문제들이 너무나 자명하고 정부정책의 파탄이 증명됐는데, 그 책임자들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정리해고자라는 사회적 주홍글씨를 저희 이마에 새기려고 하는 이런 기가 막힌 상황에서, 어떻게 저희들이 공장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이 기획부장의 침착하고 이성적이던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었다. 그는 아무리 이런 억울함을 얘기해도 6,70일이 넘도록 책임자들로부터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히려 돌아온 것은, 공장 점거하고 있는 노조때문에 회사 청산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가 막힌 소리 뿐. 열심히 일했고 회사밖에 모르며 살았던 조합원들은 더더욱 지금의 상황이 분하고 억울해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정말 평택은 거대한 화약고가 되어버렸다. 단수에 단전까지 된 도장 안은 위험한 화학물질들이 가득하고, 공권력 투입이 다가온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극한에 몰린 조합원들의 분노 또한 한계에 다달았다. 그의 말대로 그들의 투쟁이 정당한 것이라도, 그냥은 나갈 수 없을 만큼 억울한 것이라도, 공장을 지키고 있는 그들 역시도 희노애락을 가진 사람인데, 이 위험한 순간 앞에 어떻게 담담할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지금 상황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논리적이고 차분하던 이 기획부장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다.
"...조합원들이....6백명이 넘는데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 이미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간 것 같습니다...공권력에 침탈되고, 분노한 조합원들이 어떻게 할 줄 모르는, 그런 통제 불가능한 상황..."
수화기 너머로 들리던 똑부러지던 목소리는 어느새 뜨문 뜨문 일그러졌다.
"40대 가장, 50대 가장이, 아내와 아이와 함께 편안한 오후를 보내야 할 이 시간에, 공권력 침탈에 맞서서, 이것에 맞서서 싸워야 되는, 죽지 않으려고 싸워야 되는 이 상황이 몸서리치도록 두렵습니다."
단단하고 철옹성 같을 줄 알았던 쌍용차지부 기획부장이, 운다. 보수언론이며 사측과 경찰의 총공세를 굳센 팔뚝질로 이겨내던 그 강인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간부가, '두렵다'며 아이처럼 울먹였다.
ⓒ민중의소리
이창근 기획부장
'); }아내와 아이를 옆에 끼고, 뜨끈한 밥 한끼 배불리 먹고 나른하게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을 법한 저녁이었다. 그들은 그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같은 자식들 먹여살리는 것 외에는 바랄 것 없던 평범한 남편, 평범한 아버지였다. 대체 누가 이들을 '죽지 않기 위해', '죽음의 위험' 속에서 이 악물고 두려움을 이기도록 만들었을까.
"두렵습니다. 공권력이 들어오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살인진압에 대해서 어떠한 반성도 하지않고 있는, 살인진압에 대해서 어떠한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고 있는 이 정권의 악랄함과 폭압성이 두렵습니다."
몸이 다칠까봐, 연행될까봐, 죽을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목숨쯤이야 어찌되든 상관않는 이 정권의 무심한 잔혹함이 몸서리쳐지게 두렵다는 그는, 그러나 오늘도 두려움을 감추고,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 지 모르는 공권력 투입에 맞서 그 스스로 방패가 되어야 한다. 언제 끝이 날지, 어떻게 끝이 날지 모르는 이 암담한 현실보다도 더 공포스러운 것은, 이 현실을 방패 뒤 아이들에게 넘겨주는 것일 테니까.
☎ 방송듣기:'LBS 6시 뉴스' - 이창근 기획부장 전화연결
정혜림 기자jhr@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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