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은 없다. 끝까지 갈 뿐이다"
[르포⑤] 최후의 보루, 도장2공장에 모인 조합원들
장명구 기자
입력 2009-08-06 11:38:48 수정 2011-02-25 23:04:15
6일 새벽. 도장1공장을 뺏긴 노조원들이 모여있는 도장2공장은 분노와 두려움, 상실감, 허탈감이 팽배해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전쟁같은 이틀을 보내느라 녹초가 됐을 법도 하지만 조합원들은 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최후의 보루인 도장 2공장까지 오게 된 현실이 믿기지 않은 듯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권력과 용역 사측 직원들과의 크고 작은 충돌 속에서 '패'한 적이 없다가 단 하루만에 '처참히' 깨졌기 때문이다. 이날 새벽 3층 라인 한 켠에서 만난 강아무개(조립팀, 13년근무)씨는 "옥쇄파업 후 처음으로 마지막 거점까지 왔다"며 "오늘 깨졌는데 데미지가 크다. 심리적으로 전의상실"이라고 씁쓸히 말했다.
16년을 근무한 김아무개 씨도 전날 조립3,4공장에서의 공권력 침탈 상황을 곱씹으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상실감이 크고 공황상태"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모두 고무탄총, 테이저건, 삼단봉 등으로 무장한 채 짐승사냥하듯 밀고 들어오던 경찰 특공대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했다. 23년을 근무한 김아무개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공권력 집행에 정의가 존재하긴 하는 거냐"고 피 토하듯 말했다. 김씨는 "우리도 국민의 일부인데,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면서 "이 정도의 폭압적 탄압은 예상치 못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련은 없다. 지도부를 믿고 끝까지 갈 뿐..."
그러나 살인적인 공권력의 진압작전보다 조합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준 당사자는 다름아닌 그동안 가족처럼 사랑하고 '내 일터'라고 자부해 왔던 '쌍용자동차'이다. 머리 속으로는 '이번 쌍용차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 있고, 우리의 투쟁은 정부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 밑바닥에선 그동안 몸담고 일해왔던 회사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가시질 않는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더 슬프고 힘들다.
"이제까지 우리는 한 가족이라더니 한순간에 잘라버리고, 탄압하고, 죽이려 든다. 정말 치가 떨린다."
십 수 년째 '집-공장-집-공장'밖에 몰랐던 조합원의 말이다. 그는 "회사에 이제 미련이 없다. 질렸다. 온갖 회유와 협박, 탄압으로 응어리졌다"고 말했다.
노사협상 결렬 당일인 2일부터 5일까지 총 247명의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떠났다. 가족들이 걱정해서, 승리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무서워서...파업이탈의 이유는 각양각색이겠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 질렸다'는 것이 농성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조합원들은 입을 모았다.
한 조합원은 "파업기간 동안 회사가 보여준 행태에 모멸감을 느낀다"며 "이제는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이겨서 고용보장이 된다고 해도 더이상 회사를 다니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공장 안에는 5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남아 있다. 왜 이들은 그렇게나 지치고, 힘들고, 무섭고, 배고프고, 때에 찌든 옷에 얼굴 한번 제대로 씻지 못하면서도 악착같이 공장을 사수하고 있는 것일까.
16년 근속한 박아무개 씨는 "끝을 못보면 후회할 것 같아서"라며 끝까지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조합원은 "사람이란게 그렇다. 밥 굶는거 뻔히 알면서도, 물 한모금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존감'이란 게 뭔지. 버틸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에 대한 무한한 신뢰도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현 집행부는 '깨끗하다', '당선되자마자 똥 밟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조합원은 "전대 집행부는 상하이차와 유착관계가 있었다. 전 집행부가 제대로 대응만 했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진 안됐을 거다. 한 지부장은 당선되자마자 투쟁하느라 고생했다"고 강조했다.
생산관리팀에서 일한 김아무개 씨는 "한상균 지부장을 믿는다"면서 "조합원들을 가슴으로 대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공권력 투입 첫날, 온통 최루액을 뒤집어 써 노랗게 물든 옷을 입고 며칠을 버티고 있는 한 지부장은 "하루만 저를 믿고, 꼭 하루만 버텨달라. 모든 걸 책임지고 여러분의 성의에 꼭 보답하겠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 모습을 본 조합원들도 같이 울었다.
이날 아침 교섭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장2공장 곳곳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그러나 이제 조합원들은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지도부를 믿고 끝까지 갈 뿐이다.
조합원들은 최후의 보루인 도장 2공장까지 오게 된 현실이 믿기지 않은 듯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권력과 용역 사측 직원들과의 크고 작은 충돌 속에서 '패'한 적이 없다가 단 하루만에 '처참히' 깨졌기 때문이다. 이날 새벽 3층 라인 한 켠에서 만난 강아무개(조립팀, 13년근무)씨는 "옥쇄파업 후 처음으로 마지막 거점까지 왔다"며 "오늘 깨졌는데 데미지가 크다. 심리적으로 전의상실"이라고 씁쓸히 말했다.
16년을 근무한 김아무개 씨도 전날 조립3,4공장에서의 공권력 침탈 상황을 곱씹으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상실감이 크고 공황상태"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경남
5일 조립 3.4팀 옥상에서 쓰러진 노동자을 짓밟고 있는 경찰특공대
'); }조합원들은 모두 고무탄총, 테이저건, 삼단봉 등으로 무장한 채 짐승사냥하듯 밀고 들어오던 경찰 특공대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했다. 23년을 근무한 김아무개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공권력 집행에 정의가 존재하긴 하는 거냐"고 피 토하듯 말했다. 김씨는 "우리도 국민의 일부인데,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면서 "이 정도의 폭압적 탄압은 예상치 못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련은 없다. 지도부를 믿고 끝까지 갈 뿐..."
그러나 살인적인 공권력의 진압작전보다 조합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준 당사자는 다름아닌 그동안 가족처럼 사랑하고 '내 일터'라고 자부해 왔던 '쌍용자동차'이다. 머리 속으로는 '이번 쌍용차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 있고, 우리의 투쟁은 정부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 밑바닥에선 그동안 몸담고 일해왔던 회사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가시질 않는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더 슬프고 힘들다.
"이제까지 우리는 한 가족이라더니 한순간에 잘라버리고, 탄압하고, 죽이려 든다. 정말 치가 떨린다."
십 수 년째 '집-공장-집-공장'밖에 몰랐던 조합원의 말이다. 그는 "회사에 이제 미련이 없다. 질렸다. 온갖 회유와 협박, 탄압으로 응어리졌다"고 말했다.
노사협상 결렬 당일인 2일부터 5일까지 총 247명의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떠났다. 가족들이 걱정해서, 승리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무서워서...파업이탈의 이유는 각양각색이겠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 질렸다'는 것이 농성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조합원들은 입을 모았다.
한 조합원은 "파업기간 동안 회사가 보여준 행태에 모멸감을 느낀다"며 "이제는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이겨서 고용보장이 된다고 해도 더이상 회사를 다니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공장 안에는 5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남아 있다. 왜 이들은 그렇게나 지치고, 힘들고, 무섭고, 배고프고, 때에 찌든 옷에 얼굴 한번 제대로 씻지 못하면서도 악착같이 공장을 사수하고 있는 것일까.
16년 근속한 박아무개 씨는 "끝을 못보면 후회할 것 같아서"라며 끝까지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조합원은 "사람이란게 그렇다. 밥 굶는거 뻔히 알면서도, 물 한모금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존감'이란 게 뭔지. 버틸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도장2공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최후결의를 다지는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 }노조 집행부에 대한 무한한 신뢰도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현 집행부는 '깨끗하다', '당선되자마자 똥 밟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조합원은 "전대 집행부는 상하이차와 유착관계가 있었다. 전 집행부가 제대로 대응만 했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진 안됐을 거다. 한 지부장은 당선되자마자 투쟁하느라 고생했다"고 강조했다.
생산관리팀에서 일한 김아무개 씨는 "한상균 지부장을 믿는다"면서 "조합원들을 가슴으로 대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공권력 투입 첫날, 온통 최루액을 뒤집어 써 노랗게 물든 옷을 입고 며칠을 버티고 있는 한 지부장은 "하루만 저를 믿고, 꼭 하루만 버텨달라. 모든 걸 책임지고 여러분의 성의에 꼭 보답하겠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 모습을 본 조합원들도 같이 울었다.
이날 아침 교섭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장2공장 곳곳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그러나 이제 조합원들은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지도부를 믿고 끝까지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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