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우군이 됐어야 할 민주노총이 "쌍용차 투쟁에 민주노총은 보이지 않았다"는 뼈 아픈 혹평을 듣고 있다. 한 노동자는 "민주노총이 사회연대노총을 표방했으면 도장공장에 들어가 인간방패라도 할 줄 알았다"며 "평택역에서 집회 몇 번 하고 공장 앞에 천막만 쳐놓으면 연대인 줄 안다"고 꼬집었다.
쌍용차 투쟁은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려는 전국적 구조조정의 첫 시험대이자 '총노동'과 '총자본'의 첫번째 전면전이었다. 노동자도 밀릴 수 없었고, 정부도 밀릴 수 없는 한판 승부였던 것이다. 때문에 사측, 채권단, 공권력, 정부는 똘똘 뭉쳐 사생결단의 자세로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반면 이들에 맞서 싸웠던 건 쌍용차 노동자들 뿐이었다. 민주노총은 쌍용차 투쟁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망'하는 듯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기업·정규직 노동자 양보론에 기초한 사회연대전략
그 이유는 임성규 민주노총 지도부가 내세운 '사회연대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주노총이 사회연대전략이라는 노선을 본격적으로 꺼내든 것은 지난 4월1일 임성규 위원장이 선출되면서 부터다. 임 위원장은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활동은 정규직 노동자만을 위한 투쟁으로 비춰져 왔다"며 "자세를 낮추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사회연대에 기반한 노동운동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로도 임 위원장은 "정규직-조합원 중심의 경제적 실리주의에서 벗어나 미조직 노동자, 사회적 약자, 소외된 서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사회연대운동에 기반한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며 사회연대의지를 거듭 밝혔다.
'정규직·대기업 노동자'에 대한 집중적 공격에 따른 노동운동 위축에서 나온 사회연대전략의 핵심은 '정규직의 양보'에 기초해 비정규직을 끌어안고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와 '노조의 이익집단화'가 민주노총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부터 자신의 이익을 양보해야 하고, 이렇게 했을 때 민주노총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가 불식돼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고 비정규직을 비롯한 각계각층과의 연대를 실현할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게 사회연대전략의 기본 골자다.
이러한 사회연대전략 노선 하에서 봤을 때 쌍용차 투쟁은 민주노총이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다. 사회연대전략의 기본 밑바탕에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고, 그 비판의 핵심은 완성4사 노동자들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쌍용차 노조는 이제까지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닿는 사업장도 아니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쌍용차 투쟁 초기 부터 '연봉 수천 만원씩 받아 온 노동자들이 끝까지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점거농성을 한다'는 식으로 몰아갔고, 실제 쌍용차 투쟁을 지켜보는 시민들 중에는 "그동안 잘 먹고 잘 살더니.."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꽤 광범위하게 형성이 됐었다.
때문에 민주노총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도 결국 정권과 자본, 보수언론이 만들어 낸 '고통분담', '대기업 귀족노조' 프레임에 빠질까봐 '발담그기'를 주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민주노총이 쌍용차 투쟁의 성격을 잘못 진단하고 있었다"는 한 노동계 인사의 지적도 이같은 인식과 맞닿아 있다. 민주노총이 쌍용차 투쟁을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투쟁' 정도로만 치부한 게 아니냐는 말이다.
이같은 인식은 쌍용차 노사 합의가 타결된 6일 민주노총 명의의 성명에서도 드러나 있다.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자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명의의 성명에서 "쌍용차 투쟁이 '경영상의 문제'를 넘어선 '정치문제'가 되며 원만한 사태해결이 가로막혔던 이유도 정부와 사측의 잘못된 태도에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쌍용차 투쟁은 노조깃발을 꺾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전방위적으로 확대시키려는 이명박 정권과의 '정치투쟁'이었다. 민주노총이 쌍용차 투쟁을 '정치문제'로 보지 않고 '경영상의 문제' 혹은 '구조조정'의 문제로만 한정짓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사회 의식이나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갑고, 민주노총으로서도 그런 것들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지부 이영호 상황실장은 "이미 4월 중순에 지도부가 모여 회의를 하면서 완성사를 비롯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결합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며 "투쟁의 처음과 끝 모두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었다"고 말했다.
무기력한 민주노총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노총 지도부 안에선 쌍용차 투쟁을 금속노조가 해야 할 투쟁, 혹은 단위사업장이 알아서 해야 될 투쟁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속노조 또한 나머지 완성3사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취하면서 투쟁 동력을 잃었고, 이는 곧 정갑득 위원장과 몇몇 집행간부들의 '고군분투'로 이어졌다.
일례로 지난 6월 3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쌍용차비정규직지회 복기성 사무국장은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에게 "쌍용차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총파업을 전개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정갑득 위원장은 "선언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 파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현대, 기아, GM대우의 파업 동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현대차지부는 7월13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쌍용차지부의 파업에 연대하기 위한 '동조 파업안'을 부결시켰다. 대신 금속노조는 '공권력 투입 시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7월20일 공권력이 투입됐을 때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실행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또한 몇 차례 단타성 규탄집회만 상정할 수밖에 없었다.
협상국면에는 협상만 바라봤고, 협상 결렬 후 이어진 공권력의 진압에는 무기력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7월 말 첫 협상이 이뤄졌을 때 민주노총 간부 대다수가 협상이 잘 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도장공장 진입 작전이 벌어졌던 4~5일은 민주노총의 무기력함은 정점에 달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당일 오후 공장 앞에서 자동차산업범대위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6일 금속노조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고 9일에는 민주노동당 주최 범국민대회에 함께 참여해 본 때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도장공장 진압이 오늘, 내일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9일에 본 때를 보여주겠다"는 임 위원장의 발언은 참혹한 도장공장 내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다.
쌍용차 창원지회의 한 노동자는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나 정치적 야망만 있지, 구속을 각오하면서까지 이 투쟁에 나서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한마디로 보여주기식 투쟁만 했다"고 비판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쌍용차 투쟁과 관련 민주노총에 쏟아지는 비판을 안타까워하며 "민주노총이 살기 위해선 임성규 위원장이 도장공장에 드러누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사회연대를 이루기 위해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권과 자본에 대한 광범위한 전선을 치는 것에서 부터 사회연대전략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도장공장을 중심으로한 목숨을 건 77일간의 투쟁을 벌인 쌍용차 노동자들의 외침이다.
쌍용차 투쟁은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려는 전국적 구조조정의 첫 시험대이자 '총노동'과 '총자본'의 첫번째 전면전이었다. 노동자도 밀릴 수 없었고, 정부도 밀릴 수 없는 한판 승부였던 것이다. 때문에 사측, 채권단, 공권력, 정부는 똘똘 뭉쳐 사생결단의 자세로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반면 이들에 맞서 싸웠던 건 쌍용차 노동자들 뿐이었다. 민주노총은 쌍용차 투쟁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망'하는 듯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이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기업·정규직 노동자 양보론에 기초한 사회연대전략
그 이유는 임성규 민주노총 지도부가 내세운 '사회연대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주노총이 사회연대전략이라는 노선을 본격적으로 꺼내든 것은 지난 4월1일 임성규 위원장이 선출되면서 부터다. 임 위원장은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활동은 정규직 노동자만을 위한 투쟁으로 비춰져 왔다"며 "자세를 낮추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사회연대에 기반한 노동운동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로도 임 위원장은 "정규직-조합원 중심의 경제적 실리주의에서 벗어나 미조직 노동자, 사회적 약자, 소외된 서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사회연대운동에 기반한 노동운동을 펼치겠다"며 사회연대의지를 거듭 밝혔다.
'정규직·대기업 노동자'에 대한 집중적 공격에 따른 노동운동 위축에서 나온 사회연대전략의 핵심은 '정규직의 양보'에 기초해 비정규직을 끌어안고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와 '노조의 이익집단화'가 민주노총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부터 자신의 이익을 양보해야 하고, 이렇게 했을 때 민주노총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가 불식돼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고 비정규직을 비롯한 각계각층과의 연대를 실현할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게 사회연대전략의 기본 골자다.
이러한 사회연대전략 노선 하에서 봤을 때 쌍용차 투쟁은 민주노총이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다. 사회연대전략의 기본 밑바탕에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고, 그 비판의 핵심은 완성4사 노동자들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쌍용차 노조는 이제까지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닿는 사업장도 아니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쌍용차 투쟁 초기 부터 '연봉 수천 만원씩 받아 온 노동자들이 끝까지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점거농성을 한다'는 식으로 몰아갔고, 실제 쌍용차 투쟁을 지켜보는 시민들 중에는 "그동안 잘 먹고 잘 살더니.."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꽤 광범위하게 형성이 됐었다.
때문에 민주노총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도 결국 정권과 자본, 보수언론이 만들어 낸 '고통분담', '대기업 귀족노조' 프레임에 빠질까봐 '발담그기'를 주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민주노총이 쌍용차 투쟁의 성격을 잘못 진단하고 있었다"는 한 노동계 인사의 지적도 이같은 인식과 맞닿아 있다. 민주노총이 쌍용차 투쟁을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투쟁' 정도로만 치부한 게 아니냐는 말이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점거농성중인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4일 경찰의 진압에 맞서 폐타이어에 불을 붙여 검은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 }이같은 인식은 쌍용차 노사 합의가 타결된 6일 민주노총 명의의 성명에서도 드러나 있다.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자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명의의 성명에서 "쌍용차 투쟁이 '경영상의 문제'를 넘어선 '정치문제'가 되며 원만한 사태해결이 가로막혔던 이유도 정부와 사측의 잘못된 태도에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쌍용차 투쟁은 노조깃발을 꺾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전방위적으로 확대시키려는 이명박 정권과의 '정치투쟁'이었다. 민주노총이 쌍용차 투쟁을 '정치문제'로 보지 않고 '경영상의 문제' 혹은 '구조조정'의 문제로만 한정짓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사회 의식이나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갑고, 민주노총으로서도 그런 것들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지부 이영호 상황실장은 "이미 4월 중순에 지도부가 모여 회의를 하면서 완성사를 비롯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결합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며 "투쟁의 처음과 끝 모두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었다"고 말했다.
무기력한 민주노총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노총 지도부 안에선 쌍용차 투쟁을 금속노조가 해야 할 투쟁, 혹은 단위사업장이 알아서 해야 될 투쟁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속노조 또한 나머지 완성3사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취하면서 투쟁 동력을 잃었고, 이는 곧 정갑득 위원장과 몇몇 집행간부들의 '고군분투'로 이어졌다.
일례로 지난 6월 3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쌍용차비정규직지회 복기성 사무국장은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에게 "쌍용차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총파업을 전개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정갑득 위원장은 "선언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 파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현대, 기아, GM대우의 파업 동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현대차지부는 7월13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쌍용차지부의 파업에 연대하기 위한 '동조 파업안'을 부결시켰다. 대신 금속노조는 '공권력 투입 시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7월20일 공권력이 투입됐을 때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실행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또한 몇 차례 단타성 규탄집회만 상정할 수밖에 없었다.
협상국면에는 협상만 바라봤고, 협상 결렬 후 이어진 공권력의 진압에는 무기력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7월 말 첫 협상이 이뤄졌을 때 민주노총 간부 대다수가 협상이 잘 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도장공장 진입 작전이 벌어졌던 4~5일은 민주노총의 무기력함은 정점에 달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당일 오후 공장 앞에서 자동차산업범대위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6일 금속노조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고 9일에는 민주노동당 주최 범국민대회에 함께 참여해 본 때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도장공장 진압이 오늘, 내일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9일에 본 때를 보여주겠다"는 임 위원장의 발언은 참혹한 도장공장 내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다.
쌍용차 창원지회의 한 노동자는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나 정치적 야망만 있지, 구속을 각오하면서까지 이 투쟁에 나서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한마디로 보여주기식 투쟁만 했다"고 비판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쌍용차 투쟁과 관련 민주노총에 쏟아지는 비판을 안타까워하며 "민주노총이 살기 위해선 임성규 위원장이 도장공장에 드러누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사회연대를 이루기 위해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권과 자본에 대한 광범위한 전선을 치는 것에서 부터 사회연대전략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도장공장을 중심으로한 목숨을 건 77일간의 투쟁을 벌인 쌍용차 노동자들의 외침이다.
ⓒ민중의소리
15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비해고 노동자들에게 "함께살자"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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