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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파업에서 민주노총만 빠져라? 결국 굴복하라는 것"

[인터뷰] 부산항 50년만의 첫 파업, 정창호 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장

기자

입력 2009-08-24 15:01:22 l 수정 2011-02-16 20:46:59

지난 7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부산항 예선노조

지난 7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부산항 예선노조


부산항 예선의 모습. 예선은 대형선박이 부두에 접안하거나 이안할 수 있도록 돕는 배를 일컫는다.

부산항 예선의 모습. 예선은 대형선박이 부두에 접안하거나 이안할 수 있도록 돕는 배를 일컫는다.



부산항 50년 만에 첫 파업인 ‘예선파업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막판교섭과 파업 초기만 해도 협상타결이 유력했지만 언제부턴가 선사측은 물론 정부의 유관기관들이 입이라도 맞춘 듯 노조를 강경하게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부산항 감만시민부두 내에 차려진 파업농성장에 항만공사의 철거 공문까지 내려왔고, 부산항 6개 선사중 3개 선사는 파업에 맞대응해 직장폐쇄라는 강경조치에 들어갔다. 검찰과 관련 관련기관들은 노조의 불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는 ‘파업을 끝까지 사수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부산항 감만시민부두 파업장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난 정창호 전국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전국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파업을 사수하겠다”며 “선사측은 당장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 지회장은 ‘선원’이라는 말을 한번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우리노동자’, ‘예선노동자’라는 단어를 강조해 ‘단체교섭’에 나오면서도 여전히 선원법 적용을 고수하려는 선사측에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는 노동자”...“예선파업사태 해결의 핵심은 노조인정“

정창호 운수노조 전국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장

정창호 운수노조 전국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장

예선지회는 생소한 노조의 명칭처럼 실제 결성한지 석달도 채 되지 않는 신생노조.

이런 신생노조가 18일째 파업에 들어가 있지만 파업조합원의 이탈이 극히 소수인 만큼 내부 파업참가 열기가 뜨겁다. 이들은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감만시민부두 내에 있는 쉼터인 팔각정에서 매일 숙식을 해결하며 파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정 지회장은 “내용증명과 문자가 날라 오고 가족들을 이용해 회유공세를 펼쳐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조합원들로부터 핸드폰을 모아서 전화를 받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비상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들이 이렇게 파업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이유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적용법조차 애매모호한 현실이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노조의 말을 빌면 ‘돈을 갈퀴로 끌어모은다’는 부산항 6개선사의 처지와는 달리 정작 선사를 먹여 살리고 있는 예선노동자들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이에 대해 정 지회장은 “24시간 긴장한 상태에서 쪽잠을 자는데다 밥을 먹다가 호출이 오면 작업을 나가고,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참으며 일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정 지회장은 “이렇게 일하는 실질 노동시간이 한 달에 무려 320시간 가까이 되지만 월급은 수십년 일한 선장도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휴가를 4일 다녀오면 8일을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노동조건에 자신의 처지를 대변해줄 노조가 없으면 어떻게 되겠냐는 것이 정 지회장의 주장이다.

또한 항만청과 노동부에서조차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선사측은 교섭에서 여전히 선원법 적용을 고수하고 있다. 선원법을 적용하게 되면 근로기준법에 나타나 있는 시간외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파업에 들어가기 전 노사 모두 교섭타결 직전까지 이르렀지만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도 사측의 태도변화에 정부의 개입이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분명했다. 정 지회장은 “막판 교섭에서 타결직전까지 갔었다”며 “그날 갑자기 노동부가 ‘선장은 사용자’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교섭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정창호 지회장은 “사측이 민주노총은 빠지라고 말하고 관계기관들은 노조를 몰아붙이고 있다”며 “결국은 노조인정이 사태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창호 지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6개 예선선사 공동 담합해 막대한 수입 올리고 있다"

-예선노동자들이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도선사와는 다르다. 일명 ‘파이롯트’라 불리우는 도선사는 개인사업자다. 연봉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며칠전 감만 시민부두에 놀러온 한 시민이 “돈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왜 파업을 하냐”며 묻더라. 결국 200여만원 월급명세서를 가져다 보여주니 그분도 할말을 잃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예전에 외항선을 탔던지 해기사를 하다 나이가 들어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예선노동자가 됐다. 비록 하루 24시간 근무 맞교대이지만 가족을 볼 수 있다는게 어딘가. 우린 부두에서 예선을 끌고 대형선박의 접안과 이안작업을 하며 24시간 맞교대로 하루종일 일하고 있다.

"청춘을 바친 예선노동자.."

부산항 감만시민부두 전국항만예선지부 부산지회 파업 현장에 내걸린 지지현수막.



-부산항에는 예선선사가 몇 개나 되나?

=부산항에는 6개 선사가 있다. 사측은 영업을 하지 않아도 손실이 없다. 이는 공동담합의 결과인데 이를 용인하고 있는 배경이 있다.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수입이 생기는 특수한 구조다. 한 선사가 작업을 하나 받으면 다른 5개 선사도 똑같이 일을 수주받는다. 제대로 일(영업)을 안해도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매년 3~40억가량 하는 배 한 척을 뚝딱 만들 수 있는 돈을 벌어들인다. 이런 과정에서 다른 회사는 이곳에 들어오지 못한다. 물동량이 많아지면 이들 선사들의 담합도 더 강해진다.

-한달에 300여시간 가까이 일한다고 들었다.

=선사 측에서는 하루 5~6시간 일하고 나머지는 대기하면서 쉰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쉴틈이 없다. 부두에 접안하는 배가 있을 경우 언제든 호출을 받고 나가야 한다. 배가 예약을 하고 제 시간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도 들어오고 낮 11시에도 들어오고 입항이나 출항하는 시간이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VHF(초단파) 무전기를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 24시간 무전기를 들고 있으면서 쪽잠을 자고 밥을 먹다가도 호출하면 나가고.. 계속 배 안에서 대기하거나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도 참는다.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하다. 긴장의 연속이다. 이런 노동강도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은 환청을 호소하거나(무전송신의 영향으로), 생활의 리듬이 깨져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일하면 한 달 실질 노동시간이 무려 320시간 가까이 된다. 물론 월급은 수 십년 경력자라고 해도 200정도다.

휴가철이 되면 휴가계획서를 내라고 하더라. 그러나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 4일의 휴가를 다녀오면 남은사람이 그 몫까지 총 8일의 근무를 해야 한다. 그것도 매일 24시간씩. 그리고 휴가를 다녀온 사람도 역시 이어 8일을 근무해야 한다. 남은 사람도 휴가를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휴가가 아닌 셈이다. 이런데도 법에 따라 휴가를 가라하니 다들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휴가비도 안준다(웃음) 이런데도 노조가 없으면 어떻게 되겠나?

"한달 실질 노동시간이 320여시간.. 이런데도 노조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

-노조를 만들게 된 배경을 말해 달라.

=우리는 처음에 노조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언젠가 선원법이냐 근로기준법이냐를 갖고 선사 측에서 조사를 나와 선원법에 동그라미를 치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법제처에서 항내만을 운항하는 선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한다는 유권해석 때문이었다. 사실 선사 측에서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시간외 수당을 지불해야한다. 그래서 자꾸 예외를 둘 수 있는 선원법을 적용하려 하는 것이다. 심지어 선사측은 법을 개정해 예선이나 항내만 선원들까지 선원법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결국 항만청에서 선원법 개정안의 찬반에 대해서 묻기 위해 우리를 불렀다. 오히려 항만청에서는 근로기준법을 언급하더라.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갑론을박이 되면서 마지막에 대표자가 없냐고 물었다. ‘대표자도 없이 이러고 있느냐’는 그 말에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선사 측과 항만청이 노조조직을 도운 셈이다.

직장폐쇄 '출입금지'

직장폐쇄를 단행한 한 예선선사가 예선에 '출입금지' 표식을 붙여놓았다.


직장폐쇄로 발묶인 예선들

감만 시민부두 넘어(가운데) 4부두에 직장폐쇄 조치 단행으로 선사측이 묶어놓은 예선들이 보인다.



-파업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

=파업을 하고 있는 감만시민부두 팔각정에서 조합원 모두 퇴거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요 옆에 붙어 있는 선전물도 모두 떼라고 하는 실정이다. 부두 내에 있다 보니 고립되어 있다. 게다가 파업이 10일이 넘어가니 쉽지만은 않다. 무노동 무임금이 아닌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나이가 많고 가정형편이 어렵다. ‘생활고’ 뿐만 아니라 사측의 회유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갈등하다 결국 4명이 이탈했다. 그러나 지금 조합원들은 얼마든지 파업을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분위기다. 매일같이 진행되는 교육과 결의대회도 힘을 내게 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선사측에서 내용증명과 문자까지 보냈다던데?

=선장에게 내용증명을 띄우고 돌아오라는 문자까지 날렸다. 비조합원 가족이 조합원 가족에 전화해 ‘회사사장이 돌아오면 용서해준다더라’는 등의 회유공세까지 펼친다. 결국 이 이야기를 들은 조합원 가족이 우리 조합원에게 ‘당신 못 이긴다. 복귀하라’며 호소를 한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자 결국 핸드폰을 모아서 전화를 받지 말자는 이야기 까지 나왔다.

-이번 파업사태에 핵심쟁점이 뭔가?

=무엇보다 핵심은 노조인정이다. 선사측은 말로는 민노총이 빠지면 다 들어주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어찌됐든 싫다는 거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빼고 나면 우린 힘이 하나도 없다. 이건 결국 굴복하고 들어오라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선사 측의 주장대로 개별협상을 할 수 있지만 민주노총을 빼고 협상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산별노조인만큼(개별협상에) 1명은 들어와야 한다.

"교섭타결 직전 '선장은 사용자' 유권해석 내린 정부 저의 의심스러워"

-파업 전 막판에 교섭이 타결직전까지 갔다고 들었다.

=정부측에서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민주노총에 속해 있으니 노동청도 이에 따라 우리를 대하고 있다. 지난 막판 교섭에서 오후 3시에 교섭타결을 거의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이때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내려왔다. 갑자기 선사측이 돌변해서 교섭을 그만두자고 하더라. 정부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의견교환이 진행되던 것도 12일부터는 아예 끊어졌다.

그동안 나는 노동부가 노동자 편인 줄 알았다. 우리 편에서 일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사주측에 서서 일하고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근로감독관까지 대체인력 투입을 고발하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우리 편이 없다.

-노동부가 최근 ‘선장은 사용자로 봐야한다’는 등의 유권해석을 내리는 등 이 부분도 논란이 크다.

=배에는 항해파트에 2명 기관파트에 2명 총 4명이 있다. 이 4명이 2조를 이뤄 매일같이 교대하며 일한다. 그중 선장은 한명이지만 교대근무를 위해 A선장과 B선장을 설정해놓는다. 필요에 의해 선장이 정해진다. 이런 선장은 명령권이 없다. 다들 동료인데 누가 지휘권을 가지고 명령하겠나. 게다가 부두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선사 측에서 하나같이 모든 일에 간섭한다. 컵이 하나 깨지거나 액자를 다는 것까지 지시할 정도다. 이런데 선장이 사용자여서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인정할 수 없다.

-정부 관계기관이 대책회의까지 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파급효과가 크다. 부산항 50년 역사에 처음 있는 선원들의 파업이다. 화물연대나 항운노조와는 다르다. 배를 모는 사람들이 파업을 한 경우는 지금껏 없었다. 그래서 관계기관은 대외신인도를 크게 걱정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겨우 60여명이 그 어디서 파업을 한다고 이렇게 관심을 두겠나. 항만의 보안업무를 맡고 있는 국정원까지 관계하고 있을 정도다. 파업이 확대될수록 울산과 마산, 여수까지 항구별로 파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탄압의 빌미를 주지 않고 끝까지 파업을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비록 힘이 부족할지라도 꿋꿋하게 파업을 끝까지 사수하겠다. 예선파업에 대해 오해를 가진 분들이 많아 대시민선전전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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