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평화의 섬 제주, 군사기지와 양립할 수 없다"

[인터뷰] 브루스 개그넌 글로벌네트워크 사무총장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09-10-26 14:39:25 l 수정 2009-10-27 09:25:56

지난 8월 25일. 한국 자체 기술로 제작한 위성 ‘나로호’ 발사를 앞두고 모든 지상파 방송은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해 ‘카운트다운’을 함께 외쳤다. 지구 밖을 탐험하려는 지구인의 꿈, 그리고 무한정한 상업적 가치를 지닌 ‘우주’에의 욕망이 어우러져 위성 발사는 마치 ‘축제’처럼 꾸며졌다.

브루스 개그넌 ‘우주의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이처럼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우주 탐험, 우주의 상업적 가치는 ‘우주 군사화’를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2003년 이라크에 대한 ‘충격과 공포’ 침공 당시 미국이 선제공격을 감행할 때 사용된 무기의 70%는 우주 위성들에 의해 목표물을 향하게 됐었다”는 것. 즉 ‘우주’라는 공간이 지상에서 벌어지는 ‘야만과 살상’에 복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우주의 군사화’에 반대하면서 27년 간 활동해 온 이유다.

브루스 개그넌 사무총장

브루스 개그넌 '우주의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사무총장.



“미국의 육군이 지상을 통제하고 해군이 바다를, 공군이 하늘을 통제하며 우주사령부가 우주를 통제한다. 가장 중요하게 이해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전쟁이 우주기술에 의해 통제된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주 군사위성으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지상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전 세계 평화단체들이 함께 하는 ‘평화와 비폭력을 위한 세계행진’의 한국 행사를 위해 방한한 브루스 개그넌 사무총장을 지난 24일 <민중의소리>가 만났다.

미국의 평화운동가 개그넌 총장은 군인 시절 평화운동에 뛰어든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아버지가 공군이어서 군사기지 안에서 성장하면서 “군사기지 안이 유일한 세상”이라고 믿었던 그는 자연스럽게 공화당을 지지하는 청년이 되었고 베트남전에도 자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청년을 실어갔던 비행기가 베트남에서 돌아올 때는 군인들의 ‘시체 꾸러미’를 싣고 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또한 기지 밖에서 매일 벌어지는 반전운동의 영향으로 기지 안의 청년들도 ‘전쟁’에 대한 토론을 끊임없이 벌이게 됐다. 이것이 그가 평생을 ‘평화운동’을 하며 살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전 세계를 돌면서 강연이나 캠페인을 통해 ‘우주 군사화’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을 찾은 것도 이번이 올해에만 세 번째다. 그가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미국이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통해 이루려는 ‘전방위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에 있어서 이 지역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MD시스템은 결국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동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MD시스템에 ‘복무’하고 있다는 것. 또한 미국의 ‘우주 계획’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방국들의 비용 분담’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는 “한국에서의 군사.우주 계획은 북한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비용 분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목적은 이를 통해 “중국의 석유 수입로를 봉쇄”하는 데 있다는 것.

이번 한국 방문 기간 중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를 찾았던 그는 이곳에서 미국 전략의 ‘축소판’을 보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해군기지는 중국에 무척 가깝게 건설”되는데 이는 “중국을 둘러싼 미국의 거대한 군사전략의 일환”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네트워크가 제주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해군 이지스구축함이 설치되고 군함들엔 레이더 미사일 기술도 장착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곳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해안가 암석 사이로 물이 흐르고 많은 해초와 작은 생명들이 살고 있었다. 그 곳이 흙과 시멘트에 덮여 해군기지로 건설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면서 “말을 할 수 없는 물고기와 산호, 맑은 물을 위해 누가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한국 활동가들에게 되묻기도 했다.

아래는 브루스 개그넌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우주 군사화’라는 이슈는 아직 좀 생소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왜 ‘우주 군사화’에 관심을 갖고 이를 막아내야 하는가.

=미국 군사전략의 미래, 즉 그들이 ‘전방위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라 부르는 것은 미국이 모든 수준에 걸쳐서 군사적인 갈등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육군이 지상을 통제하고 해군이 바다를, 공군이 하늘을 통제하며 우주사령부가 우주를 통제한다. 가장 중요하게 이해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전쟁이 우주기술에 의해 통제된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주 군사위성으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지상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위성지도가 없으면 오늘날 이라크나 아프간에서 군인들이 집안에서 누구 한 명 끌어낼 수조차 없다.

문제는 미국의 우주전략에 소요되는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이 이러한 프로세스에 들어오도록 한다.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 필요한 것이다. 인공위성은 대중들에게 순수 민간용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이중적 임무를 가지고 군사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미국의 통제 하에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이를 우주사령부, 군사 무장, 기업의 세계화라는 표현을 통해 묘사한다. 이는 자본의 세계화가 심화되는 한 과정이기도 하며, 자본가들의 지배가 정부의 통제를 뛰어넘어서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고 통제할 것인가를 군사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세계화라는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러시아나 이란, 북한, 중국, 베네수엘라는 이들에게 ‘적’이 되는 것이다. 이를 ‘21세기 봉건주의’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기업의 계획이 성공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민중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저들은 이미 이런 계획을 진척시켜왔지만, 이를 중단시키는 것은 전세계 민중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지스함 너머 범섬

이지스구축함 설치에 반대하는 조형물 너머로 범섬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인다.



-이번 방한 기간 중 제주 해군기지 건설예정지인 강정마을을 찾아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곳에서 느낀 바를 소개해 달라.

=그 곳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해안가 암석 사이로 물이 흐르고 많은 해초와 작은 생명이 살고 있었다. 그 곳이 흙과 시멘트에 덮여 해군기지로 건설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나는 강연이 있을 때마다 질문을 던졌다. “말을 할 수 없는 물고기와 산호, 맑은 물을 위해 누가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단체가 특히 제주도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해군기지, 특히 이지스구축함이 설치되기 때문이다. 군함에는 레이더 미사일 기술도 장착될 것이다. 해군기지는 중국에 매우 가깝게 설치되는데 이는 중국을 둘러싼 미국의 거대한 군사 전략의 일환이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를 통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음모를 중단시키려는 것이 바로 우리 단체가 하는 일이다. 우리는 제주지역 활동가들과 주민들에게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곳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봤는데, 자막을 영어로 번역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을 받게 되면 글로벌네트워크 회원들 전체에게 배포할 것이다. 사람들이 제주 해군기지 이슈를 알아야 하고 교육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3차례 방문하면서 느낀 모든 문제점을 제주에서 총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우선 하나는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민중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민주적)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거대한 건설공사가 환경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군사기지 확장이 주민들에게서 땅을 빼앗고 생계수단인 감귤 농사, 물고기잡이 등의 터전을 없애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군산이나 평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새로운 전쟁 기술의 개발이 중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달았다. 제주도는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가진 ‘완벽한 원(circle)’이라 표현할 수 있다.

한국의 진보적인 운동가들에게 바라는 것도, 제주 이슈의 중요성에 눈을 돌려주었으면 좋겠다. 주민들은 접근을 못 하는 곳에 살기 때문에 고립돼 있고 외롭다. 제주의 주민들은 진정으로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될 것을 믿고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평화의 섬’이란 이름은 전쟁을 위한 군사기지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선 북핵문제가 주요 관심사다. 이번 연설문을 보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미국의 ‘전방위 지배’라는 군사전략에 위협 받은 북한의 절박한 대응”이며 “왜 한국이 8월 25일 인공위성(나로호)을 발사하는 것은 괜찮은데 북한이 똑같은 일(위성 발사)을 하는 것은 잘못인가?”라고 지적했다. 더 자세한 생각을 듣고 싶다.

=우선 나는 모두가 핵무기를 가지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그러나 미국이 다른 모든 나라가 가진 것을 합한 것보다 많은 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란과 북한에게는 가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미국의 위선이다. 오바마 자신이 상원의원일 때 찬성했던 것 중, 미국과 인도의 핵 관련 거래를 보면 북한과 얼마나 두드러지게 차별적인지 알 수 있다. 요점은 미국이 인도나 이스라엘처럼 자신의 말대로 하고 미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junior partner)가 되면 만사 OK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희는 무조건 나쁘다’라는 이중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논리 때문에 미국이 오늘날 신뢰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평화 메시지 적는 브루스 게그넌 사무총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강정마을을 찾은 브루스 개그넌 글로벌네트워크 사무총장이 '물과 물고기, 산호와 암석을 보호해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평화 메시지를 적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 없는 세계’ 구상에 대한 생각과 미국 진보진영이 오바마 행정부에 갖고 있는 생각을 듣고 싶다.

=한국의 활동가들이 대통령에게 여러 별칭을 부르는 것에 영감을 받아서 나도 오바마를 ‘마술사’라고 부른다.(웃음) 마술사들은 한 손은 보여주면서 다른 한 손으로 다른 일을 한다. 오바마도 한 편으론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평화를 얘기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2010년 군사비 지출을 4% 늘렸다. 임기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아프가니스탄 증파 계획을 두 번이나 입안한 바 있다. 지난달엔 조지 부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강도로 유럽의 미사일방어망 배치를 증가시킬 것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시의 중국, 러시아 봉쇄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매우 ‘약 오르게’ 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 분포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어떻게 통제할지 주도권에 관한 것이다.

오바마는 대통령실에 앉자마자 평화운동을 기만했고, 노동조합을 기만했고, 환경과 기후변화 과제를 기만했고 건강보험에 있어서 국민들을 기만했다. 오바마 취임 1년도 안 돼서 대부분의 운동진영은 그를 거대한 기업의 하수인으로 보기 시작했다. 일부 평화운동, 진보운동가들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어 한다. 이들은 두 개의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진보진영의 이슈에 매달리기보다 민주당의 꼬리에 따라붙는 사람들이다. 오바마가 점점 더 기만할수록 이런 그룹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비판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핵 없는 세계’ 구상에 대해 말하자면, 미국은 당연히 더 적은 나라가 핵무기를 갖길 원할 것이다. 그래야 북한 등을 더 쉽게 공격할 수 있으니까. 러시아가 핵무기를 더 적게 갖고 있다면 선제공격하기 더 쉬울 것이다. 미국은 지구 전체를 몽땅 파괴할만큼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시 마술사가 한 손에선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다른 한 손에는 이중논리를 들고 있다. 이스라엘 핵무기 존재를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이란이나 북한에 대해선 핵무기를 없애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 오바마를 마술사라고밖에 할 수 없다. 마술사의 논리는 대중 선전에 불과하다.

-이번이 올해에만 세 번째 한국 방문으로 알고 있다. 세계를 다니면서 많은 활동가들을 만났을 텐데, 한국의 진보진영을 접하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두 가지 뚜렷한 인상을 받았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민중에 대한 탄압이다. 진보 운동가들에 대한 야만적인 탄압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았지만, 한국의 통일운동가들이나 용산, 군산에서 활동가들을 만나 느낀 것은 쉽게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몇 년씩이나 감옥에서 썩었다’는 얘기도 한국에 와서 거의 처음 들어봤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저항을 조직하는 활동가들의 '투쟁 영혼'이었다.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