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책이 될 수 없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ㆍ기후변화팀장
입력 2009-12-29 14:16:10l수정 2009-12-29 22:02:32
정부는 한국전력콘소시엄이 140만kW급 한국형원전 4기를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KBS를 비롯한 방송은 뉴스속보로 보도하는가 하면, 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언론은 이번 수출이 자동차 100만대 수출에 맞먹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이며, 원자력발전 수출의 청신호가 켜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언론의 날카로운 심층보도는 사라지고, 원자력에 대한 장밋빛 환상만 확산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기와 더불어 원자력 에너지가 부활을 꿈꾸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을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섣부른 판단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에너지 원인 우라늄을 채굴, 정제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된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해체, 폐기물 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 역시 만만치 않다. 석유와 마찬가지로 우라늄도 손쉽게 채굴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줄어들어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라늄 가격도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원자력은 기후변화에 대한 손쉬운 대안인 것처럼 보인다. 정부와 기업, 각 가정과 학교에서 저마다 이산화탄소감축 계획을 세우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실천에 나서는 대신, 사용하는 전력 중 원자력에너지 비율을 높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자력발전 위주의 전력산업 구조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하는 노력을 방해한다.

원자력 발전은 치명적인 사고위험,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 우라늄 가채연수, 핵확산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은 해답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원자력을 기후변화대책으로 인정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올해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원자력에너지를 CDM사업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고, 논의 테이블위에 올려지지도 않았다. 원자력과 석탄을 단순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 여부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이 가진 환경적 사회적 문제점들을 비교해볼 때 기후변화 대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영국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정부의 원전 신규건설 계획을 검토한 ‘저탄소 경제에서의 원자력’이란 보고서에서 “원자력은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아니다”란 결론을 내렸다. 독일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2기가 문을 닫는 것을 시작으로 원자력 발전 퇴출이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은 에너지 절약, 효율향상, 재생가능에너지 등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에는 지금껏 대안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이렇게 원망할지도 모른다. “엄마, 아빠 이렇게 좁은 땅에 왜 이렇게 원자력 발전소를 많이 지었어?” “엄마, 아빠도 처리 못한 핵폐기물을 왜 이렇게 우리들에게 많이 남긴 거야?”라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선택하는 상황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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