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마저 투기자본 앞잡이 됐다"

3대 의혹 외면한 항소심도 론스타게이트 '무죄'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09-12-29 17:39:09l수정 2009-12-29 18:24:08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매각'사건에 대해 1심 법원에 이어 29일 항소심 법원도 무죄 판결을 내려 "사법부마저 투기자본의 앞잡이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재판의 쟁점이었던 정부 고위관료, 경영진 등이 △멀쩡한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조작해 △정상 가격보다 수천억원 싸게 △은행 인수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팔아넘긴 데 대한 의혹이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민중의소리

서울고법 형사10부(이강원 부장판사)는 이날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매각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부행장 등의 배임 혐의에 대해 지난해 11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무죄 선고의 이유로 든 것은 한마디로 이들의 행위가 '신념에 따른 판단'이었다는 것.

재판부는 "공무원이 임무를 어기고 제 3자에게 이익을 취하게 해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직무에 적합하다는 신념에 따라 내부 결제를 거쳐 시행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책 선택과 판단의 문제일 뿐 배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신주 발행과 구주 매각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결정됐고, 이 전 행장과 이 전 부행장이 론스타의 신임을 얻으려고 회계정보를 조작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2003년 당시 정상적인 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조작해 부실은행으로 포장하고, 정상 가격보다 3천443억~8천252억원 싼 가격에, 그것도 법률상 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매각한 데 대해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다.

이날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사법정의가 없는 사법부로 인해 론스타게이트 사건은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고, 한국은 투기천국으로 전락했으며, 자본의 불법행위에는 언제나 면죄부를 발행하는 나라로 남았다"고 비판했다.

투감센터는 특히 론스타에 우선협상 자격을 부여한 변양호 전 국장에게 불법로비를 저지른 하종선 변호사(구속)가 법정에서 구체적인 뇌물액수, 전달상황에 대해 1, 2심에서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또한 외환은행의 BIS비율을 조작하기 위해 이강원 행장과 삼일회계법인이 여러 차례 만났다는 증언이 나온 점을 거론하며 "처음부터 판사와 재판부는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태도 없이 오로지 무죄방면을 위해 처벌 수위만 저울질하는 '법률 기술자' 수준의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감센터는 "이제 불법시비에서 벗어난 론스타는 국가의 조력으로 본격적인 먹튀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부와 이강원 부장판사는 론스타게이트의 공범, 투기자본의 앞잡이, 역사 속에서 영원한 죄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부 결정에 검찰이 상고할 것으로 예상돼 법적 절차는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날 항소심 판결로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론스타는 당초 지난 2006년 국민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으나 검찰의 헐값매각 조사와 감사원 감사 등으로 계약이 무산됐다. 론스타는 또 2007년 영국계 HSBC와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체결했으나 정부가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점을 들어 매각 승인을 보류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세계경제위기가 닥치자 결국 HSBC는 외환은행 매입을 포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 농협 등 국내 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을 의식해 적극적인 인수전에 뛰어들지 못해 왔다. 그러나 이날 판결로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지난 10월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개월에서 1년 내 매각하고 대주주 지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금 2조1,548억 원 가운데 지분 일부 매각과 3년 연속 배당으로 약 87.3%(1조8천810억 원)를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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