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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핵발전소 수출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기고] "열광적 환호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봐야"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입력 2009-12-31 13:49:40 l 수정 2010-01-03 17:15:01

열광적 환호에서 벗어나 사실을 객관적으로 다시 보자

지난해 12월 27일 정부의 아랍에미레이트(UAE) 핵발전소 수주 발표가 있고 채 1주일이 지나지도 않았다. 그 사이 언론들은 TV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뉴스속보를 내보내기도 하고, ‘CEO출신 대통령의 성과’, ‘입술이 부르튼 효과가 있었다’는 식의 대통령 영웅 만들기에 서슴없이 나서고 있다.

정부발표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한순간의 흥겨움에서 벗어나 사실을 객관적으로 다시한 번 살펴보자!

아랍에미리트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한-UAE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27일 모든 언론은 400억 달러의 건설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계약은 200억 달러선이며 한국전력경영공시에는 186억달러만 기록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국가 공기업이 중심이 된 컨소시움이 수주한 계약이고, 적자발생시 국민세금 투입이 분명한데, 외신보도와 증권가의 분석을 바탕으로 예상수주가의 50%선에서 가격이 결정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군사적 협력 여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UAE가 군사조약 수준의 요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으나, 그것이 조약수준인지 협력수준인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등은 여전히 비밀에 감싸여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군대파견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으나,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한해 수출액규모가 4천224억 달러이고 세계 교역규모 11위의 나라에서 앞으로 10년간 이루어질 186억 달러 규모의 건설공사를 수주했다는 사실이 정규TV방송을 중단하고 뉴스속보로 내보낼만한 사건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또 실제 대통령이 ‘다 성사된 계약체결에 기자회견만 덧붙인 것’과 같은 부수적인 것들은 뒤로 하더라도 이번 문제는 하나하나 짚어야 할 것들이 많다.

의혹을 질문하지만, 정부를 두둔하는 국회의 풍경

하지만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줄 곳은 없어 보인다. 앞서 제기한 궁금증들을 제기한 일부 신문기사와 칼럼에는 ‘좌빨’과 같은 원색적 비난 댓글이 달리고 정부에서 조차 ‘이번 성과를 폄훼하려는 태도’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어제(30일)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그동안의 의혹을 밝히고 정부에게 정보를 요구할 기회였다. 그러나, 어제 회의는 말로는 정부에게 의혹을 질의하지만, 정부의 공을 칭찬하는데 여념이 없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뉴스속보를 보고 너무 기뻤다거나, 수주가 덤핑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다는 식으로 시작한 질문에 순순히 답을 할 정부도 아니었고, 질문을 하는 국회의원들도 굳이 답변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공기업의 수주성과에 대해 점검하고 문제점을 짚는 것은 국회 본연의 역할이다. 특히 이번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의혹들 이외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이면합의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한때 핵발전 르네상스의 주동력으로 각광을 받다가 2배 가까이 뛰어버린 건설가격과 공기지연으로 이제는 르네상스의 걸림돌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핵발전소의 실패 사례들 - 프랑스 아레바가 건설하고 있는 이 발전소는 이번 수주된 핵발전소처럼 3세대 핵발전소이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 원자력손해배상협정의 상세 내용, 공기지연- 건설비 상승에 따른 변수 등에 대한 고려 등 매우 전문적이고 상세한 내용이 짚어져야 할 것이다.

자동차 1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핵발전소

핵발전소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은 - 정부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 자동차 1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금액은 같을지 몰라도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자동차 수출이 완제품을 이송하는 것에 그친다면, 핵발전소는 현지 인력과 자재, 기계를 이용해 건설공사를 진행해야 하며, 현지 규제를 따라야 하며 인류가 만든 물건 가운데 가장 위험하고 복잡한 물질인 핵연료를 다루는 거대한 기계를 건설하는 일이다.

핀란드 올킬루오토 핵발전소의 실패요인으로 핀란드 정부는 프랑스의 아레바의 부족한 기술력을 들고 있지만, 프랑스는 핀란드의 복잡한 규제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서로 비판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든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핵발전소를 짓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국가의 정책적 지원 아래 핵산업이 육성되어 왔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법률적 인허가를 손쉽게 받을 수 있는 ‘전원개발촉진법’이 군사독재시절부터 버젓이 살아있고, 건설공사는 모두 공기업이 추진해왔기에 정부의 승인과 감독 하에 일사천리로 사업은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UAE의 경우는 다르다. 이주노동자들로 인력을 사용하기로 유명한 UAE에서 다국적 작업자들이 아직 핵발전소 관련 규제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UAE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또한 피해가 일어난다해도 자국내 피해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우리와는 분명 다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리 인접 국경에 건설되는 UAE 핵발전소에서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그 여파는 그간 온배수 문제로 피해보상을 하고, 일부 방사능 누출사고에도 ‘문제 없음’이라고 발표하고 끝내버렸던 한국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진실을 밝히고 실익을 따지는 것은 국회의 역할

좋든 싫든 우리나라는 이제 핵발전소 수출국이 되었다. 결정적인 문제가 없는 한 이를 다시 뒤로 물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잘한 일인지,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갈 것인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온전히 우리 모두의 역할이다.

그리고 1차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된 이 일의 성격상 국회의 몫이다. 이러한 역할은 축제분위기의 호들갑 속에서 할 수 없고 잘했다는 칭찬이 먼저 앞서는 가운데에서도 할 수 없다. 언론을 통해 의혹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지금 시점이 중요하다.

드러난 문제점 뿐만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까지 국회가 자신의 본분과 역할에 맞는 일들을 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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