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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름다운 섬 국화도, 일찍 찾아온 봄

[1박2일 추천여행] 빈몸으로 느껴보는 은빛 자유, 영혼을 위한 여행

이동권 기자

입력 2010-02-05 09:56:44 l 수정 2010-02-05 19:33:04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온 산을 가득 메우고 홍매화와 유채꽃이 찬란하게 들녘을 뒤덮을 때야 비로소 봄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둔하다. 봄은 이미 매서울 봄을 이겨내고 앙상한 줄기를 뚫고 나오는 새순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봄의 전령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섬이다. 인간의 손이 타지 않은 '원시'가 무르익은 땅, 미지의 대지처럼 바다 한가운데 솟아난 섬에 가면 봄이 성큼 가슴 속에 들어와버린다. 봄은 외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대자연과 동화되는 마음에서부터 서서히 스며드는 까닭이다.

경기도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은빛 보석을 뿌려놓은 듯 푸른 물결 위에 장대한 햇볕이 떨어지는 국화도, 하얗고 부드러운 뭉게구름이 어선과 동무하는 입파도, 외진 몸을 웅크리고 앉아 조개를 캐는 아낙의 모습처럼 너무도 인간적인 제부도와 대부도, 잠들지 않는 안개, 삶을 이고 나는 갈매기 그리고 바다를 짊어진 인간과 도시를 이어주는 오이도, 누구보다 먼저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그리움이 출렁이는 섬으로 가보자.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이리저리 뒹구는 파도소리, 인정과 사랑에 젖게 하는 바다물결, 끝없이 펼쳐진 해원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해산물까지. 섬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았던 꿈과 낭만, 기다림과 향수를 안겨줄 것이다.

귓불을 스치는 바닷바람에 묵은 피로를 날려보자

국화도 등대

깨끗한 바다를 뒤로 한 빨간 등대가 앙증맞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매몰된 세월을 꺼내볼 수 있다는 색다름은 유독 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정취이자 여흥이다. 또 섬마을에서 귓불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닷바람을 느껴보면 이름 모를 애상이 마음을 덮쳐 언짢았던 마음까지 허물어버린다. 특히 오전의 햇살을 받아 습한 향취가 사라지고 있는 갯바위에 올라서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렇게도 값진 세상, 서로 돕고 나누지도 못하면서 으르렁대야 하는 인생살이가 못마땅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색이 찾아올 때면 잠시 갈매기가 되는 상상을 해보자. 온갖 관계에 얽혀 이해득실과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는 것이 세속의 삶인지라, 매양 그 속에서 얽매이다보면 제대로 마음의 중심을 잡고 살기 힘든 법. 하늘 높이 날아오른 갈매기의 눈으로 맥동하는 생명의 움직임을 바라보면 방황하고 짓눌린 매듭들이 하나 둘씩 풀리고, 삶의 혼탁들이 깨끗하게 씻길 것이다.

기실 자신에게 얽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신밖에 없다. 이럴 때 자연과 교감하다 보면 좀 더 현명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흔들리지 않는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이겨내는 힘을 얻게 된다. 역시 자연은 삶을 정화하고 마음공부의 거울이 되게 하는 벗이자 스승이며 동반자다.

섬 여행이 주는 기쁨

배는 장고항을 출발해 국화도로 향했다. 여행객들의 기대와 설렘을 싣고, 손바닥만 하게 보이는 이름 모를 섬들의 고독을 달래며 바다 위를 달렸다. 기자는 시원하게 갈라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신세계로 떠나는 홀가분함처럼 피할 수 없는 인생 여로의 짐을 하나하나 내려놓고 이랑의 긴장을 털어냈다.

국화도 선착장에 햇살이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흥분한 마음에 낚시 대와 먹을거리를 냉큼 챙겨들고 해수욕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섬 가운데로 농가와 숲이 어우러지고, 넉넉하게 자리잡은 마을을 따라 긴 해변이 펼쳐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풍겼다. 풍부한 해산물과 해변 가장자리에 즐비한 기암괴석이 황홀한 운치를 더했다.

해수욕장은 원만하고 수심이 낮았다. 서해의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갯벌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깨끗했고, 해변에는 모래와 자갈이 뒤섰여 있었다. 풍성한 바다 어장도 낚시를 즐기러 온 도시인들의 정열을 쏙 빼놓기 충분했다. 낚시대 하나 던져놓고 바위에 앉아 먼 바다를 보고 있으니 자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되고 아름다운 것인지, 천금 보화와도 비교할 수 없이 진귀한 것인지 저절도 깨닫게 했다. 이런 맛 때문인지 기자는 여행을 좋아한다. 한 겨울 눈을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눈이 오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듯 화살같이 빠른 세월, 잠시나마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여유가 맘속에 교태부리고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선착장

누구보다 일찍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국화도로 가보자. 선착장에서부터 물씬 바다내음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빈 몸으로 느껴보는 은빛 자유

섬은 삶의 욕망에 지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푸른 심연을 비춰준다. 바다에 내려앉은 은빛 물안개, 작은 물방울을 연방 토해내는 홍합과 석화, 층층이 세월을 이고 들어선 갯바위, 은빛 물고기를 실어 나르는 고깃배, 어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청신한 바람, 바다의 숭고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들이 다른 여행지에서 느낄 수 없는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한편 제 멋대로 쉬지 않고 가버리는 세월, 흘러간 지도 모르게 겨울이 끝자락을 드리우고 봄이 성큼 찾아오는 것을 보면 초로인생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성숙한 문턱을 넘어서기까지의 긴 여로의 초입은 곧잘 봄으로 묘사되지만 앞으로 헤치고 나아가야 할 여름과 가을, 또 다시 다가올 겨울은 결코 순탄치 않은 인생살이를 대변하는 말, 그러나 이마저도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려 삶은 더욱 애절하다. 아, 야속한 세월이여.

어느 곳보다 먼저 봄을 맞는 섬으로의 여행. 이번 여행은 여느 때보다 더욱 값지고 뜨겁다. 생활의 중심은 없고, 때때로 물결처럼 흔들리면서 떠돌았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다. 기자는 이번 여행을 '영혼을 위한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그것은 섬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길이 아름다운 섬 국화도

국화도,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마을의 풍경.



국화도 해수욕장

국화도의 너른 해수욕장, 바다낚시를 즐길 만한 갯바위가 많다.



국화도 정보

국화도는 충남 당진 앞바다에 있지만 행정구역상 경기도 화성시에 속하는 섬이다. 이곳에는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갯바위들이 많다. 만약 배낚시를 하고 싶다면 섬 주민에게 배를 빌려야 한다.

가는 길: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38국도)→고대국가공단→석문방조제→장고항에서 어선을 빌려 타고 국화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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