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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나운서' 아니예요, '민중의소리 아나운서'예요

[민소스토리]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로 살아가기

정혜림 아나운서

입력 2010-02-16 22:05:57 l 수정 2011-02-25 23:04:15

<민중의소리>가 창간 10년을 맞이합니다. 오는 5월 15일이 되면 <민중의소리>는 열 살이 됩니다. 여지껏 저희들은 '자랑'하는 것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저희를 앞세우기 보다 몸을 낮추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10년이 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저희를 너무 궁금해 하십니다. '도대체 밥은 어떻게 먹느냐'부터 시작해 '진보진영 배후조종하는 세력 아니냐'는 과분한 억측까지 나옵니다. 그래서 저희 이야기를 좀 해드릴까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이야기가 있듯 <민중의소리> 10년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기억할 만한 10가지를 골랐습니다.


세상에 현존하는 아나운서는 크게 ‘민중의소리 아나운서’와 ‘민중의소리가 아닌 아나운서’로 나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를 여타 방송국의 아나운서쯤으로 생각하신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오해란 말씀! 그럼 지금부터, 파란만장한 여정을 지나 뼛속까지 골수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로 변신한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정혜림

정혜림

처음에 제가 민중의소리에 입사하게 됐던 이유는 솔직히 ‘민중의소리’아나운서라기 보다는 ‘아나운서’에 방점이 찍힌 것이었습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며 이곳 저곳 면접을 보러 다니던 중이었고, 민중의소리는 대학시절 전공이었던 정치외교학을 적절히 팔아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뭐 나쁘진 않겠군’ 하는 심정이었달까요. 사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친구들 중에 상당한 수가(전부는 아니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 자체가 보여주는 화려한 면에만 빠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나운서가 되기만 하면 돈과 명예를 동시에 얻고, 항상 예쁜 옷차림에 우아하게 정해진 대본을 좀 읽어주는 게 아나운서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저는 당시 ‘난 환상만 좇는 쟤들과는 엄연히 달라’라고 자신했지만, 민중의소리의 아나운서로 들어오면서 내 자신도 얼마나 큰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처절히 깨달았습니다.

민중의소리에 입사한 후 첫 번째의 충격은, ‘도시락’이었습니다. 허름하고 좁은 사무실, 거기에서 탁자도 아닌 책상을 몇 개 맞붙여서는 도시락을 꺼내놓고 먹는 광경은 그야말로 ‘오마이갓!’이었죠. 아나운서가 되면 점심시간엔 깔끔하고 맛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식사 후에는 우아하게 커피 한잔? 뭐 이런 것을 상상했던 저로서는 정말 절망적이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고백하지만, ‘그 장면이야말로 그만둘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냐고요? 그 누구보다 열심히 도시락을 싸오고 있죠. 허허허. 사실 민중의소리에서 도시락은, 얼마 되지도 않는 활동비를 최대한 아낄 수 있는 나름의 비책이거든요. 하루에 식대로 나가는 몇 천 원씩만 아껴도 그게 어디예요? 이젠 오히려 밥을 사먹게 되면 왠지 돈이 아까운, 도시락 마니아가 됐죠. 그리고 또 하나, 민중의소리의 도시락에는 특별한 것이 있거든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도시락도 싸오기 힘든 팀원들을 위해 도시락을 가져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2~3인분씩을 싸온다는 겁니다. 저의 든든한 도시락후원자이신 저희 어머니도, ‘니네 회사는 왠지 모르게 그냥 짠-하다’(!)고 하시며, 팀원들을 위한 스페셜 메뉴들을 준비해주시기도 합니다. 다들 없는 살림이나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 숟갈씩 더 얹어오는 훈훈한 도시락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카라멜 마끼야또를 후식으로 먹는 것 보다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들의 점심도시락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들의 점심도시락

두 번째는, ‘믹스커피’와 ‘A4용지’입니다. 아,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입사 전에는 ‘믹스커피’란 사무실마다 넘쳐나는 것이었고, ‘A4용지’는 프린트에 항상 들어있는 건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러나 민중의소리 아나운서가 되고부터는 ‘믹스커피’고 ‘A4용지’는 자급불가 용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팀원들이 돌아가며 옆 사무실 아래사무실 등등에 급파되어 커피 한 웅큼, 이면지 한 박스 씩 얻어오는 식으로 카페인과 용지를 조달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창피함과 민망함을 넘어 ‘아나운서가 왜 이런 짓(?)까지!’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도 사실이나, 지금은... 그저 위,아래,옆 사무실 동지(!)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군요. 허허. 사실 믹스커피는 좋아하지 않던 저인데, 요즘은 하루에도 두세잔은 원샷입니다. 희한하게 얻어먹는 커피는 더 맛나더군요(!). 그렇게 아낀 돈으로 보다 더 좋은 방송, 더 좋은 기사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니, 도움주시는 손길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고 듬뿍듬뿍 후원해 주십사 염치불구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세 번째로 저를 충격에 빠뜨렸던 것은, ‘카메라 잡는 아나운서’, 혹은 ‘영업하는 아나운서’입니다. 아나운서라면 사실 전문직이잖아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멘트를 리딩하는 전문인. 그러나 그냥 아나운서가 아니라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라면, 그런 일만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민중의소리 자체가 적은 인원으로 워낙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누구나 1인 3,4역 정도는 기본이거든요. 실제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들은 자신이 진행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대본을 직접 쓰고, 다른 방송의 기술도 맡아 봐야 하는 것은 물론, 때론 카메라를 잡기도 하고 촬영분을 편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맡고 있는 전문분야 외에도, 관심 없고 전혀 관련 없는 분야라도 조금씩은 할 줄 알아야 하죠. 저 역시도 수습시절부터 기사쓰기와 카메라 촬영기술, 편집기술 등을 꾸준히 익혀 왔고, 실제 현장에서 펜기자로, 때로는 촬영기자로, 때로는 PD로, 또 때로는 작가로 변신을 거듭했습니다. 게다가 때로는 민중의소리 전체적으로 CMS후원자를 늘리는 사업 등 굵직한 업무가 떨어질 때면 아나운서고 기자고 없이 무조건 영업사원으로 돌변해야 할 때도 생깁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민중의소리를 후원해주십사 이야기를 꺼내는 일,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매고 낑낑대며 지하철계단을 오르내리는 일, 모두 ‘아나운서’로서 겪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지만,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로서는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난 아나운서인데 왜 이런 일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나, 요즘엔 오히려 ‘내가 민중의소리를 키운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게 또 민중의소리 스타일이거든요. 완전 멋지죠?

사실 하루 13~14시간을 기본으로 일하면서도 궁핍하게 살아야 하는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로서의 삶은 경제적으로 봤을 땐 유쾌하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도시락을 싸오고, 믹스커피를 얻어오고, A4용지는 이면지로만 써도, 얼마 안 되는 활동비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죠. 아직 입사 1년차, 때론 친구들과 만나 ‘오늘은 내가 쏠게’라며 멋지게 일어나서 카드를 긁어보고도 싶고, 또 때로는 부모님께 그럴듯한 선물을 드리고도 싶습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그러나,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도 다른, 열악하고 고된 생활일지라도, 저는 여전히 군말 않고 ‘민중의소리 아나운서’이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로 힘든 순간보다 보람된 순간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진행하는 보이는 라디오 ‘발칙한 뉴스’에서 고정팬 여러분이 ‘재미있다’고 응원해 주실 때나, 또 가끔 사무실로 이것 저것 선물을 보내주실 때면 더없이 든든하고 너무나 감동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저 하나 밖에 몰랐던 이기적이고 철없는 아가씨가 많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 민중의소리 아나운서가 아니었다면 느껴볼 수 없었을 겁니다. 그건 수억을 준다해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가치이며 또 그것이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죠.

장담컨대, 민중의소리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자랄 것이 분명한 ‘될 성 부른 잎’입니다. 왜냐하면, 민중의소리는 다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고 또 여러분의 이야기이며, 내 부모님과 내 친구들과 내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어떤 개인의 이득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의 행복을 지지하는 언론이기에, 민중의소리는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은 점차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자신합니다. 와~, 정말 멋지지 않아요? 생각해보세요. 내 꿈을 이룰 수 있고, 더불어 미래까지 밝은 회사, 이만큼 매력적인 직장이 또 어디 있겠어요?

저는 이제 스물일곱, 입사 1년차의 아나운서입니다. 제가 온 몸을 부딪쳐 살고 있는 ‘민중의소리 아나운서’로서의 삶이 지치지 않도록, 여러분이 직접, ‘민중의소리’ 의 잎을 키워주세요. 여러분이 주신 사랑과 관심을 먹고 민중의소리는 나날이 더 크고 든든한 서민들의 빽이 될겁니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 민중의소리 정혜림아나운서의 내일이 기대되신다면, 지금 바로, 주저말고 민중의소리를 후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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