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는 어떻게 먹고 사냐구요?

[민소스토리] 민중의소리는 '청계산의 약속'으로 운영된다

김경환 기자 kkh@vop.co.kr
입력 2010-02-17 00:21:59l수정 2011-02-25 23:04:15
<민중의소리>가 창간 10년을 맞이합니다. 오는 5월 15일이 되면 <민중의소리>는 열 살이 됩니다. 여지껏 저희들은 '자랑'하는 것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저희를 앞세우기 보다 몸을 낮추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10년이 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저희를 너무 궁금해 하십니다. '도대체 밥은 어떻게 먹느냐'부터 시작해 '진보진영 배후조종하는 세력 아니냐'는 과분한 억측까지 나옵니다. 그래서 저희 이야기를 좀 해드릴까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이야기가 있듯 <민중의소리> 10년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기억할 만한 10가지를 골랐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민중의소리는 어떻게 먹고 살아요?"
취재원은 물론이고, '민중의소리'를 잘 아는 이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궁금증 가운데 하나가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인가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자신있게 얘기한다.
"열 손가락은 둬서 뭣에 씁니까? 손가락 하나씩 잘 빨고 있습니다."

아, 물론 일부 몰지각한 집단에서는 민중의소리가 북한에서 내려보내는 '공작금'으로 운영되고 '지령'을 받아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럴때는 헛웃음을 칠 수밖에. "그 공작금이라는 거 한 번 받아봤으면 쓰겄네." 몇년전에 평양 다녀왔는데, 공작금 부쳐줄 계좌번호라도 물어볼 줄 알았는데 한마디 없더라.

하긴, 이해가 가는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밖에서 볼 때 월급(우리는 '활동비'라고 부른다.)도 제대로 못받는것 같고, 받아봐야 뻔한 액수일 것이 틀림없는데도 수십명의 기자들이 우글우글 거리면서 아글타글 살고 있으니 무언가 알려지지 않은 '비결'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는 것일 터. 이런 상상은 아군이든 적군이든 다들 하는 것이라고 추정되는바 아군은 '먹고 살기 힘들텐데 장하다'는 쪽으로 사고가 진척되고, 적군의 경우 '공작금 받아서 사는 게 아닐까'하는 쪽으로 사고가 흘러가는 모양.

수많은 사람들이 그 '비결'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땅히 얻지는 못한 모양이다. 아직까지도 그런 질문들이 나오는 걸 보면 틀림없다. 무협영화에 나오는 무림절정 고수가 되기 위한 '비급'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 비결을 만천하에 공개하기로. 하하하하. 자, 지금부터 귀를 쫑긋 세우고, 아! 소리는 안들리니 눈만 번쩍 뜨고 잘 읽으시면 되겠다.

2006년 9월, 청계산에 오른 민중의소리 식구들

2006년 9월, 청계산에 오른 민중의소리 식구들ⓒ민중의소리


때는 바야흐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훠얼씬 전인 2006년 9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민중의소리 식구들이 청계산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미션'이 있었다. 도시락을 싸오되 '자기가 먹을 것 말고 동지들 먹일 도시락을 준비해오자'는 것이었다.

걱정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그때가 무척 어려울 때여서 곡기를 구경한 지 좀 되는 기자들도 있었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오자고 했지만 싸올 수 있을까 걱정도 살짝 들었던게 사실. 오며가며 '넌 뭐 쌀 거냐'고 묻는 풍경은 익숙한 장면이 됐고, 어떤 부서는 부서차원에서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으니 참 먹는게 큰 일은 큰 일이었다.

어쨌거나 운명의 날이 밝았다. 양재역에서 버스를 타고 삼삼오오 약속시간에 맞춰 청계산에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인 일행은 등산을 시작했다. 청계산 정상을 올라 사진도 찍고 '야~~~ 호~~~' 한 번 외치고. 슬슬 배꼽시계는 점심을 꺼내라고 알려주고. 슬슬 청계산을 내려오던 우리는 점심 먹기에 적당한 곳을 찾았다. 나무들이 적당히 우거지고 바닥도 비교적 평평한 조금 너른 터를 골라잡고 자리를 폈다.

"이야~~~"
그때부터 탄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준비해온 도시락이 하나씩 공개되는 데 다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아, 그때 그 사진을 지금은 구할 길이 없어서 몹시 안타까운 심정을 이루 말로 헤아리기 힘들 지경이지만 어쨌든 서로의 도시락은 우리 모두를 충분히 감동시켰다. 김밥은 감히 부끄러워서 명함도 못내밀 지경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도시락들이 그다지 훌륭하거나 값비싼 것들도 아니었지만 그 정성만큼은 최고였다. 물어보니 다들 전날부터 장을 보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지런히 음식을 했다. 자기가 먹을 도시락을 싸온다면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준비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십중팔구 대충 김밥으로 때웠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동지를 먹일 도시락을 준비하자니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한 것이다.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으랴.

풍족하고 감동적인 경험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 것은 당연한 일. '청계산의 약속'이라고 명명한 그 일은 민중의소리의 소중한 자산이자 기풍이 되었다.

그 '청계산의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된 일은 그뒤로도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가을에 부천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 체육대회였다. 인신협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치러지는 첫번째 체육대회였다. 공설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열다보니 대다수 회원사들이 점심식사를 외식업체에 맡겼다. 도시락업체에 맡긴 데는 얌전한 편이고, 어떤 회원사는 뷔페를 부르기도 했다.

체육대회가 한바탕 치러진뒤 점심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다른 회원사 기자들은 여기저기 모여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서로 준비해온 음식들이 넘쳐날 지경이었다. 삼겹살, 닭백숙은 기본. 심지어 시골 부모님께 협찬(?)받은 홍어회까지 등장했다. 우리가 식사하는 모습을 본 다른 회원사 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당연지사. 그런 마음으로 임해서 그런지 그날 체육대회에서 민중의소리는 축구 우승, 족구 준우승, 여자발야구 우승, 응원상까지 휩쓴 것도 모자라 종합우승이라는 영광까지 덤으로 받았다. 개개인의 실력으로 치면 별볼일 없었겠지만 자기 자신의 영예가 아니라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뭉쳤으니 그 정도 성적은 내야 되지 않겠는가.

지금은 청계산에 오르던 시절에 비해 식구도 두 배로 늘 정도로 규모도 꽤 커졌다. 활동비도 그때에 비하면야 규모가 커졌지만 여전히 살림은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어렵고 힘들 때마다 우리는 '청계산의 약속'을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민중의소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민중을 위해 복무하겠다고 뛰어든 이 길에서 자신의 어려움보다 동료의 어려움을 먼저 살피고 이끌어주고 밀어주며 함께 해나가는 그 정신, 그것이 청계산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그런 우리를 보면서 '바보같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뜻에서 하는 일이라도 먹고는 살아야지 않냐'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진보를 표방하고 개혁을 표방하는 언론사들도 대기업 광고 받으면서 살지 않냐고. 그러고 보면 우리는 '바보'임에 틀림없다. 모두가 'OO일보 O사장'이라고 할 때 바보같이 우리는 '조선일보 방사장'이라고 했다. 모두가 감히 공장안에 들어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할 때 바보같이 우리 기자는 보름이 넘게 쌍용자동차 공장안에서 날아오는 쇠붙이와 떨어지는 최루액을 피하며 노동자들을 취재하고 있었다. 바보 맞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 그것이 민중의소리이고, 그 가치를 지키려는 한 우리는 더더욱 '청계산의 약속'을 뼛속깊이 되새겨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세상은 그런 바보들이 있기에 전진하는 것이라고 믿으니까. 그게 우리가 가야할 길이니까.

오~~. 이렇게 말해놓으니까 괜히 열라 멋져 보이네.

그런데, 또다른 진실이 있다. 우리도 대기업 광고 열라 받아서 걸고 싶다. 쌍수를 들고 환영이다. 그런데, 아무도 광고를 주지 않는다. 젠장. 알지 않나. 만날 대기업 열라 씹어대는 기사나 써대는데 누가 광고를 주겠나.

왜? 민중의소리니까. 항상 자본의 반대편에서 세상을 취재하고 보도하니까. 아마 민중의소리에 대기업 광고가 줄줄이 걸리는 그날이 온다면 세상이 뒤집어진 때일 거라고 믿는다. 그날까지는 '청계산의 약속'으로 고고씽~.

그래도 끈질긴 사람들은 뭔가 먹고 사는 비결이 있지 않냐고 또 묻는다. 있다. 민중의소리가 먹고 사는 비결, 다름 아닌 민중들의 후원이다. 어려울 때 민중들이 우리를 도와준다. 자신들도 먹고 살기 힘들지만 민중들이, 땀흘려 일하는 모든 이들이 이 사회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 이들이, 조중동 대신 진보언론이 이 사회의 기둥이 되길 바라는 이들이 십시일반 후원을 한다. 다달이 5천원이든 1만원이든 후원을 한다. 그 힘으로, 그 정성으로 민중의소리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 없이, 아니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먹고 살기 어렵지만 무엇이 두려우랴. 이렇게 우리를 지지해주고 도와주는 이들이 있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보수언론이 판치는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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