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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저지른 사고, "단 한 푼도 보상 못 받았다"

[인터뷰] 태안 주민대책위 위원장 故 성정대 씨 장남 익현 씨

장명구 기자 jmg@vop.co.kr

입력 2010-02-27 19:43:37 l 수정 2010-02-28 10:49:37

“조속히... 조속히... 보상이 이뤄져 해결이 됐으면...”

2007년 태안 삼성중공업 기름 유출 사건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대표해 삼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활동을 벌여오다 자살한 고 성정대 전 피해민 손해배상 대책위원장의 장남 익현 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태안군 보건의료원에 마련된 성 씨의 빈소

지난 2007년 기름유출사고로 큰 피해를 본 태안 주민 성 모씨가 26일 "조속하고도 원만한 보상이 이뤄지길 촉구"하며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태안군 보건의료원에 마련된 성 씨의 빈소.



“단 한푼의 배상도 받지 못했다.”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던 그가 어렵사리 지난 2년의 세월을 털어놓았다. 벌써 2년이 지났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도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지만 주민들은 보상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이다.

“12월부터 아버지가 굉장히 힘들어 하셨어요.”

정부의 대부금 1천만원 지원이 고작이었다. 손해배상을 청구해 6개월 후까지 배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특별법’으로 대부금을 지급하기로 돼 있었던 것이다.

전복 양식을 하고 있던 성 씨 가족이 입은 피해액은 수 십 억원에 달한다. 종패(새끼 전복)를 구입하는 등 초기투자비용만 5억이었다. 전복들이 다 자라는 5년 후에는 수 십 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로 성 씨 가족은 열심히 일했다. 전복 키우는 재미가 막 붙을 무렵, 기름이 전복들을 덮어버렸다.

배상은 전혀 없었다. 대책위 활동은 진척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은 꿈쩍도 안 했다. 대책위로 손해배상 문의가 빗발쳤다. 성 씨 아버지는 “추석이면 되지 않겠냐” “신정이 돌아오면 되지 않겠냐” 공허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근래 성 씨 아버지의 답변은 바뀌어 갔다. “이제는 기약이 없다.”

성 씨 아버지가 힘들어 했다던 지난해 12월은 서울고등법원이 삼성중공업의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책임제한액을 56억여 원으로 산정한 때였다. 56억원. 성 씨는 “한 가구의 피해액도 안 되는 돈”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주민들에게 아무런 답을 줄 수 없는 부담감. 아버지의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성 씨는 아버지에게 “다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말씀드렸던 게 마지막 대화였다고 전했다. 담보대출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던 상황에서 아버지와의 대화 소재는 늘 돈 문제였다. 익현 씨는 가족들이 아직 젊은데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며 아버지를 위로했다. 아버지의 대답은 간명했다.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포기할 수 없다.”

“개인적인 입장만 생각했다면 오늘 일은 안 벌어졌을 것”이라는 익현 씨는 스스로 목을 맨 아버지에 대해 “처음엔 원망 섞인 느낌도 있고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뜻을 이해한다”며 황소 같은 눈물을 떨구었다.

익현 씨가 지키고 있는 빈소에는 삼성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조문은 커녕 그 흔한 화환 하나 없는 빈소에서 익현 씨의 한 숨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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