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에서 확성기 대고라도 6.15선언 얘기할 거예요"

[6.15 10주년 릴레이 인터뷰⑤]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자통위원장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0-03-04 12:30:28l수정 2010-03-04 13:57:32
올해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 국방위원장이 만나 분단 이후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통일의 이정표’라 불리는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안타깝게도 10년 전 그날부터 화해와 협력의 길을 걸어 온 남북관계가 최근 들어 꽁꽁 얼어붙어 아직까지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중의소리>는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을 맞이하면서 ‘봄’을 열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민간 통일운동 대표들의 고민과 다짐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11회에 걸쳐 들어봅니다.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자통위원장은 통일운동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바쁜 사람이다. 맡은 역할만 해도 여성연대 자통위원장에 6.15여성본부 집행위원장, 6.15남측위 집행위원장, 민간 대북지원단체인 겨레하나 조직실장 등 다양하다.

손미희 여성연대 자통위원장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자통위원장.ⓒ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손 위원장은 남북 교류협력 사업부터 대북 인도지원 사업까지 분주하게 움직여온 만큼 다양한 보람과 기쁨을 느껴왔다. 대중적인 열기를 모아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자리를 만들어낼 때의 벅찬 마음이 교류협력 사업만의 재미라면, 라이온스클럽 등 이전에는 전혀 만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 대북지원에 마음을 모으고, 북에 계획대로 지원물품을 보내고 빵공장에서 빵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인도지원 사업만의 재미였다.

그런데 이렇게 벅차고 즐거웠던 감정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분노’로 바뀌었다. 정부가 교류협력 행사는 ‘대놓고’ 막고 인도지원 사업은 ‘교묘하게’ 막고 있으니,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분노’가 쌓여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만 해도 그는 정대협 실행이사이자 대협위원장으로 2월 25일 개성에서 열릴 북과의 실무협의에 참여하려고 방북 신청을 했다가 ‘콕 찝어서’ 불허를 당했다. 정대협은 올해 ‘경술국치 100년’이자 6.15 10주년을 맞아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남북여성이 만나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관련기사→ 선별 방북 불허가 '전산시스템 오류' 때문?)

그는 현 정부가 “민간교류사업에 대해 탄압하고 아예 가지를 못 하게 하니 한심하다”면서 “그야말로 세월을 거꾸로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통일부 장관이 민족공동행사를 직접 지원하고 함께 축하했었는데, 지금은 지원은커녕 아예 가로막고 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특히 정부가 교류협력 단체들을 ‘선별’해서 ‘불허’하고 있는 것은 “내부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선별 불허를 받아들이면 계속 이렇게 가게 될 거고, 그렇다고 선별 불허를 안 받아들이고 실무회담을 안 하겠다고 하면 정권이 바라는 대로 우리가 분열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교류협력 단체들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올해 10주년 행사를 성사해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민간지원단체인 겨레하나 활동도 함께 하면서 겪은 바에 따르면, 정부가 교류협력 분야를 "대놓고" 막고 있다면 인도지원 활동에 대해서는 “세련되고 교묘하게” 가로막고 있다고 한다. 인도적 지원은 “노태우 정권 때도 했던 것이고, 국민들이 지난 10년 동안 정서가 많이 달라져서 이것까지 막으면 정권도 욕을 먹기 때문에 막는 방식이 세련되어 진다”는 것.

그는 “한 60여개의 대북지원단체가 등록돼 있는데, 지난 시기에는 어느 단체는 (협력기금을)주고 어느 단체는 안 주고 하지 못했다”면서 “심사를 하면 열심히 활동하고 많이 지원하는 단체가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선 “겨레하나나 평화3000 등 열심히 해왔던 단위들을 선별 불허”하는 반면 “새롭게 등장한 우익 지원 단체들이 모자를 바꿔 쓰고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협력기금을 ‘선별 지원’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단체들이 자생적으로 사람을 모으고 돈을 모아 준비한 지원물품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겨레하나가 올해 3월 2일 개성에서 실무협의 하기로 한 것을 전원 불허를 냈다. 실무협의조차 불허가 난 것은 처음”이라면서 “인도적 지원을 아예 하지 말라는 건지 정말 답답하다. 그러니까 통일부가 통일을 하겠다는 데인지 통일을 막겠다는 부서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올해 해내지 못하면 11주년, 12주년은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다"

손 위원장은 6.15선언 10주년을 맞으면서, 현 정부 들어 갑갑해진 객관적인 상황 뿐 아니라 통일운동을 해 나가는 ‘우리’에 대해서도 잘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6.15공동선언 이전에 어려운 상황에서 통일운동을 했을 때는 통일을 얘기만 해도 최루탄, 감옥, 길거리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었는데, 어찌 보면 편안한 10년을 살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권은 꾸준히 뒤집어엎을 준비를 해왔는데, 우리는 6.15선언과 10.4선언이 발표되면서 이미 건너온 다리니 누구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계획 없이 왔던 것 아닌가, 딸랑 정권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그런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통일운동을 공동행사 위주로만 생각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대중운동을 활발하게 벌이지 못해왔다는 것. 그는 특히 “예전에 선봉이었던 청년학생 단위에도 통일위원회가 없어지고 있고, 다른 단위들에도 담당이나 주체만 세워져 있을 뿐 대중조직들이 통일위원회조차 못 만드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여태까지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자고 강조했다.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자통위원장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자통위원장.ⓒ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그는 특히 올해 북미관계도 풀리고 정세가 변화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만약 성사된다면 다시 대중들이 물밀 듯 통일의 거리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당장 앞이 막혀 있다고 “가만히 맥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세가 뚫렸을 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6.15선언 10주년도 차근차근 준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양 선언에 직접 서명했던 남쪽의 두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짧은 시간에 잃고 올해 10주년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을 가슴 아파했다. “그 분들이 현 정권과 더불어, 정부를 긴장도 시키고 추동도 하면서 함께 갔다면 이렇게 더 나빠지지는 않지 않았을까” 라는 마음도 든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10주년을 단지 ‘꺾어지는 해’의 의미로만이 아니라 “두 분이 사라진 상황에서 10주년을 계기로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11주년, 12주년은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올해 10주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그는 무엇보다 ‘생활력 있는 통일교육’을 주요한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6.15선언 발표 10주년을 맞으면서, 정부가 남북관계를 역주행하는 상황에서 ‘생활력 있는 통일교육’을 하자고 결의했다. 이전에 ‘북 바로 알기’를 교육했다면 이제 생활 속에서 6.15공동선언 바로알기를 해 가자는 것이다. 한국진보연대가 올해 1만인 통일 교육운동을 결의했는데, 여성연대는 ‘세상의 반인 여성이 책임지자’는 생각으로 5천인 통일교육을 하기도 다짐했다. 지역 단체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여름에 해수욕장에서 확성기 대고라도 교육을 하자’며 각오를 다졌다.”

손 위원장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6.15남측위 여성본부의 경우, 이명박 정부 들어 계속된 불허로 남과 북 여성이 함께 하는 행사조차 치러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공동의 행사를 치러내자는 것을 큰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2009년과 올해 두 차례나 여성대표자회의를 북에 제안했다가 통일부가 불허해 진행을 못 시키고 있다”면서 “오는 11일 여성본부 총회가 열릴 예정인데, 사실 총회를 준비하면서도 갑갑한 것이 사실이다. 교류사업이라는 게 남과 북이 오고 가고 하면서 활성화하고 일상화, 대중화의 계기를 찾을 수 있는데 정부에 의해 전혀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남북 공동 행사를 성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다채로운 행사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손 위원장은 “올해 10주년 행사를 잘 치러야 하는데 바로 직전에 6.2지방선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6.15까지 가는 사이에 징검다리를 하나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다가, 평화통일음악제 같은 행사를 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해 음악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행사 제목은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 늦봄 문익환 방북 21주년 평화통일음악제 Again, 우리는 하나’(가칭)이다. 4월 2일은 21년 전 늦봄 문익환 목사가 방북했던 날이다. 따라서 음악제를 통해 6.15공동선언 1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문 목사의 뜻을 함께 기리자는 취지다. 그는 “문 목사님이 4월 2일 북에 가셔서 허담 선생과 4.2선언을 발표한 지 21주년이 된다”면서 “4.2선언에는 통일방안 내용도 담겨 있고 이게 6.15공동선언의 기초가 돼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제 준비는 아래로부터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 1천석을 꽉 채워보자고 해서 늦봄 문익환 학교 학부모들부터 시작해서 진보연대 문예위, 진보사랑 등 다들 의기투합하고 있다”면서 “생협 회원, 아파트 부녀회 등 다양하게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음악제가 “우리 입장에선 7080콘서트이기도 한 셈”이라면서 “아줌마들이 예전에 한 번쯤 참여해봤을 행사를 다시 느끼고, 그 때의 통일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울고 웃고, 이런 마음을 모아 6.15 10주년을 맞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통일은 아래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과 북 당국이 대화하고 합의하고 이를 하나씩 실현에 옮겨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통일을 바라는 뜨거운 마음이 없다면, 남북관계가 어려워졌을 때 압박하는 여론이 없다면, 당국 간의 대화는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6.15공동선언은 어떻게 나올 수 있었겠는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답답했던 마음을 토로하면서도, 올해 6.15선언 10주년을 준비하면서 희망을 품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손 위원장의 모습이 바로 그 대답처럼 느껴졌다.

  • 1
  • 2
  • 3
  • 4
  • 5
  • 6
  • 7

  • 1
  • 2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