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남북학자 상봉 이뤄지길 바랍니다"

[6.15 10주년 릴레이 인터뷰⑥] 김한성 6.15 남측위 학술본부 상임대표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0-03-05 18:12:16l수정 2010-03-06 00:40:53
올해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 국방위원장이 만나 분단 이후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통일의 이정표’라 불리는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안타깝게도 10년 전 그날부터 화해와 협력의 길을 걸어 온 남북관계가 최근 들어 꽁꽁 얼어붙어 아직까지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중의소리>는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을 맞이하면서 ‘봄’을 열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민간 통일운동 대표들의 고민과 다짐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11회에 걸쳐 들어봅니다.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6.15 정상회담'으로부터 10년. 우여곡절이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 축에 민간부문이 있다. 6.15 정상회담 10주년을 맞아 교수집단의 계획과 평가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달 26일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 학술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한성(59) 연세대 교수를 만났다.

학술본부는 10주년을 맞아, 남북해외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관련 김 교수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바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교류조차도 선별적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성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 학술본부 상임대표

김한성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 학술본부 상임대표ⓒ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작년 6월과 9월, 북측 학술본부가 심양에서 상봉을 하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통일부에 신청을 했는데 정부에서 불허해 좌절됐습니다. 그때 통일부 앞에 가서 항의집회도 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국익이나 공공질서에 해악이 없는 학술단체간의 교류인데도 금지해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올해는 정부가 바람직하지 않은 통제를 시정해서 반드시 상봉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비핵개방 3000을 주장해서 2년동안 시간만 허비했다"고 혹평했다.

"핵 문제는 북으로서는 생존을 위한 최후의 카드인데 그것을 포기하면 살림을 개선시켜 주겠다니, 얼마나 오만하고 황당한 주장입니까."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서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민족의 과업을 진정성 없이 지방선거 등에 악용할 의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을 한다면 첫번째 의제는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확인하고 남북간에 불신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순수한 민간교류 등 남북교류의 속개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6.15 10주년인데요,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 학술본부’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6월에 10주년 기념으로 남북해외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대회를 우리나라 또는 해외에서라도 개최하려고 합니다. 또 10년간의 활동을 정리한 책자 발행을 준비중입니다.

-최근에 방북은 언제 하셨나요?
=작년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6.15 북측 학술본부로부터 심양에서 상봉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두 차례 모두 통일부에서 불허해서 좌절됐습니다. 그래서 통일부 가서 항의집회도 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올해는 반드시 남과 북 학자들의 상봉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정부가 바람직하지 않은 통제를 시정해주기를 요구합니다.

-불허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명백한 것은 없었습니다. 요컨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애매한 표현이었습니다. 납득하기 어렵죠.

-어떤 이유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하셨나요?
=남북교류협력법에 의해, 국익이나 공공질서에 해악이 없는 학술단체끼리의 교류인데도 금지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크게 입었다는 내용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남북 학자의 만남이 없었습니까?
=재작년까지는 가능했어요. 2008년에는 심양에서 접촉을 했고요. 그해 베를린에서는 남북공동학술대회까지 했습니다. 그 이후 철저하게 통제가 돼서 학술교류를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정권은 획일적인 중앙집권적인 통일운동 외에 민간운동을 불허하겠다는 것인데, 과거 10년간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이뤄온 통일의 분위기와 업적을 말살하는 매우 반통일적 정책입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 후 생각보다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더딘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김한성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 학술본부 상임대표

김한성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 학술본부 상임대표ⓒ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제일 아쉬운 게, 정부에서 한 번 에러를 범했다고 생각하는데, 노무현 정부 초기에 대북송금특검이 아주 큰 변곡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6.15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흐름을 막았던. 우리 민간쪽의 경우에는 일사분란한 통일운동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운동도 노선이 좀 달라서 분열도 좀 있었던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진보신당이랄지 진보 학계에서의 반북적 태도도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참 아쉽습니다. 물론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의 10년간에 걸친 집요한 방해가 무엇보다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비핵개방3000을 들고 나왔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소득을 3000달러까지 올려주겠다? 얼마나 방자한 생각입니까? 핵 문제는 북으로서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최후의 카드인데, 그거를 포기하라고 하라고 요구하고, 들어주면 살림을 늘려주겠다? 하하. 황당하고 무책임하고 오만한 정책입니다. 대표적인 반통일 반북 정책인데, 되지도 않을 조건을 내걸어서 시간만 끌었죠. 결국 2년여 동안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북의 숨통을 조여서 망하기만을 기다리는 반인도적 반통일적 정책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자체는 바람직합니다. 다만 마지못해 하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북미관계의 급격한 개선으로 자기들이 닭 쫓던 개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추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작년에 경기도 교육감 선거 이후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졌단 말예요. 이번에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별로 좋지 않아요. 예컨대 5월쯤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선거용으로 악용할 수 있습니다. 순수해야 할 민족의 과업을 선거판에 악용하는 것은 안 됩니다. 선거와 관계없이 진정성이 있고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상회담을 한다면 오늘 당장 해도 좋고, 연말에 해도 좋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고리는 무엇입니까?
=그동안 해왔던 남북교류가 속개돼야 합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우리 학술본부와 같은 순수한 민간교류가 전면적으로 부활돼야 합니다. 그리고 현 정부도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고위 장성급 회담을 비롯해 정부차원의 교류를 부활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을 하면 얼마나 보기 좋겠습니까.

-정상회담을 한다면 의제는 무엇이 돼야 합니까?
=당연히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정신을 확인하는 것이 첫째 과제입니다. 남쪽정부가 6.15와 10.4 선언을 부정하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그것만 되면 여러 과제를 차례로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정상이 만나서 불신을 제거하고 6.15와 10.4 선언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에 따라 경협과 민간교류를 순차적으로 논의하면 됩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작년에 남북간 상봉을 정부에서 불허했다고 하셨는데, 그럼 그 전에는 북에 언제 다녀오셨습니까?
=2000년 6월에 정상회담이 있고나서, 2001년 8월에 평양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2006년 가을에 금강산에서 남북청년학생대회에 다녀왔죠.

-청년학생대회에요? 하긴 교수님 모습이 청년 같으십니다.
=제 인생관이 철들지 말자입니다. 철들면 죽는다. 굳으면 죽는다. 그런 뜻에서 청년이라고 불러주시면 고맙습니다. 하하.

-북에 직접 가보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북쪽의 인민들이 통일과 조국에 대한 애착과 집념이 엄청나다고 느꼈습니다. 존경스러울 정도였죠. 남녀노소가 조국과 통일, 자주에 대한 열망이 투철한 게 보이는 겁니다. 아! 이 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최후의 1인까지 옥쇄할 사람들이구나. 비장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활이 어렵고 그래서 탈북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거 같은데 사람사는 곳에 그런 사람들은 없을 수 없겠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조국의 자주통일의 열망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연보호를 잘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민들이 남들이 잘 살고 자기들이 못산다는 것을 알아요. 자기들이 원인분석까지도 하더라구요. 제한된 자원, 미국에 의한 봉쇄. 자기들의 우방이었던 소련과 동유럽으로부터의 원조 중지, 이런 것 때문에 어렵다는 것을 다 알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가난하고 어렵지만 정신은 똑바로 박혀 있다고 느꼈습니다.

김한성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 학술본부 상임대표

김한성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 학술본부 상임대표ⓒ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통일운동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습니까?
=1994년 6월에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라는 것이 출범했습니다. 그때 제가 원주 부지부장을 맡아서 시작을 했죠. 그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통일운동을 해오셨는데요, 소회라고 할까요?
=아쉬움 내지는 한계, 벽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사회의 숭미반북풍조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와 관점이 우리나라 보수언론과 정치인을 통해서 국민들을 세뇌시켜서, 북 내지는 사회주의를 처음부터 악으로 보는 풍토가 의외로 완고합니다. 그러다보니 민간통일운동이 더 확대가 되질 않습니다. 예컨대 교수가 전국에 7만명이나 되는데 그 가운데 소위 진보적 교수라는 분들 중에서도 반북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위 학문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역사와 진실을 잘 모르고 있는데 민간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학자들이 총궐기를 하면 통일운동의 가장 큰 적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조차도 폐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안법만 폐지돼도 민간운동이 훨신 활성화될 것입니다. 법학자로서 국가보안법이란 법을 폐지시키지 못해서 지금도 희생자를 양산하고 있고, 통일운동 하는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도 통한스럽습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했을 때 절호의 기회가 있었는데요.
=절호의 기회였죠. 그래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4대개혁입법이라고 했는데 돌이켜보면, 아쉬워서 하는 얘기지만 그럴게 아니고 보안법 하나만이라도 총력을 모아서 했어야 하는데 열린우리당의 가장 큰 실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이라크파병이나 한미FTA보다도 더 아쉬운 점이 바로 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열린우리당 창당할 때 강원도 창당 본부장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열성을 보인 정당이었는데 그거를 못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그것부터 했어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통일운동의 발전을 위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민간통일운동 단체들은 6.15 선언 정신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일치단결해서 통일의 길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시국이 험난하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후퇴하지 말고 아우르면서 말이죠. 현 정부도 과거 10년간의 정권이 아무리 밉다고 해도 통일은 민족의 지상과제란 생각을 해야 합니다. 헌법에도 보면 과제가 조국의 민주화와 평화적 통일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현 정부도 말로만 법치주의, 법치주의 할게 아니라 정부부터 헌법정신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남북이 통일되면 인구로 보나 민족의 역량으로 보나 민족이 부강하면서도 세계 평화를 위해서 공헌할 수 있는 계기가 오리라고 봅니다. 현 정부는 특히 북미관계가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고집만 부릴게 아니라 헌법 정신과 민족정신으로 돌아가서 빨리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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