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따라 대북 보도도 20년 전으로 후퇴"

[6.15 10주년 릴레이 인터뷰⑦] 정일용 6.15 남측위 언론본부 상임대표

김도균 기자 vnews@vop.co.kr
입력 2010-03-05 22:25:08l수정 2010-03-06 09:41:32
올해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 국방위원장이 만나 분단 이후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통일의 이정표’라 불리는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안타깝게도 10년 전 그날부터 화해와 협력의 길을 걸어 온 남북관계가 최근 들어 꽁꽁 얼어붙어 아직까지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중의소리>는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을 맞이하면서 ‘봄’을 열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민간 통일운동 대표들의 고민과 다짐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11회에 걸쳐 들어봅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일용 상임대표는 뿔이 단단히 나 있었다. 6.15공동선언 10주년을 앞두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그는 작심한 듯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정일용 대표는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 들어 뒷걸음질 치는 남북관계를 보면서 더이상 이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이 정부가 남북관계를 20년 뒤로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 대표는 "정부가 말로는 남북간 상생.공영이 대북정책의 기조라고 하면서 행동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부는 북을 좀 더 괴롭히면 항복하고 백기를 들고 나올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판단을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우려하며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볼 때 그런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난 달 25일에는 개성에서 남측 언론본부와 북측 언론분과 관계자들이 만나 올해 6.15 10주년 기념사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방북을 불허해 회의가 무산되었다.

정일용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상임대표는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20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정일용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상임대표는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20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정 대표는 "당시 정부의 방북 불허의 근거가 남북교류협력법이었는데 이건 명백한 모순"이라며 "남북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법이 남북교류협력법이고 그 조항에 국가안전보장이라든지, 질서유지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을 경우 불허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우리가 어떤 '명백히 우려스러운 일'을 했느냐"고 되물었다.
정부가 방북을 불허한 다음 날 북측에서 회신이 왔다. '앞으로도 편리한 시기에 사업들을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정 대표는 "정부의 이런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려고 한다면 민간교류, 언론분야의 교류협력을 막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정대로였다면 언론본부는 지난 달 북측 언론분과를 만나 6.15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올해 사업으로 △남북 공동사진전 개최 △경술국치 100년 관련 방송용 공동프로그램 제작 △서울에서 열리는 '아태통신사 정상회의(OANA Summit Congress)'에 북측 조선중앙통신사 대표단의 참가 등을 제안할 계획이었다.

정 대표는 "만약 북측 언론사 대표단이 서울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것은 북측 언론사 대표단으로서는 첫 남측 방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참 기가 막히죠. 북쪽에선 자꾸 만나자고 하고 남쪽에선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하면서 못가게 막고 있으니 이제는 남북관계가 완전히 거꾸로 된 관계가 된겁니다. 심지어는 북이 햇볕정책을 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니..."

정 대표는 "이대로 간다면 6.15공동행사를 '공동'행사로 개최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마음만 서로 주고 받고 각자 단독으로 치러야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현재로서는 정상적인 민간교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남북교류 가로막는 보안법 철폐 운동"..."잘못된 대북 보도 관행 고쳐나갈 것"

당장 남과 북이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 공동의 사업을 벌이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정일용 대표는 "자체적으로는 6.15선언과 10.4선언의 정신과 정책을 실천하는 운동을 벌이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6.15선언과 10.4선언을 통해 제시된 정책을 실천하는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며 "남북교류를 가로막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운동을 나름대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인으로서 대북 관련 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며 잘못한 보도와 관행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고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2007년 방북단 일행이 묘향산에 간 적이 있는데, 남과 북의 언론인들이 계곡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술도 한잔씩하며 점심식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참 특이한 경험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북쪽 언론인들이 서울에 온다면 바깥에 같이 나가 식사도 하고 그럴 수 있을까요? 우리는 북에서 누가 오면 호텔에 가둬두고 버스로 쏜살같이 달려 이동을 하고 어디 자유롭게 산책을 하는 것도 보장하지 않고 있죠."

정 대표는 "북이 통제가 심하다고 이야기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더 여유 없고 틀 안에 가둬두려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단적인 예로 국가보안법을 들었다. 정 대표는 "남북교류를 가로막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운동을 나름대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뒷걸음질 치면서 언론보도도 방향을 잃었다.

정 대표는 "최근 대북 보도를 보면 마치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하다"며 지난 해 임진강 참사 관련보도를 예로 들어 "당시 북측이 수공(水攻)을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는데 수공은 88올림픽을 앞두고 금강산댐 이야기 나올 때 썼던 표현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보도만 보면 북이 곧 망할 것처럼 기사들을 쓴다.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도 3개월이면 북이 망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런 언론 보도들이 정확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요즘 대북 보도 추세를 보면 걱정스러럽고 도대체 누구에게 이득이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2005년 8.15행사에서 만난 남북 언론인들

2005년 8.15민족공동행사에서 만난 남북 언론인들. 정일용 당시 한국기자협회 남북기자교류특별위원장이 북측 언론분과 대표들에게 남북언론교류협력사업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기자들, "현장을 발로 뛰며 쓴 기사가 제일이다" 한목소리

정일용 대표도 언론인이다. 1987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기자로 입사해 주로 남북관계를 전문으로 담당해 온 그는 북한부 차장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고 2006년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연합뉴스 한민족뉴스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북 언론인들이 만남을 갖기 시작한 건 6.15공동선언 발표 다음 해인 2001년부터다. 당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은 2001년 평양을 방문해 북측 조선기자동맹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남북기자대회는 남북 기자단체가 공식적으로 처음 만난 자리였다.

남북 언론인들이 본격적으로 접촉을 하게 된 건 2005년 6.15 북측위원회 안에 언론분과가 생기면서부터다. 이 사실은 그 해 4월 북측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렇게 북측 언론분과가 생긴 이후 남쪽에서도 6.15남측위원회 안에 언론본부가 만들어졌다.

"그 당시 우리 남측위 안에는 언론쪽 기구가 없었어요. 2001년에 남북 언론인들이 만나긴 했지만 북쪽도 언론 분야의 접촉을 상당히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고 남쪽에서도 언론분야의 교류 협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었죠."

정일용 대표의 말이다.

예를 들어 남북간에 체결된 각종 합의서 내용을 살펴보면 각 분야별 교류협력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다. 여기에는 종교.문화 분야의 교류까지도 언급되고 있는데 유독 언론분야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남북 당국이 언론 분야를 민감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언론인들은 재작년까지는 적어도 1년에 두차례 이상 만났다. 대개 남쪽 언론인들이 금강산.평양 등 북쪽으로 간 경우가 많았다. 6.15 공동행사가 열리면 북측 언론인들이 내려와 만나곤 했다. 그러던 것이 현 정부 들어서면서 상당히 어렵게 된 것이다.

정일용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상임대표

정일용 상임대표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잘못된 대북정책임을 인정하고 180도 돌아서야 한다"고 지적했다.ⓒ민중의소리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민간교류는 차단되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말 중국 심양에서 남북 언론인들이 만났다. 정일용 대표는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이 승인해서 가게 된 게 아니고 이미 그 전에 북한주민접촉신청서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도로 신청했다면 불허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간 민간교류가 활발해지고, 언론분야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또하나의 통로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남과 북이 기사 교류를 하게 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모든 것이 언론본부라는 창구를 통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통일전문 매체인 '민족21', '통일뉴스' 등이 북쪽의 기사를 받아 게재하는 일이 가능해졌고 연합뉴스는 이보다 앞선 김대중 정부 시절 조선중앙통신의 기사를 받아 보도할 수 있게 되었다.

"북측의 주장이고 선전선동이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정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이 왜곡됨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면 그 자체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2006년 남과 북의 기자 등 언론인 150여명이 금강산에서 만났다. 남북의 기자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는 처음이었다. 서로 마주 앉아 서로의 기자생활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질문도 하면서 역시 기자들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쓴 기사가 제일이라는 공감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이점도 알게 되었고 북에서의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남쪽 기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서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 대표는 "남과 북의 언론인들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게 된 것 자체로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남북간 신뢰 회복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언론분야에서 신뢰가 생기지 않으면 북쪽의 인민과 남쪽 주민들 사이에 신뢰가 생기긴 어렵다고 본다"며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호간 만남이 제한적인 조건에서 북에서 남을 보는 창이 언론이고 남에서 북을 보는 창도 언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일용 대표는 "민족문제인 남북관계를 해결할 의지나 자신감이 없으면 솔직히 속내를 인정하는 편이 낫다"며 "대북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화해협력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며 "만약 북이 노동당 규약에서 대남 적화통일 노선을 바꾼다고 한다면 과연 남쪽에서 국가보안법 존립을 주장할 근거가 무엇이 있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 원칙을 지키는 것처럼 말하는데 6.15 공동선언을 이행한다고 하면서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며 "자신감이 결여되고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정 대표는 "이명박 정권 인수위 당시 통일부를 없애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반대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통일부를 살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보면 통일부가 무슨일을 하는 지 모르겠고 말은 그럴싸하게 하는데, 사람들 우롱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180도 태도를 바꾸는 게 도리일 것"이라며 "더이상 국민들을 우롱하고 외부에 기대는 바보같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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