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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는 황유미를 살려내라" 삼성본관 앞 촛불 밝혀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故 황유미씨 3주기

김도균 기자 vnews@vop.co.kr

입력 2010-03-06 08:52:25 l 수정 2010-03-06 15:15:29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 3주기를 맞아 고인을 추모하고 삼성의 사과와 책임을 묻는 촛불문화제가 서울 강남의 삼성 본관 앞에서 열렸다.



5일 저녁 6시 서울 강남 삼성본관 옆 공터에서 고 황유미씨등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3명의 노동자를 추모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강남의 고층빌딩들 사이에서 삼성은 여전히 위용을 자랑했고 그 아래 강남역 4번 출구 옆 공터에서 촛불이 밝혀졌다. 문화제 배경으로 쓰인 스크린에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이 공동주최한 이날 추모문화제는 3년 전인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황유미(당시 22세)씨 3주기를 하루 앞두고 열렸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추모문화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2살의 나이에 숨진 황유미씨 등 3명의 노동자를 추모하는 촛불추모문화제가 서울 강남의 삼성본관 앞에서 열렸다.

황유미 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투병하다 2007년 3월 6일 숨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는 황유미 씨를 포함, 7명의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숨졌고, 최근 10년동안 급성백혈병 등 조혈계 암에 걸린 노동자들이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유미 씨의 유족 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인정 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불승인해 지난 1월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이날 문화제는 황유미 씨를 비롯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일을 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이숙영, 황민웅 씨를 함께 추모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숙영씨는 황유미씨와 같은 공장 같은 라인에서 한 팀을 이뤄 일했던 동료였다. 같은 베이에서 근무한 2명이 모두 백혈병으로 숨진 사실을 삼성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는 고인이 된 황유미, 이숙영, 황민웅 씨의 유족들과 춘천에 위치한 삼성LCD에 근무하다 1급 장애판정을 받게 된 한혜경 씨와 한 씨의 어머니 등 삼성 관련 피해 노동자들의 유족과 가족들이 함께했다. 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하이텍 알씨디, 동우화인캠, 콜트 콜텍 비정규직 노동자들, 시민.학생 등이 자리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연쇄사망 산재 촉구 국제 청원 시작



삼성과 한국정부를 상대로 직업병 책임 인정과 안전하고 인간적인 노동조건 제공을 촉구하는 국제청원운동이 시작됐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전국금속노동조합, 아시아 산재피해자 권리를 위한 네트워크,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행동 등 4개의 국내외 단체들이 모여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청원운동이 진행중이다.

'반올림' 관계자에 따르면 전자산업의 직업병 문제를 널리 알리고 삼성이 이에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국내외의 관심있는 모든 분들의 동참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원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을 병들게 한 책임이 삼성에 있음을 인정하고 정당한 보상 지급 △한국정부는 노동자를 보호하고 피해노동자와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삼성에 그 책임을 물을 것 △반도체산업 노동과정의 유해요인들에 대한 진실 공개 △안전하고 공정한 일터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중단 등을 한국정부와 삼성측에 촉구하는 내용이다.

국제청원운동의 수신인은 이명박 대한민국 대통령,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 김원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노민기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등 5명이다.

'국제청원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은 '반올림' 카페에서 서식을 다운로드 받아 작성하는 방식(http://cafe.daum.net/samsunglabor)과 현재는 영문으로 된 온라인 서명(http://www.anroav.org -영문)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반도체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주간을 맞아 미국과 대만 등지에서 온 해외 활동가들도 함께했다.

"삼성이 그런곳인줄 몰랐습니다. 그 생산라인이 생무덤인줄 몰랐습니다. 하얀 방진복이 상복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남편은 개인 지병으로 죽은 게 아닙니다. 삼성이 죽였습니다. 그걸 삼성만 모르고 있습니다. 아니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백혈병 선고 9개월 만인 지난 2005년 7월 남편 황민웅 씨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아내 정애정 씨는 마이크를 잡고 절규했다.

정씨는 "이들 모두 20.30대에 가정에 보탬이 되겠다고 남들 다 가는 대학도 포기하고 입사한 사람들" 이라며 "이제 막 아이낳고 아빠가 되는가 싶더니 아이가 네살 되던 해에 가족들 곁을 떠났다"고 말했다.

정씨는 "삼성과 싸우는 동안 국민을 보호해야할 경찰은 우리를 보호하지 않고 삼성을 보호하고 있었다"며 "먼저 간 남편을 위해 눈물 흘린게 죄라면 잡아가라"고 소리쳤다. 정씨는 "삼성은 한 노동자만 죽인 것이 아니"라며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 남편 뿐 아니라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노동자들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 선 이들이 발언을 하는 동안 서초경찰서장은 해산을 종용하는 방송을 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황유미 3주기

3월 6일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2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황유미씨의 기일이다. 5일 밤 서울 강남의 삼성본관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딸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바치고 있다.



마이크를 잡은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삼성 본관 앞 경찰을 향해 "어릴적에 경찰은 가난하고 억울한 자를 도와주고 죄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경찰은 살인자 이건희를 보호하고 억울한 약자들은 해산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일은 경찰이 할 일이 아니라 삼성 경비원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물두살의 딸을 잃은 아버지 황상기 씨의 목소리는 떨리기도 했다.

"우리 딸 유미는 삼성반도체 공장 3라인에 배치되어 일을 했는데 기계가 24대가 있었고 기계 한대에 2명이 일을 했는데 유미는 24베이와 3베이에서 각각 일을 했습니다. 3베이에서 같이 일하던 전임자 최모 씨는 유산으로 사직서를 쓰고 회사를 떠났고, 그 자리에 이숙영씨가 들어와 유미와 같이 일을 했는데 유미가 백혈병에 걸려 죽은 뒤 이숙영씨도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황씨는 "이건희가 '국민여러분 정직하게 사십시요'라고 입을 놀렸는데 이 세상 국민들은 다 정직한데 가장 정직하지 못한 놈이 노동자 다 죽이고는 어떻게 국민더러 정직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런 삼성을 정부가 보호해주니까 법도 안지키고 노동자들만 때려잡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씨는 "이건희는 노동자 죽이고 국민 속이는 신종 놀부"라며 "이 놀부 심보를 고쳐주기 위해서는 삼성 제품 사지말자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삼성도 반성하고 올바른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족들과 참가자들은 고인들을 추모하는 글을 적은 소지를 태워 날려보내는 상징의식을 하며 촛불문화제를 마쳤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은 황유미 씨 3주기를 맞아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활동을 펼쳐왔다. 이 기간동안 삼성규탄 동시다발 1인시위, 촛불문화제 등이 진행되었고, 4일에는 '아시아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현실과 투쟁'을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도 열렸다.

소원을 날려보내며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사망자 고 황유미씨 3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고 황민웅(백혈병 사망)씨 부인 정혜정(사진 왼쪽)씨와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고인들을 추모하며 소원지를 태워 날리고 있다.


백혈병으로 가족을 잃은 두 사람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2살에 백혈병을 세상을 떠난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사진 왼쪽)씨와 남편 황민웅씨를 잃은 정혜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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