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유상으로 실현된다
[기고] "4교시 종이 치면 아이들은 빛의 속도로 뛰어간다"
김인봉 전북 장수중학교 교장
입력 2010-03-06 18:13:51 수정 2010-03-07 09:31:02
ⓒ김인봉
김인봉 전북 장수중학교장
'); }일부 공무원들과 주민들의 ‘밥 먹고 왜 돈 안내냐’, ‘거지 근성만 키워준다’, ‘시기상조’ 등 거부 논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2006년 50%, 2007년 70%, 2008년에는 100% 무상급식이 실시되었다. 물론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어림없고 당시 교육감과 도지사의 정책공조에 의하여 이루어졌는데 우리는 때마침 모래알만한 힘을 보탠 것에 불과했다.
급식소에 지문인식기 설치...'도둑밥을 막아라'
그러나 전북의 농촌지역은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지만, 도시학교는 수익자 부담이라 2005년 도내 16개교가 급식소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했다. 급식비를 낸 학생들에게 카드를 발급했으나 분실, 도난 사고가 잇따르자 학생들의 지문을 채취하여 점심값을 내지 않는 학생들의 ‘도둑밥’을 막기 위한 것인데 인권침해라는 여론이 들끓자 곧바로 철거했다.
생각해보라.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등교해서 4교시까지 마치면 배와 등이 딱 붙었을 것인데 돈은 못냈지만 배가 너무 고파 줄을 섰다가 지문인식기에 손을 대는 순간 '삐'하고 울리면서 쫓겨나는 학생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농촌의 소규모학교는 지문인식기 대신 '홍채인식기(?)'를 활용했다. 당시는 농촌 소규모학교도 위탁운영이었는데 급식소 조리사가 100여 명에 불과한 학생들의 점심값 납부 여부를 귀신같이 알고 있다가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이 밥판을 들고 오면 자신의 홍채인식기로 정확히 가려내어 벼락같이 혼을 내서 쫓아버렸다. 평소에는 밥 많이 먹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 그토록 친절한 조리사가 밥값 앞에서는 돌변하였으니 유상급식이 인간이라는 온혈동물을 냉혈동물로 바꿔버리는 비극이었다.
무상급식으로 밝아진 아이들...평등과 존엄의 밥상
무상급식이 실시되면서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급식소가 밝아졌다. 뼈 빠지게 일해도 갚을 길 없는 빚더미에 등어리가 휘어지는 농촌 학부모들이 달마다 점심값 4만원을 꼬박꼬박 내는 것이 여간 버겁지 않았고, 그걸 모를 리 없는 아이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는데 무상급식으로 바꾸니 학부모와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펴진 것이다.
무상급식은 모두에게 평등한 밥상이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면 받고 그렇지 못하면 못받는 밥상이 아닐뿐더러 밥값에 따라 밥상을 차별하지 않는, 누구나 똑같은 밥과 반찬을 먹는 아름다운 평등이다.
무상급식은 모두에게 존엄한 밥상이다. 더운 김이 무럭무럭 이는 밥을 눈앞에 두고 돈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문인식기나 조리사에게 쫓겨나지 않는, 돈보다 사람을 귀히 여기는 아름다운 존엄이다.
빛의 속도로 뛰어가는 우리 아이들
4교시 '끝종'이 치면 우리 아이들은 빛의 속도로 뛰어간다. 평등과 존엄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행복한 밥상을 향하여.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가정 형편과 관계없이 급식소에서 맛보는 그 행복을 교실에서는 성적과 관계없이 누리고 싶고, 학력과 직업에 관계없이 모두가 따뜻한 밥상을 받는 세상을 한시 바삐 보고 싶어 빛의 속도로 뛰어가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한 가지 잊지 말아야할 것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의 디딤돌인 무상급식은 무상으로 얻어지지 않고 유상으로 실현된다는 사실이다. 그 비용은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기표소에서 붓두껍을 잘 찍는 것이 가장 저렴할 것이다.
김인봉 전북 장수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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