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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날 갈라지는 피부

[건강칼럼] 한의사 오철의 피부이야기

오철 (한의사)

입력 2010-03-12 10:19:33 l 수정 2010-03-12 18:24:39

오철 한의사

오철(화접몽한의원 압구정점 원장, 한의사).

유독 눈이 많았던 겨울이었다. 겨울이 안 끝나나 싶을 정도로 추웠던 겨울이었고 이제 괜찮아지려나? 싶었더니 죽기 전 반짝하듯 마지막 눈을 한 번 더 강하게 뿌린 추위였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을 속이는 법이 없다. 말 그대로 봄날이다. 때가 타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칙칙한 색의 잠바와 코트를 입었던 사람들이 금새 가볍고 밝은 색의 옷을 걸치기 시작한다.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예전에 없던 미소가 살짝 보인다는 착각도 해본다. 음악으로 표현해보자면 짙은 단조의 레퀴엠에서 가벼운 셔플의 재즈로 넘어가는 중.

한국의 겨울은 건조하다. 춥고 건조한 환경 때문에 세안을 하고 난 후 피부가 갈라지듯 당기고 건조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로션에 크림을 계속해서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봄날이다. 계속 당기는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도 겨울 내내 얼굴에 발랐던 기초공사용 로션과 크림도 그 정도를 가볍게 바꿔줘야 한다. 아주 간단하다. 춥지 않으니까 가벼운 옷으로 차림을 바꾸듯 로션도 가볍게 사용하면 된다는 말이다.

항상 해왔던 말이지만 우리의 몸은 우리의 머리보다 똑똑하다. 날씨에 따라, 기온에 따라 피부의 보습력은 스스로의 안정된 상황을 찾아내기 위해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낼 줄 알고 있다. 혹시라도 당기는 느낌이 지속되어 불편하다면 양손바닥을 비벼 따듯하게 만든 후 얼굴에서 건조한 부분을 지그시 누르거나 아주 살짝 비벼주면 된다. 너무 간단한가? 간혹 환자를 볼 때 이런 질문을 받곤 하는데 “정말로 그래도 아무 문제없나요?”, “정말 건조한 부분에만 발라도 되나요?”, “원장님은 그러시나요?”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정말 아무 문제없고, 정말 건조한 부분에만 발라도 되며, 실제로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

피지란 것은 말 그대로 피부(皮)에서 나오는 기름(脂)이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피부, 즉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피부가 아니라면 스스로의 분비량이 자동적으로 조절이 되는 피부기름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피지는 피부에 있는 피지선에서 분비되며 피지선은 몸의 어디에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모발, 즉 털이 나오는 구멍에 붙어있다. 이 모공(사실 모공이 아닌 곳에 독립적으로 분포하는 피지선도 조금 있다.)에서 찔끔찔끔 나오는 피지의 주성분은 'Wax esters'라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보자면 인체에서 분비해내는 그냥 기름이라고 보면 쉽다. 근데 이 피지가 왜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유해세균감염을 막는다는 설도 있고 외부로부터의 장벽, 즉 보호막이라는 설도 있고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막아준다는 설도 있다.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한다니 이 얼마나 고맙고도 기특한 것인가. 참고로 천연보습인자에 목숨 거는 화장품이 이 화장품 시장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게 바로 현대 화장품 시장의 현실인데, 그 기능을 해 준다니 피지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지만 그건 단지 설일 뿐, 사실 피지가 수분 상실을 막는 기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 기능은 다른 지질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피지는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만으로 따져보자면 그저 여드름을 만들어내는 천덕꾸러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하는 학자들이 많다. 그래서 꼼꼼한 세안을 통해 피지를 닦아내고 피지와 떡이 되어 섞여있는 불순물을 깨끗하게 닦아내야 한다고 강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스운 것은 그렇게 꼼꼼하게 세안을 한 다음에 우리는 다시 피지를 본떠 만든 화장품을 바른다. 크림? 그건 기름이다. 피부에 아무리 촉촉함을 유지시켜 준다고 해도 기름이다. 화학약품 조합을 통해 만든 인공 기름이다. 세안을 하고 난 후 바로 당기는 느낌은 누구나 있는 것이고 그 잠깐을 견디지 못해 로션 + 크림까지 바르는 것은 약간은 위험한 멍청함이다. 건성피부든 지성피부든 세안 후에는 당긴다. 최소 5~10분 정도는 기다려보는 게 좋고 시간 여유가 없다면 양 손바닥을 서로 비벼 따듯하게 한 후 건조한 부분(관자놀이, 볼)을 살살 문지르면 자연스럽게 천연 크림인 피지가 스며 나오게 된다.

아직 피지가 얼마나 중요한 분비물인지 정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아마도 그 답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화공약품산업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합성크림보다는 인체에 해롭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글을 읽고 의아해할 수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물어본다. “당신은 피부가 당기는 느낌을 몇 살 때 처음 느꼈는가?”, “혹시 크림을 바른 이후에 생긴 것 같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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