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손, 봄처럼 따뜻해서'
[음반평]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Nothing better
브라운 아이드 소울 2집 'The Wind, The Sea, The Rain'ⓒ 민중의소리
요즘 아이돌이라 불리는 소년, 소녀들을 보면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쁘장한 외모에 춤, 노래, 심지어 개그까지 그럴 듯하게 소화하는 것을 보면 참 그들에게 세상이 많은 걸 바라는구나 싶다. 가수를 조련하는 시스템 안에서 수년간 고생을 하고 그들은 보란 듯이 무대 위에 선다. 요즘 잘나가는 조권이라는 친구는 무려 8년을 연습생을 했다 그러지 않는가. 헌데 시장경제는 냉정하기 그지없어서 3~4년 정도 활동하가다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대중의 시선 밖으로 내동댕이친다. TV를 통해 끼 넘치는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양가적이다. 대단함과 동시에 안타까움.
각설하고 어느 날 순위 프로그램을 보는데 샤이니의 한 친구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Nothing better'를 제법 분위기 있게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반을 괜찮게 들은 참이라 유심히 들었는데 그 친구가 부르는 그 노래는 내가 모르는 곡이었다. ‘어라, 난 앨범을 다 갖고 있는데 무슨 곡이지’ 싶어 시디의 뒷면을 봤더니 14번째 곡이었다. 그러니까 난 이 음반을 허투루 들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끌리는 두어 곡만 듣다가 미처 뒤에 있는 트랙들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럴 땐 스스로 창피해진다. 음악을 듣고 글을 쓴다는 작자가 꼼꼼히 음악을 듣지 않았다는 사실에 말이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2003년에 데뷔작 'Soul free', 2007년 'The Wind, The Sea, The Rain', 이 두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국내 대중음악사에선 좀처럼 찾기 힘든 남성 4인조 보컬그룹이며 리더인 정엽이 이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팀 이름이 암시하듯 자신의 음악적 근간을 흑인음악으로 두고 있다. 1집은 과잉이라 싶을 정도로 많은 곡을 수록했는데 그만큼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욕망을 반증한다. 특히 발라드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데 1집의 'My everything', '바보', 'Blue Day', '아름다운 날들' 같은 곡들에서 그러한 미덕을 살펴볼 수 있다. 작곡, 편곡, 보컬 앙상블, 때론 가슴에 남는 가사들이 두루 조화로워 특유의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작품은 데뷔작에 비해 앞으로 나가진 못했지만 '바람인가요', 'My Story'와 같은 곡들은 여전히 세련된 발라드다.
유독 아이돌들이 'Nothing better'를 방송에서 심심찮게 부르는 탓에 다시금 2집을 돌아보게 되는데 다른 건 제쳐두고 이 노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다. 정엽이 노래를 하고 피아노는 반주를 한다. 보컬이 피아노와 홀로 만났을 때 무언가 진솔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 혹은 그녀의 목소리가 더 아련하게 다가오고, 어떤 고백의 순간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 비단 정엽의 목소리에서만 그런 미적 경험을 한 것은 아니다. 엘라 피츠제럴드, 토니 베넷, 멜 토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나에게 어떤 위안을 주었다. 이 노래의 통속적인 가사도 봄 아스팔트의 연둣빛 아지랑이처럼 눈을 시리게 한다.
“내가 너의 사람이 된 거야. 못났던 내 추억들이 이젠 기억조차 안 나. 나를 꼭 잡은 손이 봄처럼 따뜻해서.”
봄인 줄 알고 창밖을 내다보았는데 여전히 눈이 쌓여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 아픈 시대에도 당신의 손처럼 따스한 봄은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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