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한국 사회 총체적 문제점 담고 싶었습니다"

[인터뷰]'경계도시2'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

기자

입력 2010-03-17 23:39:50 l 수정 2010-03-18 10:40:55

홍형숙(48) 감독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계에서는 '대모'(大母)로 통한다. 여성 감독들이 거의 없던 1987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흔치 않은 여성 감독이기 때문이다.

다큐 영화 '경계도시2'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

다큐 영화 '경계도시2'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

그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해부해왔다. 노동문제를 다룬 '54일, 그 여름의 기록'(1993)에서도, 교육문제에 천착했던 '두밀리,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1995)에서도, 좀 더 나은 사회를 갈망하며 들이댄 그의 카메라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고국 방문을 다룬 '경계도시 2'는 홍 감독에게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송 교수의 독일 생활을 담은 '경계도시'(2002)에 이어 송 교수의 감동적인 고향 방문기를 담으려던 애초 의도가 크게 비켜나갔기 때문이다.

송 교수의 방문이 한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킨 탓이다. 특히 송 교수가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의혹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처음에는 호의적이었던 여론의 풍향이 송 교수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당시 송 교수는 37년 만에 찾은 고국에서 고향땅 제주의 바닷냄새를 즐길 사이도 없이 방문 한 달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철창신세를 졌다.

"원래 3주 만에 촬영을 끝내려 했어요. 그런데 사건이 계속 꼬리를 물고 커지면서 송 교수 사건을 담는 데에만 1년이 걸렸어요. 그리고 송 교수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를 정리하고, 그 사건으로부터 저 자신을 철저하게 격리시키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

홍 감독은 최근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계도시 2'는 2003년 9월 송 교수의 귀국부터 이듬해 8월 송 교수의 석방까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홍 감독은 이 기간을 '37년 만의 귀국', '여론의 광풍', '구속과 재판', '석방 이후'라는 네 가지 범주로 나눠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레드 콤플렉스'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홍 감독은 송 교수를 초대했고, 끝까지 지켜줄 것 같았던 진보 인사들조차 송 교수의 대북활동에 대해 당혹해하는 모습을 냉정하리만치 차갑게 담았다. 진보 인사들에 대한 날 서린 비판이 돋보인다.

"굳건한 것처럼 보인 것들이 모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하자',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라고 주장했던 진보 지식인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보안법의 그늘에 포위됐습니다. 이 때문에 나를 포함한 친구들의 모습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과정 자체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그래서 7년이란 긴 세월이 걸린 겁니다."

홍 감독은 영화에서 해설도 맡았다. 그는 사건에 대한 '거리 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논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른바 '송두율 사건'을 선명하게 비추려면 적극적으로 영화에 개입하는 게 바르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다큐 영화 '경계도시2'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

다큐 영화 '경계도시2'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


"송두율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선명하게, 그리고 관찰한 것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야 공감이든 반론이든 사회적으로 쟁점이 생길 것이라 여겼죠. 물론 균형감각을 유지하려 노력했어요. 하지만, 그것이 기계적인 중립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관찰자의 시각이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는 다년간 송두율 교수를 지켜봐 왔다. 그는 "송 교수님은 천상 학자"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말 선비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영화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지만 대중과는 오는 18일 극장 개봉을 통해 만난다. 홍 감독은 '경계도시2'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송두율 교수는 대한민국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에 떨어진 시약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경계도시 2'는 저와 제 친구들의 고백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것만 다룬 건 아니에요. 현실에서 벌어졌던 부조리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고, 동시에 우리 사회의 희망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경계도시2'는 어쩌면 애타게 부르는 '희망가'일지도 모르겠네요."

영화'경계도시2'

영화 '경계도시2'는 우리 사회의 냉전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한 양심적 학자를 '거물간첩'으로 변모시키는 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도발'적인 사회에 대한 또 다른 '도발'을 경험하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많이 읽은 기사
지금 소셜네트워크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