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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반대 싸움 '핵'으로 등장한 천주교

500만 천주교 서명운동 돌입..."6월 지방선거 연계"

기자

입력 2010-03-19 18:08:19 l 수정 2010-03-19 20:58:56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종교계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천주교 사제단의 4대강 반대 선언에 이어 지난 1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이하 주교회의)가 천주교의 공식 입장이라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한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주교회의는 한국 천주교의 최고의사 결정기구로서 그 결정사항은 보통 천주교 사도와 신자들에게 하나의 가르침으로 통한다. 주교회의의 결정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천주교를 믿는 500만명의 신자들이 따라야 할 지침인 셈이다. 앞서 열린 천주교 사제단 1,100명의 4대강 사업 반대 선언이 정부와의 대결에서 포문을 열었다면 주교회의의 이번 결정은 천주교 조직 전체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전면전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주교 회의는 춘계 정기 총회에서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정부 측 인사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인사의 설명을 한 자리에서 듣고 찬반 의견을 물어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정했다.

4대강 사업 반대 전국 사제 선언

전국 1천여명의 천주교 사제들, '4대강 사업 반대 전국 사제 선언'



4대강 사업 반대 중심에 선 천주교

주교회의는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주교회의는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해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며 4대강 사업에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주교회의는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 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정부 당국자와 국민 모두가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에게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개인 주교의 의견이 아니라 한국 천주교 전체의 의견이며 대사회적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과거 주교회의의 역사를 살펴볼 때도 이번 결정은 이례적일만큼 무게감이 크다.

관계자는 "70년대 후반 유신정권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원론적인 의견과 성명을 발표하긴 했지만 정부정책에 대해 콕 짚어서 구체적으로 반대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주교회의는 결정사항으로 '조직적인 생명 운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4대강 사업 반대를 주제로 천주교 성당이나 관련 단체들이 신자를 계몽하는 형태의 운동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의 이번 결정은 천주교 사제 1100여명이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사제선언문을 발표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선언에 참여한 사제 1,100명은 전국 4,000여명의 사제 가운데 4분의 1를 차지했고, 5명의 주교까지 사제 선언문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결정, 국민적 파급력 클 듯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면서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에 대한 국민적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제단은 300만명을 목표로 잡고 4대강 사업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는데, 500만명의 천주교 신자 수를 고려하면 300만명의 서명을 받는 일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천주교 신자는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천주교사제단은 4대강 사업 반대 서명 목표를 300만명으로 잡고 있다.

천주교 신자는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천주교사제단은 4대강 사업 반대 서명 목표를 300만명으로 잡고 있다.



특히 사제단은 4대강 사업과 6월 지방선거를 연계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제 선언에 참가했던 최덕기 주교는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반대하는 후보를 찍겠다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네가티브 운동 방식은 아니더라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주교회의의 이번 결정이 로마 교황청을 움직여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남아있다. 만에 하나 로마 교황청의 입장이 나온다면 4대강 사업은 국제적인 논란꺼리로 떠오르고 이명박 정부로서는 세계 전체 천주교인들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주교회의 강우일 의장은 이와 관련해 "교황청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지만, 한국 천주교에는 교황의 환경에 대한 가르침을 한국이라는 지역 사회에 적용하는 임무가 맡겨져 있다"고 말했다.

주교회의의 결정이 나오자 정치권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그동안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 발표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주교회의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공식화 한 것은 그만큼 4대강 사업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며 "오직 대통령의 고집에 매달려 법도 무시하고 절차도 무시하고 국민적 합의도 없이 밀어 붙이고만 있으니 주교회의가 종교적 양심으로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주교회의의 결정사항이 천주교 신자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줬다면 후반기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4대강 사업 반대에 대한 세부 지침을 전달할 가능성도 높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하반기 열리는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 아래에 있는 위원회를 이용해 세부적인 지침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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