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두고 나왔다"...의자를 기소하라!

한 전 총리 뇌물수수 혐의 뒤집는 곽영욱 전 사장의 '말말말'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0-03-27 01:22:13l수정 2010-03-27 11:23:29
한명숙 전 총리 공판에서는 그야말로 '말말말'로 회자될만한 진술이 여럿 나왔다. 특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입에 모든 관심이 쏠렸는데, 검찰이 한 전 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유일한 증거가 바로 곽 전 사장의 진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은 증인으로 출석한 2차 공판부터 검찰 조사때와는 반대되는 진술을 쏟아내며 검찰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의자에 두고 나왔다"...네티즌, 의자를 기소하라! 실소

곽영욱 전 사장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때 발언을 번복하면서 오락가락해 검찰에서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을 샀다.

곽영욱 전 사장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때 발언을 번복하면서 오락가락해 검찰에서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을 샀다.ⓒ민중의소리 자료사진

곽영욱 전 사장은 11일 2차 공판에서 검찰 조사때의 진술을 뒤집었다. "(총리공관에서) 식사를 마치고 방을 나서기 전 의자 위에 5만 달러를 놓았고 누가 가져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다. 검찰이 낸 공소장에는 '피고인 곽영욱은 오찬 후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나가고 피고인 한명숙과 둘만 남아있는 기회에 2만, 3만 달러씩 담겨 있는 편지봉투 2개를 피고인 한명숙에게 건네주었다'고 기재돼 있다. 한 전 총리 기소와 관련, 핵심 증인이 공소사실을 뒤집는 진술을 한 것이어서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곽 사장은 법정에서 검찰의 '강압수사', '짜맞추기' 수사를 암시하는 진술도 했다. "검사가 전주고 나온 정치인 이름을 다 대라고 했다", "조사받을 때 검사가 너무 무섭게 조사해 죽고 싶었다", "검사가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다"는 진술 등이 강압수사 짜맞추기 수사를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조서를 재작성 했더니 검찰에서 정치인 얘기를 계속 하라고 했다"라며 "하도 몸도 아프고 죽게 생겨서 다시 줬다고 진술했다"고 까지 말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 측은 이날 재판이 끝난 후 "곽 전 사장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재판부조차 '공소사실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검찰, 공소장 변경

곽 전 사장이 돈 봉투를 오찬장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이 전달됐는지도 알 수 없게 됐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뇌물을 건넨 방법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건네주었다'는 추상적인 표현을 썼다"라고 밝혔다. '건네주었다'는 표현에는 '직접 전달했다'거나 '집기에 놓고 나왔다'는 방법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보다 못한 재판부는 "그렇다면 탁자에 놓았다는 것이나 비서에게 돈을 줘서 이를 비서가 다시 건네줬다는 것도 다 포함되는 셈이고 결국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행위가 특정돼야 하니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은 25일 곽 전 사장이 '의자에 5만달를 내려놨다'고 공소장을 변경했다.

"인사청탁 해본 적 없다"

곽영욱 전 사장은 15일 공판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대한석탄공사나 남동발전 사장 인사와 관련, 청탁을 해본 적이 없다"라며 "5만달러는 평소 고마운 마음에 준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어 "검찰 조사 때는 그렇게 (인사 관련 청탁을 했다고) 생각하고 말했지만 순전히 내 추측과 '필링'으로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기타 관련 증인들도 한 전 총리의 무죄를 증언하는 진술을 내놨다. 17일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곽 전 사장이 대한석탄공사 사장 1순위로 추천됐으나 청와대 인사추천회의가 '강원도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을 선임하는 게 좋겠다'는 정무적 판단을 하면서 곽 전 사장이 불이익을 받았다"라며 "이에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하고 인사수석실 주관 하에 곽 전 사장을 추천하는 절차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곽 전 사장이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된 경위에 대해서도 "발전회사의 수익창출을 위해 발전탄 수송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면서 "물류 전문가인 곽 전 사장을 발전회사의 사장으로 추천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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