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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때문? 방송사 오보만발..아니면 말고?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입력 2010-03-28 15:28:48 l 수정 2010-03-28 15:53:45

지난 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해군 초계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아직 명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들조차 사고 원인을 놓고 갖가지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북 어뢰의 공격' 가능성이다. 그러나 사실 이 같은 '사실무근'의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는 데엔 사건 발생 직후 터져나온 방송사들의 과도한 추측 보도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고로 다수의 인명사고가 발생했고, 해군 함정 침몰 사고인 만큼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건의 중대성,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는 다른 사건에 비해 상당히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만큼 국민들이 가장 쉽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송은 이런 사건을 보도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고 직후 이어진 방송 보도들에선 그런 '신중함'이 보이지 않았다.

SBS 자막

SBS는 26일 밤 11시 40분께 '스타부부쇼 자기야'를 방송하던 도중 '2함대 소속 초계함 1척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가장 가관인 건 SBS의 자막 보도였다. SBS는 26일 밤 11시 40분께 '스타부부쇼 자기야'를 방송하던 도중 '2함대 소속 초계함 1척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이라는 자막을 내보내 시청자들 사이에 긴장을 유발시켰다. 그러면서도 SBS는 별다른 후속 보도 없이 밤 11시 55분부터 김연아가 출전하는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를 생중계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자행했다.

'북한 공격' 자막 보도와 관련해 SBS 보도국 관계자는 "예비자막으로 준비했던 내용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도중에 사실상황인 것처럼 잘못 처리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KBS도 이날 밤 11시 35분께 뉴스속보에서 박상범 앵커를 통해 "침몰 원인은 북한의 공격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라며 추정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MBC 역시 이날 밤 12시 40분부터 방송된 '뉴스24'에서 김주하 앵커를 통해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북한 동향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고, 정부도 다음날 오전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 사건이 북한과 연계 가능성이 높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침몰 지역은 북방한계선(NLL) 남쪽과 상당히 먼 곳으로 북한 함정이 출몰하는 지역은 아니"라며 "북한의 공격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발했다. 미국 국무부도 사고 직후 "현 시점에서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라며 "현 단계에서 결론을 예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방송사들은 아무런 소식통에도 근거하지 않는 과도한 추측 보도를 자의적으로 한 셈이다. 이후 북의 공격과 연관이 없다는 점은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의 추측 보도는 그 강도는 덜해졌으나 여전히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보도 자막

'북 공격으로 추정'이라는 보도를 한 KBS.



KBS는 지난 27일 '9시뉴스'에서 "북측의 도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면서도 "어떻게 1,200톤급의 함정이 해군들이 탈출할 틈도 없이 침몰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어뢰 등 직접적이고 강력한 공격이 없었다면 일어나기 어렵다"고 보도해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KBS는 이 보도를 '풀어야 할 의문'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SBS는 어뢰가 함정에 적중해 선체가 완파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번 사고의 경우 선체 완파 현상이 없었던 데다 음파 탐지기에도 어뢰가 포착된 정황이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어뢰가 노후해 천안함을 반파시킬 만큼 화력이 강하지 않을 수도 있어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고 했다.

물론 단순히 북 도발 가능성을 제기할 수는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이 큰 만큼 국민의 우려감은 극대화 돼 있다. 이런 상황에 방송사들이 굳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의혹'으로 포장해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괜한 긴장감을 고조시킬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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