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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지연씨 마지막 가는길 끝내 외면한 삼성

영정 사진 든 방문길...삼성 막고, 경찰 끝내 강제 연행

이재진 기자, 김한수 수습기자

입력 2010-04-02 17:05:51 l 수정 2011-02-25 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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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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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만이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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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 하면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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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일했던 곳을 한바퀴 도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같이 일했던 직원이잖아요?"(최은희 진보신당 서울시당 전 부위원장)

삼성은 끝내 고 박지연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차갑게 외면했다.

고 박지연씨는 고등학교 3학년 당시 2004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납 용액과 화학용품을 취급하는 반도체 검수 업무를 맡고 2년 반만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지난달 31일 23살의 나이로 결국 숨을 거뒀다.

2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의 오열 속에 치러진 발인식을 마치고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반올림) 소속 활동가 11명은 고 박지연씨의 영정 사진을 들고 강남 삼성 본관을 찾았다. 한맺힌 곳을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작은 소망이었다.

고 박지연씨 마지막 길 외면한 삼성과 경찰

하지만 삼성과 경찰은 끝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허락치 않았다. 최은희 진보신당 서울시당 전 부위원장은 고 박지연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삼성 건물 내부도 아닌 외부를 한 바퀴라도 돌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되돌아온 것은 '불법 집회'라는 답변 뿐이었다. 경찰은 2개 중대 70여 명을 투입해 삼성 건물을 보호했다.

노동건강연대 이상민(41) 활동가는 "우리는 집회를 할 의도도 없고 순수하게 발인한 분의 넋을 기리고, 억울함을 풀어드리고자 추모의 마음으로 삼성건물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길을 가로막는 경찰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박지연씨의 발인후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들이 강남 삼성본관으로 이동하는것을 경찰들이 막고 있다.



삼성 측도 자사 경호 인원 10여 명을 투입해 고 박지연씨의 마지막 길을 가로 막았다. 특히 삼성 측은 삼성본관 건물과 삼성생명 건물 사이에 나 있는 3차선 도로까지 막고 나섰다. 사람이 도로 한 가운데 서서 차량 통행을 막고 있어 명백히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꼴이었다.

영정사진을 들고 건물 한바퀴를 도는 것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던 경찰은 하지만 삼성 측의 상식을 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았다. "차량 소통에 지장이 없도록 자신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라는 것이 현장을 지휘했던 경찰 관계자가 고작 했던 말이다.

삼성 본관앞에 온 박지연씨 영정

2일 오후 서울 강남 삼성 본관앞에서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들이 삼성에게 박지연씨의 죽음을 항의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이에 삼성 경비직원들이 나와 왕복 4차선 도로를 막아 나섰다.



경찰은 고 박지연씨를 추모하고 삼성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도 허용치 않았다. 삼성과 경찰에 가로막힌 반올림 활동가들은 할 수 없이 삼성 본관 앞에서 고 박지연을 추모하고 삼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경찰은 3차 해산 경고 방송 직후 집시법 위반 혐의를 들어 "현행범으로 연행 조치하겠다"며 최은희 전 부위원장과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소 활동가, 김산 다산 인권센터 활동가 등 7명을 서초 경찰서로 강제 연행했다.

반올림 활동가들은 집시법 위반이 될만한 구호조차 외치지 않는 등 되도록이면 경찰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반면 경찰은 1차 해산 경고에서부터 마지막 3차 해산 경고 방송까지 한 시간이 30분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유독 삼성 본관 앞 기자회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긴급 연행했다.

삼성 본관앞에 온 박지연씨 영정

2일 오후 서울 강남 삼성 본관앞에서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들이 삼성에게 박지연씨의 죽음을 항의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경찰에 항의하는 반올림 회원

2일 오후 서울 강남 삼성 본관앞에서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들이 삼성에게 박지연씨의 죽음을 항의하며 피켓을 들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불법집회라고 방송하자 회원이 항의하고 있다.


연행되는 반올림 회원

2일 오후 서울 강남 삼성 본관앞에서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들이 삼성에게 박지연씨의 죽음을 항의하며 피켓을 들고 항의하자 경찰이 불법집회라며 회원을 연행하고 있다.



투병자만 20명...삼성 측이 책임 인정해야

삼성 측은 고 박지연씨의 죽음과 관련해 업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 산재 처리를 할 수 없고, 정밀 역학 조사 요구에도 기업 비밀상 정보 제공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올림 측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온양 공장에서 일을 하다 급성 백혈병과 림프종 등 혈액계 암에 걸린 노동자는 20명이고, 고 박지연씨를 포함해 사망자만 9명에 이른다.

공유정옥 활동가는 "기흥공장에서 일한 여동생이 죽었다는 제보가 있다. 구체적으로 이 사실이 확인되면 벌써 삼성 공장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만 10명"이라고 전했다.

삼성의 작업 환경과 백혈병이 무관치 않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삼성전자 등 반도체 3사의 6곳을 조사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을 확인했다.

반올림 측은 삼성이 업무 환경으로 인한 발병을 인정해 책임을 질 때만이 더 이상 고 박지연씨와 같은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유정옥(37)활동가는 "삼성이 치료비와 위로금 몇푼을 준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한 삼성이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도 "23살 꽃다운 젊은 여자가 삼성반도체에 근무했지만 그 소녀에게 돌아온 것 죽음 뿐이었다"며 "삼성과 백혈병의 인과 관계는 깊다. 언론을 통제하고 가족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삼성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김효진(26)씨는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어이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례 외에도 안 밝혀진 사례까지 하면 더 있을 것 같은데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인식에서 고 박지연씨의 할머니인 박사금(70)씨는 발인실 바닥에 누워 "우리 애기도 못살려내고…"라며 오열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고 박지연씨 시신은 성남 영생원 화장터에서 화장 후 강원도 속초 바다에 뿌려졌다.

박지연씨 발인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박지연씨의 발인을 하고 있다.


오열하는 유가족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박지연씨의 발인을 하는 가운데 박지연씨의 할머니가 영정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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