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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석 비율 높으면 수능 점수 낮다"

김행수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국장

입력 2010-05-06 20:29:58 l 수정 2011-02-25 23:04:15

한나라당의 책사로 불리는 지방선거전략기획위원장 정두언 의원이 또 폭탄을 터트렸다. 정두언 의원실이 2009년 수능성적을 분석하였다면서 “전교조 가입률이 높으면 수능성적이 낮다”는 실증적인 결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하였다. 그 분석 방법은 전교조 가입률이 5% 미만인 학교와 40% 이상인 학교의 수능 1·2등급 비율의 차이를 분석하였다고 한다.

표본이나 근거 데이터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분석 결과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통계의 기본도 지키지 않아 대한민국 ‘국회의원(사실은 그 보좌관들이 했겠지만)이 정말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조중동 보수 언론 역시 대부분 이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전교조 공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우스꽝스럽다.

이 통계 분석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를 우선 한나라당의 2010년 현재 국회 의석 분포비율과 2010년 수능 성적 결과를 비교해 보고, 두 번째로는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MB 득표율과 2009년 시도별 수능 상위 분포를 비교해 보면서 따져보자.

수능 성적 높을수록 한나라당 국회의원 비율 낮다, 아예 없다?

정두언 의원실은 전교조 비율이 5% 미만인 학교들의 수능 1,2등급 비율이 40% 이상인 학교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0년 현재 시도별 국회 의석수(전국구 제외)를 2010년 수능 시도별 평균(언어, 수리, 외국어 합계 평균)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2010년 수능 평균과 한나라당 의석수

2010년 수능 평균과 한나라당 의석수.



한나라당의 지역구 의석이 하나도 없는 광주와 제주도의 시도별 수능 성적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온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의석수가 매우 높은 경남, 인천, 경북 등의 수능 성적이 최하위권이다.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하나도 없는 충남, 전남, 전북이 꼴찌에서 1등, 4등, 5등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정두언 의원실이 한 것처럼 “예외적으로 설명 불가”라고 해버리면 얼마든지 해명이 가능하다. 정 의원실은 전교조 가입 비율이 높을수록 수능 성적이 높게 나온 “강원, 충북, 경북 등 소규모학교가 많은 농산어촌지역의 경우 성적 비교가 곤란”하다고 어물쩡 넘어갔다.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한나라당 의석 비율이 낮은 충남, 전북, 전남의 수능 성적이 낮게 나온 것은 소규모 학교가 많으므로 비교가 곤란”하다고 하면 된다.

물론 통계학적으로 이 분석은 말도 안 된다. 실질적으로 한나라당 의석수와 수능 성적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 또는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두언식 억지를 부리자면, “광주와 제주도에서 보듯, 수능 성적이 가장 높은 최상위 지역은 한나라당의 의석 비율이 낮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과연 정두언 의원과 한나라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MB 지지율(대선 득표율) 높은 지역이 수능 성적 낮다?

MB 지지율과 수능 성적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물론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정두언 식으로 견강부회를 한 번 해보자. MB 지지율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의 MB의 득표율로 하고, 수능 성적은 이번에 정의원이 원자료(raw-data)로 사용한 2009년 수능 상위 1-2등급을 기준으로 해서 둘의 (겉보기) 상관관계를 억지로 추론해 보자.

17대 대선 MB 득표율과 2009년 수능 상위 등급 비율

17대 대선 MB 득표율과 2009년 수능 상위 등급 비율.



이 비교 자료에 의하면, MB 득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던 광주가 2009년 수능 상위 1-2등급 비율은 전국 최고이다. 제주와 대전 역시 득표율이 낮은데 수능 성적은 3위와 7위를 기록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다. 이에 비하여 MB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경북은 수능 성적이 16개 시도 중 11위를 기록하여 하위권이었다. 득표율이 높았던 경남과 울산은 이보다 더 낮아 전국 15위와 13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물론 예외적으로 전북과 전남이 득표율은 매우 낮은데 비해 수능 등급 비율도 10위와 12위로 중하위권이었다. 그런데 이는 위와 똑같이 정두언식으로 똑같이 “농어촌소규모 학교가 많아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변명이 된다.

정두언식 견강부회...초등학생도 그러면 혼난다

정두언 의원이 분석했다는 전교조 조합원 40% 이상의 학교들이 어디인지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5% 이하의 학교들에 특목고나 비평준화 지역, 자립형 사립고 등이 얼마나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것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정두언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는 아무 쓸모가 없는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조전혁, 정두언, 진수희, 김효재, 이들을 비롯하여 한나라당의 대부분 의원들이 전교조와 교육철학이 다르고, 전교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불문가지이고 그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감정을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A라는 한 아이가 B라는 아이를 괴롭히다 선생님에게 들켜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A와 친한 또 다른 아이 C,D,E,F 등이 또 B를 괴롭힌다. 이를 옆에서 말리자 그 아이들이 “괴롭히지 말라고 징계를 먹은 것은 A이지 우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징계위원회에서 못하게 할 때까지 계속 B를 괴롭혀도 된다”고 우긴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리를 내세우며(한겨레 신문에 변호사 출신의 강용석 의원이 “법리가 아니라 의리의 문제다”라고 썼더라.) 앞 다투어 자기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이 철부지 아이들의 행동과 다름이 없다. 초등학생들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하면 선생님께 혼난다.

하물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그것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다루는 교육상임위원들이 이러면 안 된다. 또 하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 핑계를 대는 학생이 제일 얄미운 유형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조전혁, 정두언 의원 등이 하는 행동이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교육부장관, 교육감을 하면서 망쳐 놓은 교육을 전교조라는 남 탓을 하면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단 한번이라도 전교조가 우리 교육의 주류였던 적이 있었던가? 자신들은 지난 수십년간 교육과 권력의 주류였고, 지금도 (경기도를 제외한) 모든 시도교육감이 그들과 교육관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교육비리에 대한 사죄와 함께 만족함을 알고 물러나야

이런 사람들이 지지한 교육감과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에 의해 교장과 교감, 장학사 자리를 매관매직하고, 학교 공사비에 심지어 학생들 수학여행비까지 머리 수로 세어서 “삥” 뜯었던 일이 벌어져 망신을 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교육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학습에 시달리는데도 그들은 “요즘 아이들 공부 안 해서 큰 일”이라고 혀를 찬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노동자에게 “요즘 노동자들 일 안 해서 큰 일”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의 구속 사태, 매관매직으로 대표되는 교육 비리에 대해서 가장 많이 반성해야 할 이들이 바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다. 이건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의 책사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정두언 의원이나 대학 교수 출신인 조전혁 의원이나 이런 행동을 하면서 고민도 많을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 비율 높으면 수능 성적 낮다.”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요량이면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전교조에 대해서 그만 둠이 옳을 것이다. 이만큼 했으면 되었으니 교육 비리에 대한 책임을 사죄하고 전교조 마녀 사냥은 만족함을 알고 물러서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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