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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징계 재심 앞두고 폭풍전야에 휩싸인 MBC

재심 결정 변화 없을 경우 파국 전망

기자

입력 2010-06-11 14:08:57 l 수정 2010-06-11 15:03:51

'폭풍전야'

41명의 MBC 직원을 무더기 징계한 MBC 사측이 11일 징계관련 재심에 들어가면서 MBC가 폭풍전야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심은 오전 10시 50분경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하지만 오전까지도 징계 대상자에게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39일간 진행된 파업을 중단한 뒤 6월 2일 지방선거 직후 벌어진 대량 징계 사태로 MBC 노동조합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날 재심이 무더기 징계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끝날 경우 MBC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MBC는 폭풍전야

재심 결과 발표를 앞두고 11일 MBC 본관 건물을 찾았다.

오전 10시 30분 MBC 본관 출입구에 들어서자 '부당해고철회'라고 쓰인 검은 리본이 구석에 놓여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쪽 가슴에 검은 리본을 찬 MBC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출입구 양쪽 벽면에는 10여장의 대자보가 붙여져있었다. 실명을 밝힌 대자보에는 이근행 위원장과 오행운 PD의 해고를 비난하고 김재철 사장에 대한 배신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보도국 37기 구본원 외 15명은 대자보를 통해 "나날이 뭘 생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군요, 이번엔 겨우 6년차 PD(오행운 PD)의 해고입니까?"라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에게 해고는 실제 살입입니다. 비속어 한마디에 한 가정의 생존권을 박탈하다니요"라고 썼다.

또다른 대자보에는 "MBC를 지키기 위해 파업을 했고, 또 현업으로 돌아왔다. 단지 제일 앞에 이근행 위원장이 섰을 뿐"이라며 "모두 해고를 할 수 없다면 이근행 위원장도 해고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은 물러가라!

MBC 노조 조합원들이 여의도 MBC 본사 10층 사장실 앞에서 복도를 지나가는 김재철 사장에게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과 'PD수첩' 오행운 PD에 대한 MBC 사측의 해고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출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향했다. 10층은 김재철 사장실이 있는 곳이며, MBC 노동조합 지도부의 농성장이기도 하다. 10층에 내리자마자 노동조합 간부들과 심각히 얘기를 나누고 있는 오행운 PD가 눈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그 시각 재심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김재철 사장을 비난하는 글을 게재했다는 죄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노동조합 집행부도 아니고, 공개된 글도 아닌 MBC 사내게시판에 김재철 사장을 욕했다는 이유였다.

"아직까지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어요"

오 PD는 자신의 운명을 가를 '해고'를 앞두고 담담히 이렇게 말했다.

오 PD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MBC 직원 한두명이 오 PD를 보고 말없이 어깨를 두드렸다.

이근행 위원장, "김재철 사장은 역대 최악의 사장"

1층 MBC 노동조합 사무실은 무거운 공기가 가득차 있는 듯 엄숙한 분위기였다. 오 PD와 함께 해고를 당한 이근행 위원장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건강은 어떠세요?"
"천천히 회복하고 있습니다"

10여일이 넘는 단식 농성으로 끝내 병원에 후송됐던 이 위원장은 빼쩍 말라보였지만 여전히 강단있는 목소리였다.

"무더기 징계 사태로 김재철 사장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은 것 같은데요?"

"징계 문제를 떠나서 김재철 사장은 역대 MBC 사장 중 최악의 사장입니다"

이 위원장은 또한 "김재철 사장의 징계 자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중징계를 대규모로 받을 만한 문제인가 근본적으로 물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오행운 PD의 해고에 대해 할말이 많았다.

"그런 행위(오 PD의 해고)를 함으로써 김재철 사장과 현 경영진이 얼마나 자신의 수준이 낮은지 보여준 것입니다. 누워서 자신에게 침을 뱉은 꼴입니다"

이 위원장은 "노사가 적대적인 사업장에서도 멱살잡이를 했다고 해서 해고로 이어지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아들이 아버지에게 대들었다고 해서 자식을 죽이는게 말이 되느냐? 김재철 사장의 뜻에 따라 해고를 한 현 경영진도 공모자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위원장에 대한 부당징계 철회하라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과 'PD수첩' 오행운 PD, 노조원들이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에서 농성을 하며 MBC 사측의 해고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무더기 징계 사태는 분노만 키울 뿐

이근행 위원장을 비롯한 MBC 노동조합 지도부는 파업을 끝내고 현장 투쟁으로 전환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3일에 걸쳐 조합원들과 격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MBC 사측은 하지만 파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무더기 징계 조치를 내렸다. 다시 말해 파업을 마무리하고 현장 투쟁으로 전환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파업을 끝낸 직후 무더기 징계 사태가 왔는데 현장투쟁 전환 결정에 후회는 없습니까?"

조심스런 질문이었지만, 이 위원장은 단호한 듯 말했다.

"조합원 100% 동의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투쟁 국면에서 한 순간의 결정을 하는 것은 집행부의 몫입니다. 당시 현장 투쟁 전환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들의 많은 문제제기를 들었습니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동일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공감대가 확대된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파업 투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징계를 내렸다고 해서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파업은 큰 수준의 투쟁입니다. 내부적인 조건과 정세를 따져서 선택할 문제입니다"

이 위원장은 무더기 징계 사태를 돌파할 대책에 대해 MBC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단결을 꼽았다. 한사람의 해고 문제가 아닌 MBC 지키기 전체의 문제로 바라볼 때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무더기 징계 사태는 우리의 분노를 더욱 촉발시켰고, 우리가 싸운 이유를 분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된 짧은 인터뷰를 마친 직후 이 위원장은 집행부 회의에 들어갔다. 재심이 큰 변화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한 회의다.

MBC 노동조합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 해고무효 소송 등 법적투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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