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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천재' 정대세가 '조선공화국' 선수로 뛰는 이유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입력 2010-06-15 18:30:19 l 수정 2011-02-25 23:04:15

남아공월드컵 북한 대표팀으로 출전한 정대세 선수.

남아공월드컵 북한 대표팀으로 출전한 정대세 선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와 함께 주목받는 건 1966년 이후 44년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선 북한의 선전 여부다. 이 같은 관심의 중심에는 '인민 루니'라고 불리는 북한의 축구 천재 정대세 선수가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천안함 사태로 인해 남북 긴장국면이 조성되면서 북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곤 하지만 정작 '인민 루니' 정대세 선수를 비롯한 북한 축구팀에 대해서는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다만 방송과 언론이 역사적인 '남북 공동 월드컵 진출'이라는 쾌거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나마 정대세 선수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전하는 기고글 정도가 '남북 공동 월드컵 진출'에 의미를 부여하는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정대세 선수에 대한 관심이 한껏 고조되기 시작했던 건 지난 2008년 2월 동아시아대회에서 남북 축구팀이 맞붙은 이후부터다. 당시 정대세는 유연한 발재간과 강력한 슈팅력으로 남쪽 국민들의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았었고, 이와 함께 정대세의 '국적론'이 논란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정대세의 국적이 논란이 된 건 다름아닌 재일동포 정대세의 원래 국적이 '한국적'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남북 축구경기가 벌어진 다음날 스포츠 신문과 일간 신문들에는 ‘정대세의 국적은 한국인’이라는 요지의 기사가 크게 실렸다. 이들 기사의 본질이 어떻든 정대세가 '한국적'이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대세의 본적은 경상북도 의성군이며, 부모 모두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한국적'이었던 정대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팀 선수로 뛰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정대세의 국적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재일동포 사회에 대한 이해다. 사실 정대세의 국적 논란은 남쪽 사람들이 '평소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재일동포 사회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재일동포는 20세 이후가 되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국적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성인이 된 재일동포들은 한국적(韓國籍), 조선적(朝鮮籍), 일본적(日本籍)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여기서 조선적이란 국적이 '조선'으로 돼 있는 재일동포이며, '조선'은 민족이 분단되기 전의 '조선'으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조선'이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재일동포의 국적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외국인등록증이다. 이 등록증의 국적 표기란에는 하나의 국적만 표기할 수 있다. 정대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팀 선수가 되기 위해 최소한 대외적으로 한국적을 포기하고 무국적자로 돌아선 셈이다. 이는 물론 정대세 스스로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일조선인축구협회 기술부 소속 김재남 씨는 "정대세 선수는 원래 한국적이었으나, 오래 전에 그의 의지에 따라 조선적을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선의 축구 대표로 나오고 싶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학교-정대세

가나가와 조선학교를 방문한 정대세 선수

정대세가 조선적을 선택한 깊은 의중은 알 수 없으나, 정 선수가 조선공화국 대표선수가 된 이유는 스스로가 밝혀 왔던 것처럼 "16년간 조선학교에서 축구를 해 왔기 때문"이다. 조선학교는 식민지 시대에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해방 직후에 만든 민족교육기관이다.

평소 재일동포 문제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생들 중 다수는 사실상 '북한' 국적으로 간주되는 조선적이지만 민족교육에 관심이 있는 한국적과 일본적의 '조선' 학생들도 소수 존재한다.

조선학교는 생겨날 때부터 일본과 외교관계가 단절된 북측 정부와 연관을 맺었다. 때문에 아직까지 일본 내 주류 사회에서 배제와 차별의 상징이다. 북일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조선학교 학생들의 치마-저고리는 일본 우익학생들에 의해 찢겨져 나가곤 했다.

일본어를 우리말보다 더 잘하고 자본주의 국가에 편입돼 살아가는 재일동포3세대들과 학부모들이 차별과 배제를 무릅쓰고 조선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단 이후부터 줄곧 조선학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남한이 아닌 북한이다. 이는 곧 식민지 시대 끌려간 재일동포 2,3세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 남측 정부가 무관심하게 일관해온 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대세 선수는 이전부터 조선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에게 "(내가) 조선학교를 졸업해서 'J리그'에 들어간 결과를 모두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며 "조선학교에 다닌다고 하는 것을 결코 손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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