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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선 접전지 서울 은평을 가다

이재오의 인지도, 인물론은 여전...반MB민심 투표장까지 이어질까

박상희 기자 psh@vop.co.kr

입력 2010-06-16 16:51:43 l 수정 2011-02-25 23:04:15

오는 7.28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는 역시 은평(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출마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재오 위원장은 이 곳 은평을에서 3선을 했다. 이 위원장은 1991년 민중당 후보로 출마하여 낙선했고, 그 이후 신한국당(지금의 한나라당)에 입당해 1996년, 2000년, 2004년 3번의 총선에서 당선되었다.

이 위원장의 지역 활동은 부지런하기로 유명하다. 지역구의 거의 모든 상인들과 토박이들 중에 이 위원장의 손을 잡아보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 위원장은 부지런한 지역활동을 기반으로 ‘탄핵 역풍’이 강하게 분 2004년 총선에서도 살아남았다. 2004년 총선에서 그는 열린우리당 송미화 후보를 단 3,000여표 차로 꺾고 삼선에 성공했다.

그런 그도 2008년 총선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았던 이재오는 ‘대운하 심판’을 앞세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1만 표 이상 뒤졌다. 이번 총선은 막 손에 들어온 권력을 미처 만져보기도 전에 정계의 아웃사이더로 굴러 떨어졌던 그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명예회복전이기도 하다.

이재오를 모르면 ‘간첩’

은평구 주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 구청장을 선출했다. 민주당의 김우영 후보는 한나라당 김도백 후보를 2만5천여표 차이로 눌렀다. 강남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은평구의 표심은 다른 구에 비해서 더 격차가 컸다.

사실 기자가 2년 전 국회의원 선거 당시 은평을 찾았었다. 당시 지역 민심은 명확히 한나라당의 이재오 후보 VS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40년 터줏대감’이라는 말에 걸맞게 이재오 후보의 당선이 당연하다는 반응이 이제는 한나라당이 아닌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민심을 조금은 앞서 있었다. 그래서 2008년 총선 결과는 ‘놀라움’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2년. 여전히 은평에서 이재오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지도에서 이재오 위원장을 앞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인심은 좋지 못했다. 6.2 지방선거 결과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7.28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은평을

7.28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은평을


7.28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은평을

7.28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은평을



불광시장, 대조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7.28 재보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 놓았다. 야채 장사만 10년 넘게 했다는 유 아무개씨(54)는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었다. 그는 “은평은 뉴타운 때문에 매우 시끄러웠던 곳이다. 그게 다 한나라당 뉴타운 때문 아니냐”며 “우리 친척 어르신들은 '이재오 같은 일꾼을 뽑아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지지했지만, 나는 좀 싫었다”고 말했다.

7월 28일에 다시 선거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재오 의원이 다시 출마를 하는 걸로 결론이 난 모양인데, 한 번 떨어진 곳에서 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데... 용기가 가상”하단다. 그는 “이재오는 싫은데 문제는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에서 누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후보는 모르지만 이번에도 민주당을 택할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근처에서 부동산을 한다는 김홍선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나도 김우영(은평구청장 당선자)을 찍긴 했다”며 “친환경무상급식이라는 공약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랬다”고 했다. 하지만 재보선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김 씨는 “국회의원은 인물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재오 씨는 확실히 ‘난’ 인물이다. 여기서 3선이나 했던 양반이고, 한 번 쓴 맛을 봤으니 다시 (국회) 들어가면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

불광역 근처 아울렛 앞에서 만난 심아무개씨(여, 45)는 재선거 이야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선거 피로도’를 토로하던 심 씨는 누가 출마하냐며 되묻다가, 이재오 위원장의 출마 이야기에 “진짜로 나오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는 사람을 먼저 보는 스타일”이라면서 “이재오는 이명박 대통령의 스승(?)과도 같은 인물 아니냐”며 무게감을 높게 쳤다. 그는 “민주당에서 후보가 있긴 있느냐”면서 “은평에선 이재오에 맞설 인물이 중요하다”고 나름의 포인트를 내놓았다.

연신내역 앞도 비슷했다. 이재오 위원장을 기억하고 지지한다는 사람도 몇 있었지만, 2008년 총선 때의 문국현 후보 같은 참신한 인물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연서시장 근처에서 구두 수선집을 하는 이 모씨는 “국회의원을 하려면 지역에서 오래 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재오 의원은 여기서만 40년 넘게 산 양반이다. 또 지난 번에 한 번 져봤으니 (되고 나면)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서시장 내 족발집 주인(56)은 달랐다. “이재오 의원이 여기서 3번이나 국회의원을 했지만 그렇게 은평이 좋아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이재오 보다 유명한 사람이 (야당에서) 나오기엔 무리일 듯싶지만, 나는 좀 다른 당의 후보를 찍어주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바람타는’ 은평

서울의 민심은 지역에서만 잡기는 힘들다. 도심으로 출근했다가 돌아오는 3,40대 직장인들과 좀처럼 동네에서 만나기 힘든 20대들은 선거에서 이변을 만들어낸다.

지나가는 20대를 잡아보지만 잘 응하지 않는다. 수도권의 대학에 다니는 이아무개씨(남, 22)는 “선거요? 또 선거해요?” 기자에게 도리어 질문 공세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으니 무조건 야당을 찍”겠단다. 그는 자신의 집이 은평을구인지 은평갑구인지는 자신이 없다면서도 “투표 안내가 오면 투표는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20대는 “정치에 관심없다”며 아예 말을 붙이지 못하게 했다.

불광역 인근의 편의점에서 만난 서아무개씨(여, 32)는 투표율이 아주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안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는 날도 아니고, 크게 관심이 쏠리지도 않을 것이라는 그는 막상 ‘누구에게 투표하시겠냐’고 물었더니 “그날 가 봐야 알겠다”고 피해갔다.

야당에서 누가 나오건 이재오 위원장이 십여 년간 닦아온 인지도나 조직력을 앞서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은평은 수도권의 다른 곳처럼 바람을 타는 곳이다. 2008년 총선에서 이 위원장이 낙선한 것이나, 2004년 선거에서 신승을 거둔 것을 보면 그렇다. 민심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은 확실해보이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은평을의 재보궐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오 위원장에게 화려한 부활의 기회가 될까, 아니면 사실상 정계은퇴로 내몰리는 지옥의 입구가 될까. 어쩌면 그 대답은 야당에게 주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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