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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번 어뢰' 설계도의 미스테리

특별취재팀

입력 2010-07-08 13:23:55 l 수정 2010-07-08 17:17:26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가운데, 민군합동조사단이 '결정적 증거'로 내세운 이른바 '1번 어뢰'의 설계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 실수로 '가짜' 어뢰 설계도 공개했다고? = 민군합동조사단은 지난 5월20일 중간조사결과 발표 당시 쌍끌이 어선이 침몰원점 부근에서 수거한 어뢰 추진체 잔해가 북한산 CHT-02D 어뢰라고 밝혔다.

합조단은 당시 유리관에 담긴 어뢰 추진체 잔해 위에 정보기관에서 입수했다는 수출용 팜플렛에 나온 설계도면을 10배 확대한 것이라면서 설계도를 내걸었다.

가짜로 판명된 7m 짜리 실물 크기 어뢰 설계도.

가짜로 판명된 7m 짜리 실물 크기 어뢰 설계도.


그리고, 실물 크기의 도면이라면서 7m 짜리 설계도를 공개했다. 그런데, 이 실물 크기 설계도에 나타난 추진부는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CHT-02D 어뢰의 추진부와 사뭇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의혹이 제기되자 합조단은 이 실물 크기 설계도는 CHT-02D 어뢰가 아닌 다른 어뢰의 설계도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6월29일 열린 언론단체 설명회에서 "당시 어뢰를 수거하고 전체 설계도를 확보한 게 없어서 추진 동력체 부분 설계도를 받아서 (어뢰 추진부를)검증했다"고 말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어뢰 실물사진(설계도) 모습은 북한의 PT-97W 어뢰의 실물크기 설계도 사진으로 (인양된 어뢰 추진부와)동일한 어뢰 사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합조단이) 시간이 촉박해서 준비를 한 부서에서 하는게 아니고 두 부서 세 부서에서 하다보니 한 부서에서는 설계도를 가지고 일치시키는 작업을 하고, 다른 부서에서는 어뢰 실물크기 설계도를 확대하는 작업을 해서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합조단의 해명대로라면 5월20일 당일까지도 합조단은 CHT-02D 어뢰의 전체설계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확보하지도 않은 전체설계도를 실물 크기로 그려서 공개했다는 것이 된다. 이것은 합조단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보던 국민들과 그 자리에 있던 국내외 언론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 설계도 먼저 찾고, 어뢰 추진체는 나중에 찾았다? = 합조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온다.

우선, 합조단이 팜플렛을 입수한 시기는 4월21일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국회 천안함 특위 위원에게 CD에 담긴 CHT-02D 어뢰 설계도를 정보당국에서 입수한 날짜가 4월21일이었다고 밝혔다.

어뢰 추진부 인양은 한참 뒤인 5월15일에 했다.

통상적으로 증거물을 찾고, 그 증거물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이 순서이지만, 합조단의 설명대로라면 팜플렛 먼저 확보하고 나서 그것에 맞는 증거를 찾아낸 셈이다.

또한, 설계도 입수 날짜에 대한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합조단은 5월20일 발표를 하면서 CHT-02D 어뢰 설계도를 공개했는데, 그것은 어뢰 전체 설계도가 아닌 뒷쪽의 추진부만 담긴 부분 설계도였다.

합조단이 전체 설계도를 입수한 것은 어뢰 추진부를 인양한지 일주일 뒤였다.

합조단 관계자는 언론단체 설명회에서 전체 설계도를 언제 입수했느냐는 질문에 "(인양한 뒤) 1주일이 지난 뒤 확보했다"고 말했다. 즉, 5월22일에야 CHT-02D 어뢰 전체설계도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CHT-02D 어뢰 설계도를 팜플렛을 통해 확인했다면서 전체 어뢰 설계도는 발표 당일까지 확보도 못하고 그 뒤에서야 확보를 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합조단 말대로라면 팜플렛에는 부분 설계도 따로, 전체 설계도가 따로 있었다는 말이 되며, 그마저도 합조단은 부분 설계도는 찾았으나 전체 설계도는 미처 찾지 못했다는 도무지 이해못할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윤종성 준장이 CHT-02D 어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종성 준장이 CHT-02D 어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무기소개책자'라던 팜플렛의 정체 = 팜플렛에 대한 설명도 '책자'에서 CD로 은근슬쩍 바뀌었다.

윤덕용 합조단장은 5월20일 발표에서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북한산 무기소개책자에 제시되어 있는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책자라고 하면 보통 인쇄물을 일컫는 말이다. 윤 단장의 이 발언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발표문으로 사전에 정리된 문구였다. 따라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당연히 팜플렛이 소책자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합조단은 끝끝내 팜플렛을 '기밀'이라면서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날 합조단에서 다국적연합정보분석단장을 맡은 황원동 중장은 '수출 카탈로그에 어뢰의 구체적인 설계도까지 나와 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팜플렛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들은 어뢰의 제원, 특성, 상세한 설계도면까지 전부 포함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거짓말이었다.

합조단이 6월9일 국회 천안함 특위 위원에게 제시한 '팜플렛'의 정체는 달랑 A4 용지 한 장이 전부였다.

이 종이에는 'GREEN PINE ASSOCIATED COPORATION (청송합작주식회사)'라고 위에 쓰여 있고, 그 밑에 CHT O2D 어뢰 그림을 설명해 놓은 것이 전부였다.

천안함 특위의 한 위원은 합조단 관계자가 '팜플렛은 이 한 장이 전부'라는 설명을 하자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이날 한 장 짜리 '팜플렛' 외에 3장의 A4 용지를 더 들고 왔는데, 한 장은 5월20일 공개한 CHT-02D 어뢰 추진후부 설계도 그림이었고, 다른 두 장은 영어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상업회의소가 청송합작주식회사는 북에 공식등록번호 104번으로 등록된 회사임을 확인한다'고 적힌 내용의 영어본과 한글본이었다.

그런데, 영어본과 한글본에 명시된 청송합작주식회사의 주소와 전화번호는 다르게 적혀 있었다.

합조단이 천안함 특위 위원에게 팜플렛을 보여준 6월9일은 합조단 설명대로라면 CHT-02D 어뢰의 전체 설계도를 확보한 뒤 19일째 되는 날이었지만 이때도 여전히 어뢰 추진체 부분의 설계도면만 담겨 있었다. 의도적으로 숨겼거나 전체설계도를 이때도 확보를 못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군 당국에서 6월29일 공개한 CHT-02D 어뢰 전체설계도

합조단이 지난 6월29일 언론단체 설명회에서 처음 공개한 CHT-02D 어뢰 전체 설계도. 합조단은 지난 5월20일 조사결과 발표 당시 엉뚱한 설계도를 실물크기 도면이라면서 공개한 바 있다.


◆ CD에 있다는 어뢰 설계도, 부분 따로 전체 따로? = 어뢰 설계도가 들어 있다는 CD에 대한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합조단은 6월29일 언론단체 설명회에서 팜플렛의 정체에 대해 "무기를 수출하기 위한 자료는 인쇄물과 CD 두 가지로 가지고 있다"면서 "CD 안에는 어뢰 외에도 다른 종류의 어뢰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카다로그는 CD와 인쇄물, 두 종류로 각각 다른 경로로 입수된 것"이라며 "설계도는 CD에만 들어있다. 카다로그 원본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쇄물은 책자가 아니라 그냥 종이 몇 장"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미리 확보한 CD 안에 CHT-02D 어뢰 설계도가 들어있었다면 4월21일 정보기관으로부터 넘겨받은 뒤 한 달이 지난 5월20일까지 그 CD 안에서 추진후부 설계도만 찾아내고 전체 설계도를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것은 '실무착오'라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장수만 국방차관은 언론단체 설명회에서 "명확한 것을 보고도 인정하지 않는 불신풍조는 고쳐야 할 대상"이라면서 "표현.사상의 자유가 지나쳐 일종의 방종의 상태, 규율이 흐트러진 상태로 우리 사회가 나가고 있지 않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합조단의 '1번 어뢰'에 대한 설명은 '명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합조단이 지금까지 보인 거짓말과 거듭된 해명은 군이 얼마나 방종의 상태인지, 규율이 흐트러진 상태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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