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부시가 다를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그만둘 때

정지영 기자
jjy@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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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다를 것이다."

오바마 정부 들어선 후부터 최근까지도 이러한 기대감은 계속 유지돼왔다. 오바마 정부 초기 북에 대해 ‘선의의 무시’ 정책으로 일관할 때도, 북의 2차 핵시험 이후 유엔 제재를 주도할 때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압박책을 강하게 지지했을 때도 그랬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21일 서울에서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발표를 계기로 미국이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6자회담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겠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는 것이나, 금융제재 등 북의 목줄을 조이는 정책을 택하면서 이 같은 ‘낙관적인 기대’는 허물어졌다.

오바마 대북정책은 ‘원래’ 그랬다

이같은 '낙관'이 작용해온 것은 미국 민주당 정부가 공화당 정부와 달리 본질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북핵문제를 풀어가려 한다는 ‘오해’에 기인한다. 대북 제재조치 등은 대화국면에 진입했을 때 주고받을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민주당 정부든, 공화당 정부든 대북정책의 최종 목표가 북을 압박하여 핵무장을 해제하도록 하는 데 있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공화당인 부시 행정부도 임기 말에는 6자회담이라는 대화 테이블에 나왔고, 민주당인 클린턴 정부도 임기 초반에는 ‘북 붕괴론’에 힘입어 군사적 대응을 추진했었다.

대화냐 압박이냐는 이 같은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또한 임기를 시작한 이래 '전략적 인내'라는 기조 하에 북을 압박하면서 북핵문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치중해왔다. 또한 미국이 북에게 '나오라'고 강조해왔던 6자회담은 중국이 추구하는 '대화틀'로서의 성격보다 북의 비핵화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 '압박정책'과 한 손바닥 안에 있다.

‘핵 없는 세상’ 정책에서 볼 수 있듯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와 달리 핵문제를 정치외교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북이 핵을 포기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확인하기 전까지, 부시 정부보다 더 비타협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북한 붕괴’를 기다린다?

천안함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의 입장은 더욱 강경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천안함 국면에서 한국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일본과의 동맹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로 인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었다.

미국이 이번에 대북 제재를 천명한 것과 관련, 보니 글레이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유엔 의장성명에서 북한을 직접적으로 지적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에 북한에 대한 어떠한 독자적 조치를 취해 달라고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을 과시하면서 대북 강경책을 택한 것이다.

한.미 동맹의 강화는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동현 고려대학교 방문연구교수는 천안함 이후 미국의 ‘기다리는 전략’에 대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다리다가 이제는 북한 정권의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한.미 대북정책에서 현재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 하나는 북한의 급변사태나 붕괴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라고 밝히면서 “미 행정부 내에는 김정일 정권 다음의 정권과 비핵화 문제를 다루기로 하고, 그 때까지는 더 이상 핵확산방지 차원에서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워싱턴이 북한의 급변사태나 붕괴 가능성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한국에서 그와 관련한 '정보'가 집중적으로 전해지는 것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트 캠벨 차관보가 소장으로 있었으며 오바마 정부 외교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쳤던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가장 불순한 행동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대결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위험천만한 조언을 하는가 하면 “김정일 위원장 사후 또는 한반도 통일 이후 미국의 대응 방안과 분쟁을 포함한 한반도의 변화에 관한 대비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는 ‘소프트 파워’를 강조했지만 실제 행동에 있어선 ‘힘에 의한 외교’를 추구하며 북의 '붕괴'를 바랐던 부시 행정부와 조금도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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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 2010-07-27 16:25:11
  • 최종업데이트 : 2010-08-01 18: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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