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민간인 사찰'을 돕고 있다?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 경찰에 넘겨...당사자 확인 요구도 불응

정혜규 기자
jh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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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네이트가 MAC 주소 등 회원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넓히려고 해 논란이 된 가운데 네이버가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경찰에게 넘겨주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회피연아 동영상 올린 네티즌 정보, 네이버가 경찰에 알려줘

차모(29)씨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경찰에게 제공한 네이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회원수 1,500명인 네이버 영어 카페 회원이던 차 씨는 지난 3월 카페 유머 란에 누군가가 만든 이른바 ‘회피연아’ 동영상을 올렸다.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와 유인촌 장관을 찍은 사진 중에서 어색한 장면만 패러디한 동영상을 본 차 씨는 이후 카페 유머 게시판에 이 영상을 퍼 올렸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공간에 회원들과 즐거움을 나누고자 게시물을 올렸지만 이후 차 씨는 이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유인촌 장관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차 씨를 고소한 것. 당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종로경찰서 최모 경사로 “어떻게 경찰에서 제 휴대 전화 번호를 알았느냐”는 차 씨의 물음에 “네이버에서 제공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차 씨는 “기업이 고객의 정보를 지켜 줘야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인데, 네이버는 동의도 구하지 않고 경찰에 신원정보를 제공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개인정보 수집 가능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54조 3항

이같은 개인정보 수집이 현실에서 가능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3항 때문. 이 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가 법원, 검사, 정보수사기관의 장으로부터 재판, 수사 등을 위해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받은 때에 응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때문에 주요 포탈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분별하게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를 경찰에게 넘겨주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한해만 해도 이와 같은 요청에 따른 정보제공이 119,280건에 이르렀다.

이 조항이 문제인 것은 포탈 등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정보가 경찰, 법원 등 권력기관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이른바 민간인사찰을 받을 수 있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할 것을 원칙으로 삼는 헌법도 위반하고 있다. 영장주의는 공권력의 무분별한 압수, 수색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조항인데 경찰 등은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영장 없이 회원 관련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용자 개인이 포탈 등에 자신의 정보가 공권력에 제공됐는지 알려달라고 문의하더라도 포탈에서는 답변을 주지 않아도 된다. 참여연대 회원 4명은 지난 3월 다음에 자신들의 신상정보나 이메일이 수사기관 등에 제고된 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수사상 기밀 등의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차 씨 역시 경찰로부터 연락이 오기 전까지 자신의 정보가 경찰에 넘어갔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이 가능했던 것도 블로그 신상정보를 취득했기 때문

이같은 피해가 잇따르자 ‘통신자료제공’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전기통신사업법 54조 3항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법원의 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MBC, SBS 뉴스게시판에 천안함 침몰 사건 관련 댓글을 달다가 경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은 최모 씨는 최근 법원에 “경찰이 갑자기 찾아와 ‘제가 올린 글이 맞느냐’고 물어서 놀랐다”며 법원에 헌법소원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관계자는 “현재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도 수사상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개인 블로그의 게시물에 달린 신상정보를 취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무분별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촉구했다.

<정혜규 기자 jhk@vop.co.kr>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 기사입력 : 2010-07-28 15:03:19
  • 최종업데이트 : 2010-07-29 09: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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