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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금융제재조치가 '전가의 보도'?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입력 2010-07-29 16:52:16 l 수정 2010-07-29 19:23:08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제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로버트 아인혼 대북 제재 조정관은 다음달 1일 방한해 우리 정부와 추가 대북 금융제제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번 방한단은 아인혼 조정관뿐만 아니라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를 포함, 국무부와 재무부 관계자 등 5명 안팎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 일정을 마친 후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은 아인혼 조정관을 방한을 시작으로 이른바 '3단계 제재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단계 제재조치'는 1단계로 제재대상인 북한의 기관이나 개인을 지정하고, 2단계로 이들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간에 해당 명단을 통보해 거래중단을 권고한 뒤, 그래도 해당 금융기관이 협조하지 않을 때는 3단계로 미국 금융기관과 이들 제3국 금융기관간의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 때 방한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BDA사건을 통해 미국은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며 BDA식의 금융제재를 진행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조치는 '북한의 목줄을 죄는' 압박전략이며, 이를 통해 '핏줄이 막히는 고통'을 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또한 BDA가 한 은행의 계좌를 완전동결시킨 데 비해 앞으로 진행될 제재조치는 북한이 전 세계에서 벌이는 금융거래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강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융제재, 효과도 없고 가능성조차 없는 조치

현재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대북금융제재 조치는 실현될 가능성도 높지 않고, 진행된다고 하더라고 효과를 볼 가능성도 높지 않다.

BDA사태를 거치면서 북한은 금융제재에 대한 준비를 해놓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2005년 당시 BDA에 동결되었던 북한의 자금은 여러 가지 성격의 자금과 계좌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일반적인 대외무역과 군사 부문 자금 계좌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불법으로 규정할 소지가 있는 자금은 더욱 은밀하게 숨겨져 밖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게 낮아져 있다. 따라서 북한의 '불법자금'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찾아내는 것은 2005년보다 상당히 어려워져 있는 상태다. 더구나 군사분야 등의 무역은 특성상 에이전트 등을 통해 상당히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 무역의 80%를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 대북 제재 조치에 참여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데 있다. 중국이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대북금융제재는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2단계 조치로 북한과의 거래 관계를 끊도록 권고한 후, 권고를 듣지 않는다면 해당 은행과 미국 은행과의 거래를 끊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이런 조치에 실제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미국이 '중국 은행' 등과 거래를 끊는다는 것은 오히려 미국 경제에 치명적"이라며 "미국이 그런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가면서 이런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문가는 "1단계 조치를 취한 후, 2단계로 실효성이 없는 유럽 등에서 일부 실시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BDA사태 때 북한은 '피가 막히지 않았다'

현재 대북 금융제재조치의 현실가능성과 별개로,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처럼 BDA의 경험을 얘기하고 있지만 BDA 당시 북한이 큰 고통을 느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보기 힘들다.

BDA제재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BDA사태로 인해 북한의 김계관 6자회담 수석대표가 "피가 마르는 것 같다"고 표현한 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금융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을 김 대표가 인용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BDA계좌 동결조치는 성공하지 못한 조치였다. 북한은 BDA를 통해 손해본 것이 별로 없었던 반면 미국은 이로 인해 큰 곤욕을 치렀다.

북한은 BDA와 6자회담을 연동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 BDA에 동결되었던 2500만달러를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일시적으로 금융거래에 제한이 생기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BDA제재를 불구하고 북한의 동요가 크게 없었던 데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진행하자 결국 6자회담에서 2.13합의를 도출했고, BDA에 동결되었던 자금을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제재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애초에 BDA를 애국법 311조에 의거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이를 국무부가 푸는 것은 애국법 위반이라는 논란에 부딪쳐 몇개월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바 있다.

미국이 이번 금융제재 조치를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진행하려고 하는 것도 BDA 당시 야기되었던 논란을 피해가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다.

'북한의 약한 고리', '북한의 아픈 곳'이라는 한미 당국자들의 최근 발언과 달리, BDA의 경험은 이런 식의 제재를 통해서는 북한의 정책방향에 영향을 주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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