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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내놓겠다? 이건희도 안지키는 약속, 삼성을 믿을 수 있을까?

삼성의 중소기업 '상생' 대책, 신뢰 안가는 까닭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0-08-22 10:06:38 l 수정 2011-02-25 23:04:15

지난 2008년 4월 22일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는 이건희 회장

지난 2008년 4월 22일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는 이건희 회장



"문제는 삼성전자의 변화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은 역시 '통'이 컸다. '친서민.친중소기업' 기조의 일환으로 지난 7월부터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기업 때리기'발언을 연이어 내놓자 지난 16일 삼성전자는 최대 1조원 규모의 '상생' 대책을 내놨다.

지난주 내내 화제가 된 삼성전자의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두 가지였다. 기업은행과 함께 삼성전자가 2.3차 하청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최대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것과, 삼성이 직접 하청 중소기업의 원자재를 대신 구매해 제공하겠다는 것.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펀드는 삼성전자가 2천억원을, 기업은행이 3천억에서 8천억원을 출자해 10월부터 출범하게 되는데, 여신심사는 기업은행이 맡되 대출대상 기업은 삼성전자가 정하게 된다. 삼성의 하청 중소기업들은 이 돈으로 설비투자.기술개발.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게 돼 "자금조달이 어려운 협력사들의 시설투자와 R&D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이런 형태의 펀드는 삼성도 과거에 실시한 바 있고, 앞서 LG전자도 삼성의 발표 한 주 전에 '상생협력 5대 전략과제' 발표를 통해 7400억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특별히 새로운 대책은 아니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분명히 일정 정도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삼성이 내놓은 또다른 '상생' 대책인 사급제도 마찬가지다.

하청 중소기업의 원자재 구매를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싼값에 구입해 제공하는 사급제는 원자재 가격변동에 따른 중소기업의 위험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LCD TV 등에 사용되는 원자재인 철판과 레진(TV외관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원재료), 구리를 사급제 대상으로 우선 적용해 확대해 나가겠다며 원자재 구매와 금융비용 약 1조원 가량을 삼성이 부담하게 돼 "협력사의 자금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급제는 현대기아차가 자동차 원자재인 철판을 일괄 구입해 하청 중소기업의 제공하는 형태로 이미 시행중인 제도로, 현대기아차는 이를 최근 2.3차 하청 중소기업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당장은 하청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하청업체의 대기업 종속을 더 심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런 "생색내기식 '미봉책'"이 정작 본질인 대.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제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납품단가연동제나 3배 손해배상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잦아들게 만드는 효과가 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상생 방안' 발표 뒤 "자금지원 등 시혜성 대책보다는 납품가를 제대로 주는 등 '공정한 룰'을 구축해 달라"고 한 것은 이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선 과거 수차례 약속을 어겨 온 전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내놓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는 이런 '상생' 대책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1조원 규모 지원펀드나 사급제를 약속한 삼성의 경우 과거 수차례 '사회공헌'이라는 이름의 약속을 해왔지만 지켜진 적은 드물다. 일례로 이건희 일가의 경영권 불법세습과 비자금.정관계 뇌물공여 사건을 수사한 삼성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은 10개 항목으로 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는데 쇄신안의 핵심은 이건희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과 '비자금 사회반환'이었다.

이 회장의 사면과 경영 복귀로 대부분의 핵심 약속들이 깨진 상태이며,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차명 계좌에 대해 실명 전환과 함께 누락된 세금을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한 부분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사면을 위해 세금은 납부했지만 정작 조세포탈과 비자금 조성 결과 남은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 어떤 방식으로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한 마디 언급도 없는 상태다.

총수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삼성이 약속을 지키겠느냐는 불신이 생기는 것은 그래서다.

"불우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좋고, 취약계층을 위한 서민금융(미소금융재단) 확대도 좋고, 하도급기업을 위한 상생협력 사업도 좋다. 뭐라도 좋다. 이건희 회장이 개인 돈을 '유익한 일'에 쓴다면, 회사 돈으로 상생경영에 나서겠다고 한 약속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더 굳어지지 않겠는가?" -경제개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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