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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0%->0%...미군기지 이전비용 '배째라'는 미국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0-08-30 16:47:45 l 수정 2011-02-25 23:04:15

미국이 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사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사실상 전적으로 한국에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 같은 요구가 나온 시점이 한.미 간 전작권 환수 연기를 합의한 직후여서 '대가성 아니냐'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두 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하나는 미군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공사비 4조7천억 원을 한국이 주한미군에 주는 방위비 분담금으로 돌려쓰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1조7천억 원으로 예상되는 설계비 등을 한국 정부가 현금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보증해 주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오는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채택되는 ‘전략동맹 2015’에 명기해 빼도 박도 못하게 하자는 요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6월 30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 전용 기간을 애초 합의한 2013년에서 몇 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전작권 환수 연기'에 합의한 지 사흘 후의 일이다.

애초부터 한 푼도 내기 싫었던 미국

이러한 보도가 나오기까지 한미 간에는 기지이전 비용과 관련한 긴 역사가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미국은 애초 부담하기로 한 비용을 조금씩 줄여나갔고, 지금은 아예 한 푼도 못 내겠다고 나온 것이다.

지난 2004년 한미 간에는 용산기지이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협정(LPP개정협정) 합의가 있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서 용산기지 이전(YRP)은 한국이, 미2사단 이전(LPP)은 ‘원인제공자 부담원칙’에 따라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다.

얼추 계산하자면 기지이전 비용을 한국과 미국이 50:50으로 부담키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방위비 분담금 중 1조1193억 원을 2사단 이전비용으로 전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2008년 논란이 크게 일었었다. 방위비 분담금은 사실상 한국 이 내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다시 계산해보면 애초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던 몫 50% 가운데 20% 가량은 이후 임대료가 발생하는 민간 투자 방식으로, 20% 가량은 방위비 분담금을 전용해 쓰게 되는 셈이어서 실제 미국의 부담은 10% 정도인 6억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이러한 방위비 분담금 전용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 진영에서 ‘불법’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는 2008년부터 2009년 초까지 진행된 제8차 한미방위비분담금협정(SMA) 과정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그러자 당시 미국은 2013년까지 방위비 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돌려쓰게 해 달라고 했고, 한국 정부는 이에 양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이전까지 한국 정부의 ‘묵인’하에 이뤄졌던 분담금 돌려쓰기가 이명박 정부 들어 ‘합법화’의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MB정부, ‘책임은 차기 정부가 져라’?

앞서 언급된 샤프 사령관이 ‘2013년에서 몇 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대목은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8차 협정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적용되는 5년짜리 분담금 협정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현금지원액의 전용이 문제가 되자 양국은 현금으로 지급되던 군사건설비를 점진적으로 현물로 전환키로 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이 기존 합의를 바꿔 다시 과거처럼 현금으로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평택기지 이전이 끝나는 시점이 한국 정부 때문에 2015년으로 미뤄졌으니 분담금을 돌려 쓸 수 있는 기간도 2013년에서 더 연장해 달라는 압박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만일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전작권 환수 시기 연기를 미국에 요구하면서 분담금 문제에서 기존의 합의를 바꾸는 것인데, 정작 그에 따른 책임은 차기 정부의 몫으로 떠넘기는 셈이 된다.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에 따르면 미국 측은 ‘돈 못 내겠다’고 압박하는 근거로 국내 사정을 들었다. ‘미국이 부담할 6억 달러의 평택기지 이전 사업비용 중 미 의회가 3억 달러밖에 승인하지 않았다’면서 ‘3억 달러 가운데 실제 집행할 수 있는 돈은 절반에 그칠 수 있으니 방위비 분담금을 계속 기지 이전 비용으로 돌려 사용할 수 있도록 양해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계산해 보자. 미국은 실제 부담해야 할 남은 10%, 6억 달러에 대해 미 의회를 핑계로 1.5억 달러도 될지 모르겠다고 을러대다가 이제 와서는 또 ‘한 푼도 못 내겠다’고 하고 있는 형국이다.

"애초부터 분담금 전용은 불법...대가성도 문제"

이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을 통해 미국 요구에 대한 여론을 떠본 후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무엇보다 방위비 분담금은 2013년이라는 시한을 떠나서 이미 ‘불법 전용’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위비분담금협정과 LPP 협정은 별개의 협정인데, 군사건설비 등 4개 항목에만 쓰도록 돼 있는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이 미 2사단 기지이전비용으로 전용하려는 것은 LPP 협정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 같은 요구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환수 연기에 합의한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대가성’이라는 비판도 끊이질 않고 있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은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전작권 환수를 연기했고, 당시에도 대가 지불 의혹이 나왔었다”면서 “미국이 이미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이란 제재도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나서고 있다. 여기에 기지 이전 비용까지 몽땅 우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대가가 없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가를 톡톡히 지불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동맹이라는 이름의 굴레가 외교안보 영역 뿐 아니라 경제 영역까지 지금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배째라’는 미국도 문제지만 그럴 만한 빌미를 주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측은 사실 기지 이전 시기가 언제든 관심이 없다”면서 “우리가 자꾸 귀책사유를 만드는 것을 말하자면 즐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전작권 환수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했고, 기지 이전도 한국측 귀책사유로 인해 늦어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귀책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은 하나씩 뽑아먹기가 좋아지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30일 “이 문제가 국민세금이 전용되고 있는 문제인 만큼, 국회차원에서 조사가 필요한지에 대해 즉시 확인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강력한 조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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