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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잔치에 그친 MB '사장 스타일'의 즉흥발언들

MB물가, 봉고차 모녀, 대형마트, 캐피털 고금리 등 '1회성 선심' 그쳐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0-09-03 00:21:17 l 수정 2010-09-03 01:16:43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중도실용'을 천명한 이후, 재래시장 등을 찾아 떡복이를 사 먹거나 직접 물건을 구입하면서 소위 '서민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대기업 CEO 출신답게 즉석 지시사항을 내놓는다. 그러면 해당 공무원들은 요란법석을 떨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이 대통령이 현장을 잘 모르고 내놓는 즉흥적인 발언에 오히려 서민들이 피해를 입거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사례들도 있다.

50개 품목 특별 관리 MB물가지수, 일반 물가상승률 추월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문동 재래시장을 찾은 이후, 서민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대책이 없는 전시성, 1회성의 이벤트 정치란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문동 재래시장을 찾은 이후, 서민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대책이 없는 전시성, 1회성의 이벤트 정치란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3월, 학원비와 라면, 소주, 배추, 돼지고기 등 서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52개 품목의 물가를 특별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소위 MB물가지수다. 그러나 서민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지정한 품목의 물가는 일반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면서 꾸준히 올랐다.

같은 달에는 '차량 220대 톨게이트' 발언을 해 애꿎은 비정규직만 해고 당했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하루에 오가는 차량은 220대인데 톨게이트 사무실엔 직원 12~14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후 한국도로공사는 대통령이 언급한 톨게이트를 찾기 위해 전국 교통량과 톨게이트 직원수를 조사하느라 야단법석을 떨었다. 해당 톨게이트는 무안~광주 고속도로에 있는 문평 톨게이트로 밝혀졌고, 톨게이트에 근무하던 비정규직 4명이 해고됐다. 그러나 무안~광주 고속도로 완전 개통 후, 통행량이 대폭 늘어 일손이 모자라는 일이 발생했다.

이와는 반대로 하루 3~4통의 야간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4명이 당직을 서는 동사무소는 칭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국무회의에서 안산시 24시간 동주민센터 운영 방침을 언급하면서 "국민을 섬기는 바른 자세"라고 칭찬했다.

대통령 도움으로 봉고차 모녀 형편 나아졌으나, 수백만 빈곤층 근본대책 마련은 요원

2009년 2월에는 잘 알려진 '봉고차 모녀' 발언이 있었다. 경기도 안양시 129 콜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헌 봉고차가 있어서 기초수급대상자가 안 되는 모녀가 있다"라며, 사각지대에 있는 신빈곤층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봉고차 모녀는 봉고차를 팔고 대통령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 선정됐고, 일자리도 얻었다. 그러나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빈곤층은 봉고차 모녀 말고도 수백만명이나 된다. 이들을 위한 근본대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소식은 없었다.

2009년 6월 이문동 재래시장에서는 서민행보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 상인이 "(대형마트가) 저희들을 아주 몰살시키려고 합니다"라고 하소연하자, 이 대통령은 "법률적으로 정부가 못 들어오게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 헌소를 내면 정부가 패소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내가 재래시장 노점상 할 때는 이렇게 만나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당신들은 이렇게 대통령을 만나 하소연이라도 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이 이들에게 내놓은 조언은 "인터넷 직거래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정부여당은 대형마트 규제대책 마련에도 미온적이다.

지난 7월 22일 미소금융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대기업 계열 캐피털회사들의 대출금리가 40~50%나 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면서 즉석에서 시정을 지시하기도 했다. 부랴부랴 금융위원회가 싵태조사에 나섰으나 캐피털회사의 고금리 구조가 대통령 말 한 마디로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친서민 행보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관련 공무원들에게는 서민행보가 전시성, 1회성에 그쳐서는 안된다면서 후속대책 마련을 강조한다. 하지만 기업가 스타일의 즉석 지시는 '말 뿐'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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