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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을 졸지에 스파이로 둔갑시킨 주한미군의 능력?

[기고] "주한미군의 민간인 불법사찰, 묵과해선 안 된다"

김판태 군산평통사 사무국장

입력 2010-11-08 10:17:18 l 수정 2010-11-08 10:35:28

청와대 등 이명박 정부의 불법 사찰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이 한국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사건까지 발생해 국민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군산 미군기지에서 17년간 근무해 온 한국 민간인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 노동자에 대한 단순한 해고 사건이 아니라 주한미군 수사기관이 한국 민간인과 교회, 시민단체를 불법적으로 사찰하고 수사했으며, 그 활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진행된 해고사건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평범한 민간인을 갑자기 스파이 혐의로 연행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10일~11일 주한미공군 특수수사대(AFOSI, Air Force Office of Special Investigations)가 군산 미공군기지(미 7공군 제8전투비행단)에 17년간 전기기사로 근무해 온 정모씨를 연행하여 군사기밀 누출 등 스파이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하면서 시작되었다.

너무나 평범했던 정씨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불행이 느닷없이 찾아 온 것이다. 정씨는 군산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군산 평통사)이라는 시민단체의 전 대표인 유승기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돌베개 교회에 15년 동안 출석한 교인으로, 그동안 군산 미공군기지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성실하게 근무해 온 민간인이다. 정씨는 돌베개 교회의 교인일 뿐 군산 평통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그 활동에도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이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www.peaceone.org)은 1994년 창립되어 한국 평화운동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로 문규현 신부, 배종렬 전 전농의장, 홍근수 목사가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미군기지 문제 해결과 평화군축 운동을 공개적이고 평화적으로 전개해 온 시민단체로 군산 평통사는 평통사의 군산지역 조직이다.

해고예정통보서

군산 미공군이 정씨에게 보낸 해고예정 통보서.

정씨에 따르면 당시 미공군 특수수사대는 정씨를 조사하면서 평통사 활동자료, 돌베개교회의 인터넷 카페의 비공개 자료 등을 들이밀면서 평통사에 군사기밀을 누출한 사실을 자백하라고 집요하게 강요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영장도 없이 개인용 컴퓨터를 압수수색하고, 기지이동 과정에서 세퍼트 군견까지 동원했으며,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하여 거짓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 수사관들이 신발까지 신고 정씨 집을 수색하려고 시도하는 등 온갖 불법과 인권 탄압이 자행되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특히 2007년과 2008년 유목사가 교인들의 신앙활동을 돕기 위해 군산기지의 정씨 사무실을 심방 차 방문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당시의 유목사의 군산기지 방문은 오로지 선교활동의 일환이었고 합법적인 출입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며 단지 사무실에서 심방기념 사진을 찍었을 뿐이었다.

군사기밀 누출, 반미단체 관계 자백 강요

정씨는 조사과정에서 "평통사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알고 있을 뿐 평통사가 무슨 단체인지 잘 알지도 못한다. 더구나 군사기밀을 누출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하지만 미공군 특수수사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미공군 특수사대는 정씨에게 "돌베개교회, 군산 여성의 전화, 평화의 선교회 등 반미단체에 회비를 낸 당신의 진술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까지 강박하는 등 일방적이고 편협한 시각으로 정씨를 몰아붙였다.

결국 미공군 특수 수사대가 자신들이 의도한 군사기밀 누출 혐의와 평통사 관련 사실을 찾을 수 없게 되자, 군산 미공군은 조사 직후 정씨에게 "수사받은 사실을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라, 당분간 출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영문도 모른 채 도저히 납득할 수도 없는 엄청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정씨는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17년간 다닌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다니던 교회도 나가지도 않고 조사받은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혼자만의 방황과 번뇌로 몇 달을 보냈다.

정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여러 명의 미군 수사관들에게 둘러쌓여 이틀간 조사를 받으면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수렁에 자신이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극심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아무도 납득 못할 부당해고

정씨는 자신이 결백하기 때문에 멀지 않아 직장에 다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씨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 9월 20일 군산 미공군은 정씨에게 1달간 해고 예고기간을 거쳐 해고할 것이라는 통보를 했고 지난 10월 21일 최종 해고 통보를 했다.

군산 미공군은 해고 통보서를 통해 "귀하는 심각한 보안성 위반을 범했으며 군산기지의 안전성에 위험인사라고 간주되는 인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귀하는 최소한 반주한미군 단체와 관련되어 있으며 그들의 부대 출입을 용이하게 했다"는 게 해고 사유로 그들이 주장한 내용이다.

해고 통보서에는 해고사유에 대한 더 이상의 자세한 근거도 기술되어 있지 않고 주한미군 관련 규정을 어떻게 위반했는지조차 제시되어 있지 않다.

한마디로 정씨가 군산 평통사 대표인 유목사의 교회에 다니고 있고 유목사를 군산기지에 들어오게 했으며 반미단체와 관련되어 있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에 해고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정씨를 의심하고 모함하여 해고한 것이다.

이러한 군산 미공군의 해고조치는 근거 없는 부당해고를 금지한 한국 노동법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불평등하다는 한미 소파(SOFA)의 제17조 3항 "합중국군대가 설정한 고용조건 및 노동관계는 대한민국의 노동 법령의 제 규정에 따라야 한다"와 한미 소파 합의의사록 제17조 3항 "합중국 정부는 정당한 이유없이....고용을 종료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도 어긴 불법적인 것이다.

인터넷 해킹, 금융정보 유출 의혹

군산 미공군 특수수사대가 정씨 수사과정에서 평통사 자료와 돌베개 교회의 교인들만 볼 수 있는 비공개 자료를 정씨에게 들이밀면서 군사기밀 누출혐의를 자백할 것을 강요한 것은 주한미군 수사기관이 한국의 시민단체는 물론 한국 민간인과 교회를 일상적으로 불법 사찰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입증해 주고 있다.

또한 군산 미공군의 정씨 해고 통보서에도 미공군 특수수사대가 지난 2008년 9월 11일부터 이 사건을 조사를 해 왔다고 밝힘으로써 불법적인 사찰을 오랜 기간 진행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미공군 특수수사대가 조사과정에서 돌베개 교회의 회원 비밀방 자료와 돌베개교회, 군산 여성의 전화, 평화의 선교회 등에 정씨가 회비를 낸 사실도 제시한 것으로 보아 인터넷은 물론 금융정보까지 해킹하는 등 불법사찰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한미군 수사기관이 한국 민간인과 시민단체, 교회를 사찰하고 조사할 법적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만일 불법행위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한국 수사기관의 몫이지 주한미군 수사기관이 관여할 사안이 결코 아닌 것이다.

주한미군 수사기관의 불법사찰, 강제 연행과 압수수색은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 등에 대한 심각한 유린이자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통신의 비밀 보호를 규정한 통신비밀호법 제3조 위반이다.

또한 교회의 목사가 군산 평통사 대표라는 이유로 평통사와 유 목사를 군사기밀누출 운운하며 스파이혐의를 덮어씌워 조사한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헌법 제20조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다.

불법사찰의 실상 밝혀져야

군산 미공군은 매년 수백 명의 군산시민들이 미군기지에 들어가 전시된 전투기와 무기를 관람하고 각종 문화행사에 참가하는 기지 개방행사를 개최해 왔다. 또한 기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기지 내의 식당과 골프장을 출입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산 평통사 대표의 기지출입만을 문제삼아 정씨를 해고한 것은 주한미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표적수사와 탄압이라는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주한미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귀담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뒤에서 불법사찰을 통해 한국민을 통제하고 억누르려는 지배자로서의 주한미군의 주둔을 용인하는 한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주한미군이 한국법을 무시하고 한국 국민들을 오만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이날 수 있는지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몰입외교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까지 벌어졌을까 싶다.

정씨는 아직도 대인기피와 우울증 호소, 경제적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군산미군기지 월례집회

군산미군기지 월례집회. 군산과 전북지역 단체들은 매월 둘째주 수요일 2시 정기 집회를 진행해오고 있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주한미군의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규명과 주한미군 당국의 대국민사과는 물론 관련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우리 국민의 주권이 훼손되고 인권이 침해된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불법사찰과 해고, 시민단체와 종교의 자유 탄압 등 많은 문제들이 얽힌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관련 단체들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기자회견, 집회, 기도회, 서명운동, 고소고발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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