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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에 내몰린 쪽방촌.노숙자들... 결국 동사까지

정혜규 기자 조한일 수습기자

입력 2011-01-18 18:22:54 l 수정 2011-02-25 23:04:15

연일 한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쪽방촌에 거주하는 노인, 장애인들과 노숙자들이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

쪽방촌

지난 16일 동사로 사망한 정모(58)씨가 생전 살았던 영등포구 쪽방촌

최저 기온 17.8도로 10년 만에 가장 추운 날을 기록한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 거주하는 정모(58)씨가 동사했다.

두 평도 채 안 되는 월세 23만 원 짜리 쪽방촌에서 살던 정 씨는 한동안 밖을 떠돌다 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3일 자신의 쪽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3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일용직 노동을 하던 정 씨는 미혼으로 지난해 7월 영등포 쪽방촌에 처음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웃과 교류를 하지 않은 채 홀로 생활을 해, 이 이 일대에서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정 씨가 기거하는 쪽방은 8개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중앙난방 시스템으로 기름보일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그가 숨진 당일 보일러는 가동되지 않았다. 정 씨의 맞은 편 쪽방에 살고 있는 A씨는 “기름 값이 비싸서 건물주가 보일러를 잘 틀지 않아 전기 장판만 깔고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쪽방상담소 이진호(37) 간사는 “다른 쪽방 거주자 같은 경우에는 인근 봉사단체에서 생활용품, 이불 등을 나눠줄 경우 받아갔으나 정 씨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정 씨처럼 이곳 쪽방에서 체감온도 20-30도를 넘나드는 한파 속에 전기 장판에만 의지한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은 520여명에 달했다. 이들중 상당수는 노인, 지체 장애인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대 쪽방에서 살고 있는 B씨는 “이제는 추위에 적응해서 버틸만하다”면서도 “그나마 전기 장판이 있어서 다행이지 장판마저 없었으면 죽었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주던 보금자리 쪽방도 곧 헐릴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202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는데, 영등포 쪽방 지역이 재개발 지역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이 간사는 “지금 이곳 사람들은 재개발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며 “쪽방이 사라진다면 이 사람들이 갈 곳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들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영등포역 노숙자들이다. 쪽방촌 일대에서 100m 떨어진 곳에는 영등포역이 있다. 이곳에는 100여명의 노숙자들이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은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침낭과 잠바 하나에 의지한 채 찬 시멘트 바닥에서 시린 겨울을 나고 있다.

쪽방촌 사람들

18일 0시께 영등포역에서 잠을 자고 있는 노숙자들



18일 오전 0시께 영등포역에는 30여 노숙자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영등포구청 직원 4명이 순찰을 돌고 있었으나 벽에 소변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노숙자들을 제지하는 역할만 했다.

인근 노숙자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숙박 시설로 노숙자들을 유도했지만 정작 노숙자들은 이들을 피해 술을 먹거나 영등포역 통로에서 잠을 청했다.

같은 시각 서울은 영하 8.7도였다. 노숙자들은 역 안에서도 가장 따뜻한 곳을 찾아 몸을 뉘었지만 역 밖의 차가운 날씨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쌀쌀했다.

노숙자들에 따르면 이곳에서 오전 5시께까지 잠을 잔 뒤 첫 지하철이 운행할 때쯤 일어나 지하철로 이동하거나 따뜻한 역사 안에서 계속 노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 22년간 노숙을 했다는 이모(49)씨는 "영등포역에서 오전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더 자면 백화점 직원들이 영업에 방해된다고 깨워 내보낸다. 예전에는 맞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다. 이에 대해 이진호 간사는 "서울시에서는 노숙자들이 병원 진단서나 가족들의 동의가 있다면 관리를 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가족과 연락 없이 살고 있으며 병원 진단을 받으려하지 않는다"며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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