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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UAE원전 '이면계약'에 해명도 엉터리

"OECD규정 때문에 역마진 없다"(?), OECD문건 찾아보니..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1-02-01 01:38:40 l 수정 2011-02-25 23:04:15

이명박 정부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와 관련해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1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도록 돼 있는 사실상의 '이면계약'이 드러난 가운데, 이에 대한 정부의 해명도 엉터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당초 지난 2009년 12월 UAE원전 수주 당시 건설비용 186억 달러를 전액 UAE측이 부담한다고 지난 1년 간 홍보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출입은행이 1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UAE측에 대출해 줘야 한다는 미공개 계약사항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부터 <민중의소리>가 관련 내용을 보도한 데 이어, 30일 MBC '시사매거진 2580'도 이 사실을 보도했다.

MBC

30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이 UAE원전과 관련 '미공개 계약조건'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100억 달러 지원 사실을 보도했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신용도가 낮은 한국 정부가 100억 달러를 국제금융시장에서 조달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신용도가 높아 국제금융시장에서 훨씬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UAE에 빌려줄 때는 이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해 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금리 차이로 인해 역마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원전 건설자금 100억불을 지원하면서도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사실상 손해를 보게 된다. 국민 혈세가 이중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역마진 문제에 대해 원전 수출 담당부서인 지식경제부는 31일 해명자료를 통해 "역마진 우려는 없다"고 일축했다.

지식경제부

지식경제부는 OECD가이드라인 때문에 수출입은행이 UAE에 저금리로 대출을 할 수 없으므로 구조적으로 역마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지경부는 "원전수출에 대한 수출금융 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국의 수출입은행을 통해 지원할 수 있으나, 대출금리는 반드시 OECD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며 "수출입은행이 대출을 하더라도 OECD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금리수준 이상으로 대출을 해야 하므로, 저금리 대출에 의한 역마진 발생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OECD는 수출입은행과 같은 회원국들의 수출금융기관이 수출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면서 과도한 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적 수출금융 협약'(Arrangement on officially supported export credit)을 통해 수출금융 금리의 최저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지나친 저금리 수출금융 제공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의 수출보조금이 돼 국제무역질서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의 해명은 이 OECD가이드라인 때문에 수출입은행이 UAE에 저금리로 대출을 할 수 없으므로 구조적으로 역마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해명은 거짓이다. OECD의 가이드라인의 강제력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이 가이드라인에는 수출금융기관의 조달금리를 제한하는 조항도 없기 때문이다.

OECD회원국들은 기존 '공적 수출금융 협약'에 더해 원자력발전소와, 재생에너지,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등에 관한 수출금융에 대해 양해 조항을 추가했다. OECD가 이런 추가 조항을 만든 배경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대신 친환경 에너지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각국의 플랜트 수출을 확대시키기 위해서였다.

OECD의 수출신용국(Export Credit Division) 홈페이지에 따르면 2009년 7월 1일 발효된 '원전플랜트 관련 수출금융 양해사항'(Sector Understanding on Export Credits for Nuclear Power Plant)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수력.원자력 발전 부문에 대해 ▲장기 수출금융 지원을 위해 개정된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수출금융 기한을 연장해 최대 18년까지 가능하도록 했으며,▲좀 더 유연한 상환 스케줄을 적용하기로 회원국들이 합의했다.

OECD

OECD회원국의 합의로 지난 2009년 7월 1일 발효된 '원전플랜트 관련 수출금융 양해사항


물론 이 합의는 '협정'(agreement)이 아닌 '협약'(arrangement) 수준이어서 회원국 정부는 현실에서는 자국에 유리하게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문제는 이 '원전플랜트 양해사항' 가이드라인에서는 OECD회원국의 수출금융기관이 대출해 주는 금리의 하한선만을 규정해 놓고 있을 뿐, 자금을 빌려오는 금리에 대한 제한이 없는 점이다. 다시 말해 수출입은행이 OECD가이드라인에 의해 100억 달러를 UAE에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 줄 수는 없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지불해야 하는 이자에 대한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낮은 신용도 때문에 수출입은행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수출입은행은 세 차례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자율은 모두 4~5%대 수준이었다. 지난해 3월 발행한 10억 달러 규모 5년 6개월 만기 채권의 금리는 4.235%였고, 6월 발행한 10년만기 12억 5천만 달러규모 채권의 금리는 만기시 5.225%, 10월 발행한 10년 만기 10억 달러 규모 채권의 금리도 액면가가 4.00%였다.

지난 31일 현재 10년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3.33%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입은행이 UAE원전사업에 28년 기간으로 대출해 줄 경우 역마진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수출입은행이 UAE에 빌려줄 100억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자금조달을 시도할 경우 역마진은 더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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