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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이후 방송 탐사 프로그램 잔혹사

정혜규 기자 jhk@vop.co.kr

입력 2011-05-18 07:27:39 l 수정 2011-05-19 08:42:02

MB정부, 언론잔혹사

MB정부, 언론잔혹사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방송 장악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통령 측근을 사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조직개편을 통한 프로그램 탄압, 내부심의, 공권력이 동원된 물리적 탄압이 있었다.”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들이 무너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 선 이후 ‘시사투나잇’, ‘미디어 포커스’ 등의 프로그램이 폐지됐으며 YTN 노종면, MBC 이근행 등 언론인들의 해고도 잇따른 것. 최근에는 방송사 내부에서 시사프로그램 검열이 강화됐으며 강제 발령이나 징계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17일 ‘PD수첩 사수와 언론자유 수호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명박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과 대응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탐사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축소되고 탄압받았는지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MBC 이사진을 추천하거나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한이 막강하다. 특히 MBC의 경우 방통위가 선임한 이사진이 사장 후보를 결정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MBC 이사진을 추천하거나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한이 막강하다. 특히 MBC의 경우 방통위가 선임한 이사진이 사장 후보를 결정한다.

'방통심의위-방통위-방송사 이사진'이 재편한 방송계

그는 첫번째 유형으로 “방통심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방송사 이사진’으로 연결되는 단위들이 방송사에 압력을 가한 사실”을 꼽았다.

김 실장은 이를 ‘삼각동맹’이라고 표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내린 프로그램 심의 결과를 토대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는 이사진을 추천하거나 임명하면서 탐사 프로그램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

그는 “정권 출범 직후 터져 나온 촛불시위를 진압해야 한다는 다급함에서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과 이사진 재편을 노리고 ‘삼각동맹’이 이루어졌다”며 “촛불시위가 한창일 당시 방통심의위원회가 MBC ‘PD수첩’ 광우병 관련 보도에 시청자 사과 명령을 내린 것이 이러한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 장악의 시작은 ‘PD수첩’을 비롯한 몇몇 프로그램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는 지적이었다”며 “이 판단은 방통심의위가 내렸는데 이후 이사진 교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낙하산 사장 반대하던 언론인들의 대량 징계와 프로그램 폐지

두 번째 유형은 ‘사장 임명 반대 투쟁에 참여한 언론인 징계와 프로그램 폐지’였다. 대표적인 경우가 YTN 노조 대량 징계와 돌발영상 폐지다.

지난 2008년 5월 29일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가 ‘낙하산 사장’이라는 비판과 ‘정권의 언론 장악’이라는 비난 속에 YTN 사장으로 임명됐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다. 출근 저지를 비롯, 생방송 뉴스 도중 스튜디오 내에서 피켓시위, 검은 리본 패용, 단식 등으로 임명 저지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에도 구 사장은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9월 1일 보도국 사원에 대해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에는 돌발영상을 진행하고 있던 임장혁 돌발영상팀 팀장을 뉴스팀 사회 1부로 발령내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돌발영상은 정권의 치부를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특보 사장의 YTN 장악이 시작됐다’고 판단한 노조는 인사에 항의하는 표시로 검은 옷이나 넥타이를 매고 뉴스를 진행하는 등 불복종 운동을 진행했다.

YTN 돌발영상은 권력의 치부를 드러내놓고 풍자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었다.

YTN 돌발영상은 권력의 치부를 드러내놓고 풍자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운동은 고소와 공권력 투입 등으로 이어졌고 사측은 10월 6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노종면 노조 위원장 등 6명 해임, 임장혁 기자 등 6명 정직, 8명 감봉, 13명 경고조치 등 33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특히 ‘돌발영상’ 제작진 중 2명이 징계대상에 포함되면서 ‘돌발영상’은 한동안 중단됐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사측은 인사권에 대한 불복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구본홍 사장 임명 저지에 나선 노조에 대한 파괴 공세였다”며 “돌발영상 제작진 3명 중 2명이 징계에 포함되면서 돌발영상 제작은 중단됐다. 이후 이듬해 4월 징계받은 임작혁 기자가 복귀하면서 돌발영상은 재개되었지만, 8월 임기자가 대기발령을 받은 이후 잠시 중단되었다가 다시 방송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인사, 개편을 통한 시사, 탐사 프로그램 폐지도

김 실장이 꼽은 ‘탐사 프로그램 탄압’ 세 번째 유형은 ‘인사조치, 정기개편, 조직개편을 통한 시사 프로그램 폐지’였다. KBS의 경우 지난 2009년 9월 ‘낙하산 사장’으로 비판받은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이후 소속팀장이나 부장과 협의도 없이 47명에 대해 인사발령을 내렸다.

KBS 직원들이 이병순 사장의 출근을 막고 있다. 이후 이병순 사장은 이들 중 일부에 대해 인사 발령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탐사 보도팀 기자들이 타 부서로 전출됐다.

KBS 직원들이 이병순 사장의 출근을 막고 있다. 이후 이병순 사장은 이들 중 일부에 대해 인사 발령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탐사 보도팀 기자들이 타 부서로 전출됐다.



이들 대부분이 이 사장 취임에 반대했던 KBS 직원이었다. 이들은 본사에서 지역사로 발령 나거나, TV제작부서에서 비제작 부서로 이동했다. 또 당시 최경영, 성재호, 김명섭, 나신하, 복진선 기자 등은 탐사 보도팀에서 타부서로 발령나기도 했다. 국은주, 박종성, 하석필 PD도 라디오 기사프로그램에서 비시사프로그램으로 발령났다.

이후 이 사장은 10월 KBS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을 ‘시사360’으로 개명한 데 이어 이듬해 봄 개편에서 ‘시사360’을 폐지했다.

이 같은 인사 및 개편을 통한 시사 프로그램 폐지는 2010년 MBC로 이어졌다. MBC는 2010년 9월 가을 정기개편안을 확정하면서 ‘후플러스’를 폐지했다.

특히 지난 2월 임명된 새 시사교양국장은 ‘소망교회’를 취재하던 최승호 PD 등 PD수첩 제작진 6명을 다른 부서로 전출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최 PD 대신 투입된 이우환 PD마저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내는 등 PD수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계속 주고 있다.

80년대로 돌아간 방송계, 내부 심의 강화

네 번째 유형은 ‘내부 심의로 인한 불방’이었다.

KBS는 지난해 8월 13일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천안함 발언’ 아이템과 관련해 제작 중단을 지시했다. 조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직전, 결정된 일이었다. 당시 추적60분 제작진이 보유하고 있던 동영상에는 천안함 유족들을 동물로 비하하는 조 내정자의 발언이 담겨 있었고 이 영상이 공개되면 인사청문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어 12월 7일에는 추적60분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이 불방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KBS측은 “전체적인 흐름 등이 낙동강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었으나 방송 당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4대강 예산과 친수구역특별법안이 날치기 통과되면서 ‘방송 이후 발생할 수도 있는 후폭풍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KBS 새노조가 사내에서 추적60분 불방사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KBS 새노조가 사내에서 추적60분 불방사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4대강’과 관련한 방송이 불방된 것은 PD수첩도 마찬가지였다. MBC는 지난해 8월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과 관련해 불방을 결정했다.

당시 국토해양부가 ‘PD수첩 방송 내용은 허위’라며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낸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당시 법원에서는 “기록만으로는 프로그램의 내용이 진실이 아니고 방송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토해양부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방송을 3시간 앞둔 오후 8시께 김재철 사장이 돌연 ‘사전시사’를 요구하면서 방송은 보류되고 말았다.

31개월이나 수사, 재판받은 MBC PD수첩 제작진

마지막으로 김 실장은 “공권력이 동원된 물리적 탄압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9년 3월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4명이 체포된 ‘YTN 사태’가 있었다. 특히 YTN에서 ‘사장 출근 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4차례에 걸쳐 고소한 이후, 대상자들이 4차례 이상 경찰 출석 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체포는 논란이 됐다.

김 실장은 “3월 22일 체포됐는데, 체포 다음날인 23일은 YTN이 임단협 결렬에 따른 합법적 총파업을 벌이기로 예정된 때였기에 당시의 체포는 이 파업을 방해하기 위한 ‘표적수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의 경우 31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김 실장은 “검찰은 이 기간동안 제작진 체포 및 e메일, 전화통화기록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PD수첩 광우병 관련 투쟁은 정부, 검찰, 방송관련 기관들 모두가 일제히 제작진에 법적, 물리적 공권력을 행사한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꼽았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 마지막 사례로 '공권력이 동원된 물리적 탄압'을 꼽았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 마지막 사례로 '공권력이 동원된 물리적 탄압'을 꼽았다.



이같은 ‘탐사보도 위기’에 대해 김 실장은 “제도적 행위자 교체로부터 시작하여 말단 제작진 PD 교체 및 해임까지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존폐 과정에서 뚜렷이 나타났다”며 “이명박 정부 이후 탐사보도의 위축이 정치권력의 통제나 탄압으로 인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저널리스트들이 이러한 내외부의 통제 요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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