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고엽제 매립' 칠곡 미군기지 주변 마을, "다 암으로 죽어 이상했다"

칠곡=정혜규 기자

입력 2011-05-21 11:48:24 l 수정 2011-05-22 17:35:35

주한미군이 고엽제 5만2천여ℓ를 파묻었다는 주장이 나온 캠프 캐럴 인근 마을 중에는 전체 인구 150여명 중에 20여명이 암으로 사망한 마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마을은 캠프 캐럴 후문 뒤에 위치한 경북 칠곡군 왜관읍 아곡리로, 이 마을 주민들은 기지 건설에 동원되거나 미군 등을 상대로 밥을 지었던 경험이 있었다.

20일 아곡리 안찔마을에서 만난 A(74)씨는 최근 30년 사이에 남편(30여년 전 사망 당시 51세), 시숙(25여년 전 사망 당시 57세), 시동생 2명(10여년 전 사망 당시 각각 57세, 51세)을 잇따라 간암으로 잃었다.

A씨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죽고 나서 아들 둘을 혼자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갑자기 다들 암으로 죽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술을 좋아해서 죽었다고 생각했지 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부산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아들이 고엽제 뉴스를 보고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고, 이후에야 미군기지 안에서 있었던 일을 알았다"며 "정부는 제대로 조사를 해서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한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마당 너머 미군기지를 바라보고 있는 주민

남편, 시숙, 시동생 등을 간암으로 잃은 주민이 집 마당에서 미군 시설을 바라보고 있다



이 마을 주민 B(59)씨도 10여년 전 남편을 간암으로 잃은데 이어 자신도 유방암에 걸려 투병중이다.

B씨는 "시아버지, 시어머니도 큰 병치레 없이 돌아가셨고, 저도 7남매인데 저를 제외하면 암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이 돌연 간암으로 죽어 이상했다"며 "고엽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안찔마을, 박실마을, 등태마을로 구성된 아곡리 일대에서는 최근 30여년 간 20여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자신을 포함한 10여명이 암 투병 중이다.

B씨는 "그동안 지하수를 먹었는데 물을 먹으면서 배앓이를 많이 했고 농약 냄새가 나서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적도 있다"며 "암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 50~60대 젊은 사람들로 고엽제와 관계가 없는지 조사가 진행돼야한다"고 말했다.

아곡리

아곡리 일대에서는 어느 자리에서나 미군기지 시설이 보인다

군청 등에 따르면 이 지역은 90년대 이후에 지하수 시설이 개발된 지역으로 이전에는 직접 우물 등에서 물을 떠서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2007년에는 '지하수에 농약 냄새가 난다' 등의 민원이 제기됐고 지난해부터 수돗물을 먹고 있었다.

20여 년 전 50세이던 삼촌이 돌연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C(74)씨는 "저도 미군기지 안에 들어가 노가다로 일한 적이 있는데, 여기 마을 사람 대부분이 공사에 참여하거나 여자들 같은 경우는 미군이나 한국인 직원들을 상대로 밥을 지은 경험이 있다"며 "미국과 연결된 문제여서 쉽게 해결될 것이란 생각은 안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고엽제를 묻은 것이 사실인지, 고엽제와 이 마을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꼭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C씨는 또 "기지 안에서 일을 할 당시 미군들이 땅을 파서 고철들을 밀어 넣는 것을 목격했다"며 "미군들이 돌아가고 땅을 파보면 고철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까지 30여 년 간 캠프 캐럴에서 근무한 D씨는 "캠프 캐럴에서 일하거나 퇴직한 분들 중에 암으로 죽은 사람이 제가 아는 경우만 3~4명"이라며 "다들 병이 나서 죽었다고 생각했지 고엽제랑 관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D씨는 "왜관 지역에 유독 암환자가 많은 게 이상했다. 정부에서는 정밀 검진을 통해 이 일대에서 왜 암환자가 많은지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칠곡 미군기지

붉은테두리가 미군기지 일대이며 검정색 테두리가 안찔마을이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

많이 읽은 기사